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780억 원이었던 제주도 관광진흥기금 현재는 '0원'...
제주도 일반회계서 끌어다 쓰는 형편임에도 기금 목적대로 여전히 집행 안 해

박원철 의원 "어떻게 웰컴센터 시설관리비가 기금으로 쓰이나" 질타에
제주자치도 관광국 '침묵'... 내년에도 일반회계에서 150억 전출받아서 써야

▲ 제주특별자치도 관광국이 관광진흥기금 전출 문제로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도의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아야 했다.
▲ 제주특별자치도 관광국이 관광진흥기금 전출 문제로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도의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아야 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관광진흥기금을 마이너스 상태로 만들어 제주도의원들로부터 또 다시 뭇매를 맞아야 했다.

한 때 조성된 기금이 780억 원에 달했었지만, 제주도정이 이를 사실상 일반회계 사업에 집행해버리는 바람에 기금 적립액이 계속 줄더니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0원'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이로 인해 제주도정은 일반회계에서 다시 전출해 와 '관광진흥기금'으로 적립시키고 이를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관광사업체에 융자 지원 또는 보조를 해주고 있다. 허나 정작 지원돼야 할 소규모 관광사업체보단 금융권에서 신용이 담보되는 업체, 즉 이른바 잘 나가는 관광사업체에만 '기금'이 지원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여전히 제주자치도 관광국이 예전 관행대로 기금의 일부를 일반회계처럼 집행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실례로 웰컴센터 시설관리비로 8억 8000만 원이 관광진흥기금으로 집행됐고, 50억 원의 기금이 제주관광공사 운영지원비로도 쓰였다. 일반회계가 '기금'의 탈을 쓰고 다시 일반회계로 쓰이는 형국이라는 지적이 27일 제기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안창남)가 27일 제주자치도 관광국을 상대로 '제주관광진흥기금 운용·관리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등 10건의 안건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이러한 질타가 쏟아졌다.

김황국 의원(국민의힘, 용담동)과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 한림읍), 안창남 위원장(무소속, 삼양·봉개동)이 당초 목적대로 관광진흥기금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회계처럼 사용하다가 코로나19로 위기가 닥치자 기금이 마이너스가 되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시켰다고 맹폭격을 가했다.

김황국 의원(국민의힘, 용담동).
▲ 김황국 의원(국민의힘, 용담동).

# 제주도정, 내년에도 계속 일반회계서 전출해야

김황국 의원은 "기금의 수입구조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매해 부족분 100~15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일반회계에서 전출해 오고 있는데 계속 이렇게 할 거냐"고 물었다.

변영근 관광정책과장은 "기금 재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카지노 매출액과 출국 납부금인데 이게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태다. 앞으로 국제선이 다시 개방되면 조금은 풀릴 것으로 전망되나 당장은 일반 통합기금에 대한 융자를 메꿔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어쩔 수 없이 제주도정으로부터 전출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황국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기금의 수입구조는 변영근 과장의 답변대로 출국 납부금과 카지노 매출 납부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2019년도 출국 납부금이 126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25억 원 정도로 줄었고, 카지노 매출 납부금도 2019년엔 471억 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겨우 2억 원에 그쳤다. 카지노 업계가 워낙 어려워지다보니 150억 원을 납부해야 했으나 유예된 상황이다.

김 의원은 "올해 기금 수입액 211억 대비 지출액이 427억 원이나 된다. 216억 원 정도가 모자라는데 이걸 다 일반회계에서 충당할거냐"고 물었다.

변영근 과장은 "이번에 일반회계에서 100억 원을 전출받았고, 지난번 추경을 통해 60억 원을 받아놓은 게 있어 올해는 가능한데, 내년에도 문제라 일반회계 통합기금에서 100억 원 정도를 융자해 줄 걸로 (예산부서로부터)약속받았다"며 "유예된 카지노 납부금도 상환이 도래가 된 곳부터 조금씩 받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 한림읍).
▲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 한림읍).

# 기금 '0원' 사태, 코로나19 때문? 그간 어떻게 집행했나

이어 박원철 의원은 제주도정의 관광진흥기금 집행 실태를 따져 묻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그간 기금이 연도별로 누적돼 온 것을 보면 얼마나 행정이 엉터리로 운용해왔는지를 볼 수 있다"며 "2016년 말에 조성액이 780억 원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불과 5년만에 올해엔 제주도정에서 출연하더라도 101억 원 수준이다. 도정에서 출연을 안했다면 기금을 조성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변영근 과장이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변명했지만, 되레 행정의 무능함만 드러났다. 박 의원은 "코로나 핑계 댈 게 아니다. 기금은 특별법에 명시한대로 특수 목적으로 설치하고 융자나 보조의 용도로만 목적대로 집행했어야 했는데 그간 어떻게 했느냐"며 "기금 조성 목적에 어긋나게 일반회계로 편성해서 다 빼먹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박 의원은 "재난 상황일 때 기금을 사용할 수 있어야 했는데 지금 영세사업장에 지원할 돈이 없다"며 "관광사업체에 지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금융기관 대출조건에 맞춰서 융자할거라면 굳이 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나. 정말 이제껏 기금 목적대로만 운용해왔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변영근 과장은 침묵을 유지해야 했다. 박 의원이 "집행부로부터 전출받아오면 어디다 쓸거냐. 또 일반회계 사업들을 기금 사업으로 편성할 거냐"고 지적하자, 변 과장은 "지적한대로 기금 목적에 맞게 쓰고 나머지를 일반회계로 편성토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기금으론 융자나 보조밖에 할 수 없어야 하는데 현 상태는 조례를 위반하고 있는거다. 예년처럼 관행을 되풀이하겠다면, 어렵게 기금으로 전출시켜서 일반회계처럼 쓸거면 왜 전출을 받는거냐. 그냥 일반회계로 써야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광국 변영근 관광정책과장.
▲ 제주특별자치도 관광국 변영근 관광정책과장.

그럼에도 변 과장은 "2차 보증금도 많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을 반복했다.

이에 박 의원은 "그러면 전출받은 150억 원을 전부 기금 목적대로 쓰겠다고 장담할 수 있나. 관행들을 다 없애야 한다"고 촉구했다. 변 과장이 "제도개선에 힘쓰겠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이게 무슨 제도개선의 문제냐. 의지의 문제"라고 일갈했다.

다시 변 과장이 "일단은 자금이 없기 때문에 기금이 안정화 될 때까진..."이라며 재차 같은 입장을 견지하자, 안창남 위원장이 나섰다. 안 위원장은 "이게 어떻게 제도개선의 문제냐. 기금 적립이 풍부했을 때엔 코로나 같은 위기 올 줄 모르고 수백억 원을 일반회계로 다 써버려놓고는 고갈되니까 이제와서야 이러면 되나"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예산서를 보니 이런 경우가 부지기수다. 웰컴센터 시설관리비 8억 8000만 원이 어떻게 관광진흥기금과 연결되나. 제주관광공사 운영지원 50억 원도 있다. 운영비도 기금으로 지원하느냐"며 "이렇게 돈을 다 써놓고 어쩔 수 없다고? 바로 잡을 건 잡아서 코로나 시국에 관광진흥기금이 마중물, 종잣돈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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