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넘는 탐나는전 자금, 제주가 아닌 대행사 계좌로?
김경미 의원 "행정이 특정기업 재산 증식해준 꼴" 맹비난
예치금 이자 반납 여태껏 '0원'... 제주도정 이제서야 "조치하겠다" 변명

정부, 문제 인식하고 관련 법령 개정 중... 
제주도정, 문제 알고 있었다 했지만 타 지역도 같은 상황이라며 핑계대기 급급
부산과 인천은 이미 지방정부로 명의 변경

김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 김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제주특별자치도가 운영하는 '탐나는전' 지역화폐 유통자금이 실제로는 제주도정이 아니라 대행사 명의의 계좌로 이뤄지고 있어 논란이 일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현길호)가 14일 제주도정을 상대로 진행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김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탐나는전의 심각한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김경미 의원의 지적과 제주도정의 해명에 따르면, 제주도정이 운영하고 있는 지역화폐인 '탐나는전'의 예치금과 충전금이 대행사인 '코나아이' 명의의 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치금은 지자체가 지원하는 할인금액으로, 카드형 금액의 10%로 정해져 있다. 지난해 제주도정이 200억 원의 탐나는전을 발행했고, 올해엔 4250억 원 규모로 발행했다. 이 가운데 카드형 3470억 원의 10%인 347억 원이 예치금인데, 이 돈이 '코나아이'가 개설한 통장에 들어가 있다. 충전금은 지역화폐 이용자가 충전하는 금액으로, 이 역시 코나아이 계좌로 들어간다. 이용자가 제주도정이 아닌 대행사 통장에 돈을 넣어주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정은 내년에도 약 6000억 원 규모로 탐나는전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2022년까지 지류형(종이상품권)을 제외하고 제주에서만 예치금과 충전금을 포함해 무려 1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운영 대행사의 계좌로 넣어주고 있는 형국이 된다.

제주도가 지역화폐인 '탐나는전' 지류상품권 불법 환전 의심 내역과 관련해 일제단속을 벌인 결과, 4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고 1일 밝혔다. 
▲탐나는전 이미지.

이를 두고 김경미 의원은 "이자수입 등으로 해당 업체의 재산을 불려주고 자산형성에 도움을 주게 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최명동 일자리경제통상국장은 "그렇다"고 인정하면서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게 불합리하다고 봤다. 부산을 제외한 다른 시·도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며 "그래서 올해 2월 금융위원회에 부산처럼 제주 역시 지방정부 명의의 계좌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지난 9월 8일에 자금 운영을 지방자치단체로 한다는 의무조항이 담긴 지역사랑상품권 법 개정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돼 현재 처리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알고 있었으면 이걸 왜 의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오히려 최명동 국장은 제주에선 선제적으로 잘 대응한 것이라고 맞섰다. 

허나 선제적으로 잘 대응했다면 부산이나 인천처럼 이미 계좌를 지방정부로 변경했어냐 했다. 앞뒤가 안 맞는 변명으로 일관하자, 김 의원은 다시 "보고를 안 했고 위험성 공유도 안 했다"고 지적한 뒤 "예치금 이자를 도청에 반납하도록 용역계약서에 명시돼 있는데, 반납이 됐느냐"며 "충전금 이자는 반납했나. 내년까지 3년이면 거의 1조 원 가량"이라고 따졌다.

최 국장은 "운영 대행사의 문제이긴 한데..."라면서 잘못을 코나아이 측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최 국장은 "계속 얘기하고는 있는데 지금 현재는 (반납하지 않은 상태)그렇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단 한 번도 반납하지 않았다. 이건 나중에도 안 될 것"이라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제주도정이 코나아이의 재산을 1조 원까지 부풀려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현길호 농수축경제위원장과 강성균 의원. ©Newsjeju
▲ 현길호 농수축경제위원장과 강성균 의원. ©Newsjeju

문제를 인식한다면서도 최 국장은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피해가려하자, 김 의원은 "문제는 더 있다"며 지적을 이어갔다.

김 의원이 "반기별로 상품권의 보유현황을 (제주도정)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돼 있다"고 말하자, 최 국장은 "조례에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어서 당연히 발행액과 환전액을 공고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못했다. 이 부분은 철저히 하도록 하겠다"고만 답했다.

김 의원은 또 다른 문제점을 연거푸 들이밀었다. 김 의원은 "지역화폐에 대한 빅데이터와 로우데이터, 원데이터 모두 코나아이가 갖고 있다. 나중에 도정으로 이관될 것이라고 하지만, 코나아이와는 내년 말까지 3년간 계약돼 있다. 이게 볼모가 돼서 다시 코나아이와 계약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제주도정에 로우데이터가 없는 상황인데 거기 말고 누구랑 계약한다는 말이냐. 다른 곳과 계약하면 이 데이터를 넘겨받을 수 있다는 것이냐"며 "다른 지자체에선 이 문제를 인지해 통신망을 깔았더라. 제주에선 USB로 받을거냐. 개인정보가 있는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그제서야 최 국장은 "지적이 옳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다시 김 의원이 "지역화폐가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거 인정한다. 그런데 너무 준비가 안 돼 있다. 도민의 돈이 코나아이에게 가 있는 게 맞는거냐"고 반문하자, 최 국장은 "준비가 안 돼 있던 게 아니다. 처음부터 제주도정 계좌로 하려 했으나 법의 걸림돌에 의해 그랬던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현길호 위원장이 나섰다. "다른 지자체가 그러니 그랬다는 말은 핑계다. 그런 의지로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쏘아붙이면서 "설계할 때부터 문제가 된 것 아니냐"며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강성균 의원(더불어민주당, 애월읍)도 거들었다. "국장께선 그게 아니라고 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고,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고, 그러면서도 준비는 소홀하지 않았다고 하고, 지금 탐나는전 문제가 심각한데 그렇게 변명으로 일관하면 이렇게 행정사무감사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힐난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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