7월19일 밤 8시40분쯤 살인 사건 피의자가 긴급 체포돼 제주동부경찰서로 연행됐다.
7월19일 밤 8시40분쯤 살인 사건 피의자가 긴급 체포돼 제주동부경찰서로 연행됐다.

제주 조천읍에서 중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두 명에 대해 경찰이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1일 제주경찰청은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A씨(49. 남)와 B씨(47. 남)의 신원공개 여부를 다루는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원회 개최가 필요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때문에 A씨 등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는다. 

신상공개위원회는 제주청 수사·형사·여청과(계장), 청문감사·홍보담당관(계장) 등의 경찰 관계자 3명과 외부위원 포함 7명으로 구성된다. 외부위원은 변호사, 교수, 종교인, 의사 등 관련 분야 전문가로 위촉됐다.

위원회는 경찰서 수사 주무과장(팀장)이 참석해 의견을 제시한다. 위원들은 제시 의견을 검토, 공개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통상적인 신상공개위원회 개최는 범인 검거 시부터 구속영장 발부 사이에 이뤄진다. 그러나 혐의 입증을 위한 추가조사 및 보강근거 확보가 필요한 경우는 영장발부 이후도 가능하다. 

제주경찰청은 이번 사건에서 신상공개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이유는 '범죄의 잔인성'과 '공공의 이익' 부분이 충족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씨와 B씨는 이달 18일 오후 3시쯤 중학생 C군(16)의 주거지에 침입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범인 A씨가 C군 모친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가 최근 사이가 틀어지자 보복성으로 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 7월21일 중학생 살해 피의자가 구속여부를 판단하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Newsjeju
▲ 7월21일 중학생 살해 피의자가 구속여부를 판단하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Newsjeju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국가들은 대체로 흉악범죄자에 대해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범인 검거 과정에서부터 이름과 주소, 얼굴까지 공개된다. 범죄자의 인권보다는 다수 국민들의 인권을 지켜 추가 범죄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다. 

우리나라 경우는 조금 다르다. '피의자의 신상공개에 관한 법률'이 있긴 하지만 '무죄추정의 원칙'과 범죄자 가족들의 인권 보호가 우선시 된다. 

피의자 신상공개 규정은 지난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이후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며 가이드라인이 잡혔다. 2010년 4월 '특정강력 처벌 특례법'이 신설된 것이다. 

개정된 '특정강력 처벌 특례법' 제8조 2항은 피의자의 이름과 얼굴 공개를 위한 4가지 요건충족이 명시됐다.

구성 요건은 ▲죄를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 ▲공공의 이익을 위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성인일 것 등이다. 

다만 공개를 할 때에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명시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의 결정에 따라 앞으로도 A씨와 B씨의 신상은 비밀 엄수로 유지된다.

한편 제주경찰청이 신상공개위원회 심의를 거쳐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결정을 내린 사례는 총 세 건이다. 두 건은 강력범죄인 '살인사건'이고, 나머지 한 건은 사이버범죄다.  

도내에서 신상공개위원회 심의를 거친 첫 번째는 2016년 9월 제주 연동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다. 중국인 천궈레이(당시 54. 남)는 성당에서 기도중인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찌른 묻지마 범행을 저질렀고, 도주했다가 붙잡혔다.

두 번째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전 남편 살인사건'의 고유정(39. 여)이다. 고유정은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내 곳곳에 유기했다.  

사이버범죄로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진 배준환(39. 남) 경우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범행 대상자를 물색, 청소년 44명에게 수 천개의 영상물을 전송받고 유포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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