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대북 전면 단절’ 초강수 동원 왜
ㆍ선거 보수층 결집 노려 ‘단호한 대처’ 강조하다 스스로 퇴로 차단 측면도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5·24 대북 조치’는 남북관계의 전면 단절과 군사적 타격만 제외한 모든 수단을 통한 대북 봉쇄로 요약된다. 남북관계를 20년 전의 신냉전시대로 되돌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대북정책의 이 같은 과거로의 회귀는 이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인식과 참모들의 강경론, 국내 정치적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란 분석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전환에는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풀이다. 이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원로회의에서 “나의 궁극적 목표는 남과 북의 대결이 아니며 잘잘못을 밝혀놓고 바른 길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편법으로 그때 그때 (대응)해선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정세의 중대한 전환점”이란 표현을 직접 추가했다고 한다. 기존의 교류·협력 정책으로는 남북관계가 ‘바른 길’로 갈 수 없고, 따라서 앞으로는 북한의 버릇을 고칠 수 있도록 원칙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화를 중시하는 기존의 개입전략이 과연 효과를 거뒀는가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경파 외교안보 참모들의 입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쥔 쪽이 이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자문을 해온 친위 강경파들이란 것이다.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현 장관은 이날 정책자문위원회의에서 “천안함 사태 이전과 이후의 남북관계가 같을 수 없다”면서 “잘못된 북한의 자세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비극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이 반북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강경파 참모는 봉쇄를 통한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보고 있다는 전언도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올 초부터 현 정부 싱크탱크에 가보면 어떻게 하면 북·중 간의 협력고리를 차단하고 북한을 고립시킬 수 있을지가 주요 이슈”라며 “이 대통령 주변 인사들은 북한 붕괴론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초 정부가 ‘부흥’이란 이름의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통합형 비상계획을 작성한 것이 언론에 공개된 것도 이 같은 정황을 반영한다.

지방선거라는 국내 정치적 요인이 강경론을 부추긴 면도 있어 보인다. 보수층 결집 등 정치적 효과에 대한 고려가 작용하면서 후속 조치의 강도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 내부적으로 이 대통령의 담화 발표 시기를 연기하고 내용도 단계적으로 발표하자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정무라인의 주장에 밀려 관철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내 정무라인과 외교안보라인 강경파가 상황을 주도하면서 온건파들은 말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정부가 사건 초기부터 강경 대응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오면서 스스로의 ‘퇴로’를 막았다는 풀이도 나온다. 지난 3월 말 천안함 사고 발생 이후 ‘단호한 대처’란 말을 되풀이하며 후속 조치에 대한 보수층의 기대치를 높여왔고, 결국 이 대통령 담화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북학에 대한 제재와 압박의 종합판이 담길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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