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친이 안에서도 공개 표출
ㆍ여권 갈등 ‘뇌관’


한나라당 내에서 4대강 사업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2 지방선거 패배 후 민심이 심상치 않음을 체감한 의원들 사이에서 세종시 문제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있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 정권의 명운을 건 청와대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어, 선거 패배 후폭풍에 휩싸인 여권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조짐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조절론은 일단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적극 표출되는 양상이다.

이한구 의원은 4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4대강 사업과 관련, “속도와 범위를 조절하고 법에서 정한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4대강 사업은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사안이 돼버렸다”면서 “목표와 취지는 좋지만 취지가 달성될 수 있도록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상찬 의원도 지난 3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세종시 백지화, 4대강 사업과 같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은 사업을 전면 중지 또는 백지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남 지역의 한 친박계 의원은 “선거기간에 제일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야당과 종교단체가 그토록 반대하는데 4대강 사업을 무리해서 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 묻지마식으로 나가는 건 잘못이라는 얘기”라며 “4대강 사업 중단을 선언하고 국토해양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교체하지 않으면 위기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백지화까지 요구하는 친박계와 온도 차이는 있지만 친이계에서도 4대강 사업 조절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진성호 의원은 3일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아무리 중요한 정책이라도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국민을 설득하는 시간과 비용을 너무 안들이고 정책을 밀어붙인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신중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4대강 보 설치나 강 주변지 개발 계획 등에 있어 일부 수정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4대강 사업 논란에 대해 되도록 언급을 자제해온 당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선거 참패에 대한 의원들의 충격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전히 사업 강행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됐고 예산도 다 집행된 사업을 지방선거 하나로 멈출 수는 없지 않으냐”(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입장이다.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의 완패로 세종시 수정이 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4대강 사업까지 접는다면 급속한 레임덕(권력누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부분적인 보완 요구는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지방예산 등을 고리로 야당 광역단체장 설득에 나서 사업을 관철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선거 패배 책임론과 맞물려 4대강 사업이 여권 갈등의 뇌관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