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공사 중단 사태 두고 갈등 폭증
고용호 도의원, 공사 재개 촉구 결의안 대표 발의... 도의원 26명 서명

▲비자림로는 제주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삼나무숲 가로수길로, 이 길은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아름다운 가로수 숲길로 잘 알려진 곳이다. ©Newsjeju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현장.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Newsjeju

제주특별자치도의회 26명의 도의원들이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중단 사태가 공사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탓이라며 전면전에 돌입했다.

고용호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성산읍)이 지난 13일 대표 발의한 '비자림로 확·포장사업 조기 개설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그 안에 담긴 내용이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특정 시민단체를 겨냥하고 있어서다.

결의안 내용을 보면, 고용호 의원을 비롯한 26명의 도의원들은 이번 비자림로 확·포장 사업이 교통편의를 위해 추진하는 공익사업이라고 규정하면서 "반대 단체들의 조직적 활동으로 장기 지연됨에 따라 도민사회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행정력과 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대안 마련을 위해 공익사업에 대한 반대 단체의 조직적 활동에 강력히 대응해 주민의 권리와 이익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전국의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에 제안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이들 도의원들은 환경부를 향해 "눈치 보지말고 미래를 위한 환경적 가치에 더 큰 고민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해당 결의안은 오는 9월 7일에 개회될 예정인 제398회 제2차 본회의에 상정돼 전체 의원표결을 거쳐 처리될 예정이다.

현재 제출된 결의안엔 고용호 의원을 비롯해 총 26명의 도의원이 서명했다. 더불어민주당 29명 중 13명이 참여했다. 김경학, 문종태, 김대진, 이승아, 임정은, 김희현, 조훈배, 강성민, 고태순, 송영훈, 송창권, 박호형, 강성균 의원 등이며, 국민의힘에선 김황국, 오영희, 이경용, 강충룡, 강연호 의원 등 5명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도 무소속의 안창남, 양병우 의원과 김장영, 부공남, 강시백, 오대익, 김창식 등 5명의 교육의원도 모두 서명했다.

전체 43명의 도의원 중 27명 이상이 동의하면 가결된다. 딱 1명이 모자란 상황이라 당일 처리 여부에 촉각이 곤두선다. 결의안이 가결되면 국회의장과 환경부,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 국토교통부, 전국 시·도의회,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보내진다.

제주도가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공사를 위한 삼나무 벌채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제주도정은 보완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공사를 재개했다가 영산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 반대 단체 "결의안,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따진 것"

이렇게 되자 비자림로 공사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인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 측은 19일 성명을 통해 26명의 도의원들을 두고 "지역주민과 도민 여론의 차이를 갈등으로 악화시키려는 저질 정치"라고 맹비난했다.

이들 단체는 "2018년에 공사가 시작되면서 벌목된 비자림로 사진 하나로 전국의 시민들을 분노케 하면서 전국적 이슈가 됐다"며 "물론 해당 지역주민들은 공사에 대한 요구가 컸지만 당시 여론은 반대가 우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고용호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것일 뿐이고, 여기에 동조한 25명의 의원들은 서로의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을 것"이라며 "제주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정치인들이 자연파괴를 방관하는 사이 세계자연유산 제주는 어느샌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의 활동은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제주의 자연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애기뿔소똥구리와 긴꼬리딱새, 팔색조들의 생명 파괴에 앞장선 26명 도의원들의 이름을 반드시 기억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투표하겠다"고 맞섰다.

▲삼나무 벌채 논란 등으로 중단된 비자림로 확·포장공사 사업대상지.​
▲삼나무 벌채 논란 등으로 중단된 비자림로 확·포장공사 사업대상지.​

# 비자림로 공사는?

비자림로 공사는 제주시 구좌읍 대천교차로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km의 구간을 기존 2차로에서 4차로로 확·포장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242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나 잦은 공사 중단으로 인해 늘어나고만 있다.

지난 2018년 8월 2일에 일부 구간의 삼나무를 벌채하면서 시작됐으나, 항공사진으로 찍힌 모습이 영락없이 자연 파괴의 참담함을 드러내게 해 전국적인 공분을 사게 했다. 급격한 여론 악화로 결국 공사는 닷새만에 중단됐다.

공사 재개와 중단을 반복하던 중 제주도정은 지난해 5월 27일에 3번째로 공사를 재개했으나, 환경부 산하 기관인 영산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멸종위기종에 대한 보완대책을 수립하라는 명령을 받아 다시 또 공사를 멈춰야 했다.

이에 제주도정은 보완계획을 수립 중이다. 보완계획은 올해 10월 중에 도출될 예정이며,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제출되면 늦어도 11월 중엔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물론, 환경청에서 제주도정의 보완계획이 합당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는 감사원에 비자림로 공사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공사 시행에 앞서 실시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의혹 제기다. 환경영향평가서에선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으나, 실제 사업대상지에서 애기뿔 소똥구리 등 멸종위기종 동식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시 환경영향평가를 맡았던 대행업체는 수개월 영업이 정지되고 벌금을 물어야 했다. 제주도정 역시 공사를 무리하게 재개한 댓가로 영산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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