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아커피'서 10월 25일까지 6명의 예술가들이 펼쳐보이는 '제주의 생명력' 전시

▲ '백 년의 무근 빛' 전시 안내 포스터. ©Newsjeju
▲ '백 년의 무근 빛' 전시 안내 포스터. ©Newsjeju

제주 원도심에서 100년 된 목조가옥인 '순아커피'에서 지난 24일부터 '백 년의 무근 빛'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주최하고 문화관광부가 후원해 준비된 '백 년의 무근 빛' 전시는 '묵은 빛의 온기와 제주의 생명력'을 주제로 사진, 일러스트, 공예, 드로잉 등의 다양한 작품 33점이 오는 10월 25일까지 전시된다. 순아커피와 대동호텔이 주관하고 글로벌 예술소품 기업인 WOYC코리아가 협찬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제주 원도심을 찾아가는 프로젝트' 첫 번째로 이뤄진 것으로, 참여 작가들이 직접 기획하고 전시 공간을 섭외했다. 작품 설치와 포스터 제작까지 작가들이 주도했다. 강건모(헤르츠티어), 고산, 김만, 박지훈, 이승열, 클로이 등 제주에서 활동하는 6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전시 타이틀인 '백 년의 무근 빛'은 탐라시대 때 축성돼 오늘날 원도심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는 무근성(오래된 성)의 이미지에서 착안됐다. 그래서 전시 주제가 오래된 것들이 뿜어내는 '묵은 빛의 온기와 제주의 건강한 생명력'이다.

백 년의 역사를 관통하면서 제주의 원도심을 지켜내 온 공간에서 마주하는 해묵은 것들에서 새롭게 다가올 수 있는 다양한 예술 언어들로 전시공간을 채웠다고 밝혔다.

▲ 강건모 작가의 사진 작품 '입술'. ©Newsjeju
▲ 강건모 작가의 사진 작품 '입술'. ©Newsjeju

# 제주라는 시공간을 바라보는 여섯 개의 시선

강건모 작가는 제주의 어느 빈 마구간에서 마주한 시간과 습기, 균열, 마모가 빚어낸 한 폭의 그림 같은 서사를 사진에 담았다. 작가는 스스로 빛나는 폐허의 장면들을 들여다보며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면 삶은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독일 문학 스케치 여행을 했던 고산 작가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수레바퀴 밑에서'와 '크눌프' 등의 배경이 되는 공간을 펜드로잉으로 그려냈다. 그의 펜으로 형상화된 집은 인간의 이야기가 태어나는 공간을 은유한다. 

올해로 제주 입도 29년차인 김만 작가는 오래된 책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자르고 묶어서 만들어낸 북아트 공예로 조형미 넘치는 예술 책을 선보인다. 아울러 이제는 볼 수 없는 제주의 옛 자연을 표현한 목판화로 주제를 해석했다.

박지훈 작가는 여정, 새 식구, 회상, 동반, 동경 등 추억과 연관된 단어들로 자신과 타인의 경험을 캐릭터와 스토리로 시각화한다. 부드러운 연필 선으로 서서히 명암을 중첩하는 방식으로 공들여 담은 시간의 흔적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감각적인 색채로 삶의 온기를 그려내는 이승열 작가의 일러스트에선 ‘제주 할망’들의 건강한 일상이 눈에 띈다. 가시리에 살며 일하는 할망들의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본 작가는 개성 넘치는 제주 할망들의 그림 시리즈를 작업하고 있다. 

북커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클로이 작가는 길에서 맞닥뜨린 제주의 동물들과 눈 맞춤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에 주목한다. 그림 속 길고양이, 까마귀, 조랑말, 산비둘기 등을 보고 있자면 제주의 아픔이 인간의 것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아픈 존재들끼리 마주치는 눈빛은 다정하고 깊다. 

▲ 이승열 작가의 일러스트, 제주할망(점심시간). ©Newsjeju
▲ 이승열 작가의 일러스트, 제주할망(점심시간). ©Newsjeju

이번 전시에선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의 소통을 고려해 특별히 제작된 온라인 콘텐츠들도 선보인다.

영상과 음악 등 미디어 작업을 하는 강건모 작가가 전시의 메시지와 스토리텔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온라인 전시 겸 아티스트 노트 영상을 제작했다. 여섯 명의 작가들이 자신의 음성으로 전시 작품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전시 공간 '순아커피' 대표가 들려주는 '순아' 할머니의 감동적인 사연도 전시 콘텐츠에 더해졌다.

제주4.3과 6.25라는 참화를 겪은 세대가 남긴 "살암시라. 살암시믄 좋은 날 온다"라는 메시지가 뭉클한 울림을 줄 것이다. 온라인 영상은 아래의 링크를 타고 가면 된다. 

'백 년의 무근 빛' 아티스트 노트.

전시 기간 동안 연계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소수 인원만 참가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은 온라인(페이스북 페이지 ‘2021호텔속서가-예술로거리로’)에서 신청하며, 작가가 직접 전시 해설 및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전시 현장엔 협찬사로 참여한 WOYC 코리아가 전시 작품을 모티브로 제작한 다양한 스타일의 예술 소품들이 구비돼 있으며,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 클로이 작가의 일러스트, 꽂잠. ©Newsjeju
▲ 클로이 작가의 일러스트, 꽂잠. ©News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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