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민주노총 총파업의 3대 핵심요구

▲ 민주노총제주본부 임기환 본부장. ©Newsjeju
▲ 민주노총제주본부 임기환 본부장. ©Newsjeju

문재인 정부는 지난 2일 경찰병력 2천명을 동원해 노동자의 절박함을 호소했던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을 강제 연행했다. ‘7.3 노동자대회’를 주최해 방역수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역당국도 밝혔듯 대회로 인한 코로나 확진은 없었고,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 대회 전 민주노총은 주말에 인적이 드문 여의대로를 장소로 신고하여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정부는 거절했다. 

당시는 야구장과 축구장뿐만 아니라 수천명이 모이는 공연도 가능한 시기였다. 최근 4단계인 상황에서도 민주당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는 수천명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유독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집회만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생활고를 호소하는 자영업자의 SOS차량 시위에 대해서도 정부는 불법집회로 간주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보수언론과 대선후보의 민주노총에 대한 악의적 비난이 넘쳐난다.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겠다거나, 긴급명령을 발동해 노동조합을 해산시키겠다는 초헌법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으로 인해 정작 노동자의 절박한 목소리가 가려지고 있다. 악의적인 비난을 중단하고 현재의 노동불평등의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로 더욱 확연해진 불평등의 시대, 기후위기·기술변화가 촉진하는 전환기와 맞물린 대선을 앞둔 이때 3대 핵심요구를 내걸고 10월 20일 110만 조합원의 총파업을 선언했다.

불평등의 시대, 노동자들의 요구는 첫 번째,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법 전면개정이다. 

지금의 경제, 고용위기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더 큰 고통으로 내몰고 있고, 비정규직의 실직률과 고용불안은 불평등의 핵심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첫날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11명의 비정규직에게 약속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만들겠다. 여기에 있는 분들 정규직화 시켜주겠다. 그 자리에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하지만 11명 중 6명은 자회사로 갔고, 4명은 퇴사했다. 1명은 임용과정에 탈락해 투쟁하고 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이야기했던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민낯이다.

제주도 노동자 3명 중 1명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을 온전히 적용받지 못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사업주의 책임으로 휴업을 해도, 연장·야간·휴일근무를 해도 별도의 수당을 받을 수 없다. 또 연차도 없고, 법정노동시간도 제한이 없다 보니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저녁이 있는 삶’은 이들에겐 딴 세상 이야기다. 5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 발생률이 전체사업장의 35%에 해당하지만, 이들은 보호받지 못한다. 생명과 안전 앞에서도 차별받는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5인 미만 사업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초단시간, 농수축산업, 감시·단속업무 노동자들 역시 근로시간과 휴게와 휴일, 연차 등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특수고용, 플랫폼, 이주노동자 등 절반이 넘는 노동자의 권리가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일하는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는 오늘날의 노동권은 헌법 속에서만 존재하는 허상일 뿐이다.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노동법 전면개정을 통해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한국사회 불평등을 청산하는 출발이다. 

두 번째는, 정의로운 산업전환과 일자리 국가보장이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산업구조도 바뀌게 된다. 생산기술의 발전과 산업전환은 모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술과 생산력의 발전은 인간의 삶보다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현시기 기후위기와 디지털 자동화가 촉진하는 산업전환은 피할 수 없다. 전환기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장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된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만들어야 한다. 정의로운 산업전환은 현재 정부에서 계획하는 단순한 노동 전환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 공공성 강화를 통해 양극화 해소와 노동자 보호라는 종합적인 대책안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주택․의료․교육․돌봄․교통의 공공성의 강화다.

소득 격차를 넘어 이제는 자산 격차, 자산 불평등의 문제가 더 심각해져 버렸다.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아니라 집이 있냐 없냐, 집이 한 채냐 두 채냐가 불평등의 기준이 되었고, 신분이 결정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2013년부터 2020년 사이 제주지역 평균임금이 610만원 오르는 동안 아파트 값은 두배로, 수억원이 올랐는데, 누가 일할 맛이 나겠는가? 부동산문제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노동자의 삶이 나아질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노인 돌봄문제를 국가가 책임지지 않으면, 저소득층 노인들과 조기퇴직으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노동자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적어도 돌봄만큼은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세대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들의 돌봄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이유이다. 

교육의 공공성도 강화해야 한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이 필요하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력을 규정하는 사회가 되었다. 부모가 돈이 없으면 좋은 대학을 가기 어렵고,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하면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이 심화되었다.

그래서 교육양극화가 소득양극화를 낳고, 소득양극화가 자산의 불평등을 낳고, 자산의 불평등이 또다시 교육의 불평등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교육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IMF의 고통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1997년 IMF이후, 정리해고법․파견법․기간제법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현재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졌고, 모든 영역에서 비정규노동․간접고용이 일반화되었다. IMF의 고통분담은 노동자․서민에게 집중되었다. 

2021년, 4차 산업혁명과 산업전환이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플랫폼노동의 전면화로 노동의 권리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사상최대의 불평등 재난 속에서 기업과 재벌은 코로나 특수를 누리지만 노동자는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 

이 전환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노동자들의 위상과 민중들의 삶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재벌과 대기업의 금고가 아니라, 노동자의 삶을 바꾸고, 기득권세력이 아니라 민중의 미래를 지키는 전환으로 만들기 위해 민주노총이, 노동자가 10월 20일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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