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제주도내에서 발생한 '주거침입 강간', 과학기술로 범인 특정
피고인 "당시 휴지 뭉치 증거는 적법한 절차 아닌 위법"
사건 유일 증거는 '휴지'···대법원 판례 꺼내든 재판부 "증거 수집으로 인정"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백여 건의 불법을 저질러 수감 중인 50대가 약 20년 전 제주에서 저지른 '주거침입 강간' 사건으로 다시 재판대에 올랐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피고인이 특정됐는데, 1심 재판부는 당시 사용된 '휴지 뭉치' 증거를 인정해 실형을 내렸다.

26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수감자 한모(57. 남)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한씨는 2001년 제주도내 주택에 무단으로 침입해 강간한 혐의를 받아왔다. 경찰은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단서는 범인의 정액이 묻은 휴지 뭉치 다섯 개가 유일했다. 그 외 목격자나 CCTV 등도 존재하지 않았다.

장기간 잠들었던 사건은 2019년 3월 기지개를 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과거 기술 부족 등으로 미제로 남은 사건 약 1800여개 DNA를 재분석하며 해당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 프로젝트를 국과수는 <1800 프로젝트>라고 칭한다. 

국과수 결과를 토대로 대검찰청은 DNA가 일치하는 사람을 찾아냈다. 2004년 제주를 떠난 한씨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간과 강력범죄 등을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전과만 183건이다. 

대검의 지시를 받은 서귀포경찰서는 타 지역에 수감 중인 힌씨를 제주교도소로 이감하고,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과 경찰의 합동수사로 한씨는 올해 3월2일 기소됐다.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이다.

당시 휴지 뭉치에 묻어 있는 체액이 유일한 단서였는데 과학기술의 발달로 수감 중인 사람과 동일하다는 결과가 도출됐기 때문이다.

재판과정에서 한씨와 변호인 측은 체액이 검출된 다섯 개의 휴지 뭉치가 당시 적법한 절차로 확보되지 않았기에 위법한 증거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휴지 뭉치를 근거로 한 감정의뢰서 등은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휴지 뭉치 5점은 체액이 묻은 것으로 피고인의 재산권을 포기해 버리고 간 '유류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연장선으로 경찰이 수집한 휴지 뭉치는 임의제출로 봐야하고,영장 없이 압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만일 압수 조서의 작성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극도로 신원 노출을 꺼리는 상황에서 이뤄진 진술 등으로 혐의 일부가 미수에 이른 부분을 참작했다"며 "현재까지 피해회복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이 판시 범죄 전력에 기재된 사건과 동시에 재판을 받았을 경우와 형평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한씨에 10년 간 아동·청소년·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과 10년 간 전자부착명령 등도 함께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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