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코로나19 상황이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음에도 제주방역 대책을 진두지휘해야 할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도민을 뒤로한 채 기어코 대선 출마를 강행하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여기다 도내 일부 공직자들의 음주운전 적발, 방역수칙 위반, 관련 업체 관계자들과의 부적절한 술자리 의혹 등 비위 및 일탈 행위까지 하나 둘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지도력 공백 현상'도 현실화되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25일(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소재 How's카페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원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을 되돌려놓겠다. 무너뜨린 공정을 굳건히 세우겠다"며 출마 배경을 밝혔다.
특히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원 지사는 "법치파괴, 소득주도성장, 임대차3법, 탈원전, 주52시간제, 경제와 일자리, 집값, 에너지, 대한민국 망친 그 모든 실패한 정책을 되돌려 놓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원 지사는 이날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면서도 지사직 사퇴 시기에 대해선 뚜렸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빠르면 내달 지사직을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원 지사가 지사직을 사퇴하기도 전에 일부 공직자들의 일탈 행위가 벌써부터 터져 나온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공직자의 음주운전 적발을 비롯해 방역수칙을 위반하면서까지 유흥주점을 찾았다가 확진된 공직자 등 공직기강 해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공직자들의 일탈 행위가 끊이지 않자 원 지사는 지난 12일 "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엄정하게 조사하는 한편 공직기강 쇄신 방안을 마련해 강력 조치하겠다"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당시 원 지사는 "최근 음주운전, 방역수칙위반 등 솔선수범해야 할 공직자들이 지탄을 받는 일이 생겨 너무 안타깝고 도지사로서 도민들께 매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이후 제주도청 소속 고위 공직자들이 관련 업체 관계자들과 부적절한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도내 공직사회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원 지사가 지사직을 내려 놓기도 전에 이미 '지도력 공백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 지사가 사퇴할 경우 방역정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 결정도 늦어질 뿐만 아니라 공직사회가 더욱 어수선해져 공직자들의 업무 능률 저하 등 도정 공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필이면 이 시기에"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원 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누리꾼들은 냉담한 반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 누리꾼은 "제주방역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도는 7월 1일부터 24일까지 무려 34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특히 이달 20일에는 역대 최다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등 코로나19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
그럼에도 원 지사가 출마를 강행하자 한 누리꾼은 "제주도도 못 이끄는 주제에 무슨 대권"... "제주 코로나19 방역이나 잘해요"라며 원 지사의 대선 출마를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제주도에만 신경쓰겠다고 한 분이 대선 출마라..."라고 힐난했다. 이 같은 비판 여론은 간담회 자리에서도 나왔다.
'코로나19로 심각한 상황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비판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물음에 원 지사는 "제가 대통령 선거를 출마하는 것도 결국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특히 원 지사는 "지금 코로나가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기관리에 대해서 제가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경선이 본격화될 예정이기 때문에 행정부지사를 비롯한 제주도정의 체계가 어떤 차질도 없도록 단단히 챙겨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앞으로 경선 일정이 본격화되면 제주도정과 경선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것은 저의 공직 윤리에 대한 책임감으로 볼때는 적절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고비를 잘 넘기고 이후에 제주도정에 대한 지휘체계가 단단히 다져지는 것을 보면서 조만간 마무리(사퇴)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