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대 도의회 지방의회 의원이 발의한 ‘제주도 주요업무 자체평가에 관한 조례안’이 대법원에 의해 “조례의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조례로써 견제의 범위를 넘어서 상대방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규정을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러한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서 참으로 큰 아쉬움이 남는다.

중앙정부의 사무에 관하여서는 정부업무평가 기본법 제28조의 규정에서 자체평가결과를 지체 없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보고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자칫 자기당착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2중의 안전장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는 어떠한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는 국가사무와 자치사무로 나눌 수가 있는데, 국가사무는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사무이므로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개입을 하여 사무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자치사무인 경우는 그러하지 않다.

호접란사업 등을 자치사무의 한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런 사무에 대한 평가는 누가 내려야 하는가? 이러한 사업의 자체평가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정한다.”라는 형식적인 구문으로 얽어매어 도의회가 사전 혹은 사후에 견제할 수 있는 길을 원천 봉쇄한다면 그 법률이 오히려 헌법 제117조 및 제118조에서 보장하는 지방자치제도의 본지를 흐리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이 조례가 법률의 형식적인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치사무에 대한 자체평가를 도의회가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지방주민의 이익에 부합할까?하는 반문을 제기해보아야 할 것이다.

또 왜 중앙정부의 자체평가는 국회에 보고를 하는가?하는 것에 대하여서도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자체평가 조례가 대법원에서 법률위반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적 정의에 반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가?

지방자치가 많이 발전한 일본의 ‘네거티브 시스템’은 사회적 정의를 확보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형식에 얽매인 법률을 개폐하는 것이 부지기수이다.

제주도에 특별자치도를 설치하면서 가장 강조한 것이 바로 이 ‘네거티브 시스템’이다.

대법원은 법률에 조례가 얼마나 적합한지 만을 판단하였기에 이 조례가 법률위반이라고 판결을 내린 것이지 이 조례가 사회적 정의에 반하기 때문에 법률위반이라고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다.

만약 이 조례를 평가하는 기준인 법률조항이 사회적 정의에 위반한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여기서 ‘네거티브 시스템’이 발동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네거티브시스템의 발동에는 위헌법률제청 또는 위헌확인소송을 수행하여 적극적으로 법률을 개폐하는 방법이 있고, 특히 제주도의 경우 특별자치도법 제9조의 규정에 의하여 특수한 형태로 법률안을 제출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 조례가 어떻게 의회에서 제정되었는지 진지하게 고찰하지 않고 형식적인 대법원의 판결에 휘둘려 입법능력이 없는 무능한 의회라고 단정하는 것은 단순한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러한 행태는 진정 제주도의 사회가치 통합적인 발전을 꾀하려는 지식인이라면 마땅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조례가 행여 대법원에 법률위반을 이유로 청구대상이 될까 두려워 복지부동하는 의회보다는 오히려 1%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의회가 역동적이며 발전가능성이 있는 의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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