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사기 혐의 기소된 50대에 '무죄' 판결
"미필적 고의성 없어 보여"···"범죄 인식 후 자수한 점 등 참작"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현금 수거책 범죄에 가담한 50대에 무죄가 선고됐다. 정신장애가 있는 피고인이 범죄를 인식 후 곧바로 경찰서를 찾아 자수를 한 배경이 참작됐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부장판사 김연경)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56. 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단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3월3일 낮 12시쯤 제주시에서 모 카드 회사 직원 행세를 했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들로부터 5회에 걸쳐 약 4,200만원을 교부받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입금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무죄를 선고한 법원은 피고인이 '미필적 고의성'을 갖고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사유는 정신장애 3급인 A씨가 범죄 가담성을 인식 못하다가 뒤늦게 깨달은 후 스스로 자수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재판과정 등에서 사건 발생 며칠 전 자신의 휴대폰으로 '수금사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왔고, 취업을 하고 싶은 마음에 연락을 했다고 진술했다. 

자수를 결정한 계기는 택시기사와 나눈 대화다. 

피고인은 사건 발생일인 2021년 3월3일 낮 현금 수거책 역할을 위해 택시를 탔다. 차량 안에서 A씨는 자신의 취업 조건을 자랑했는데, 택시기사는 "보이스피싱 일을 하는 사람에게나 그런 일당을 준다"고 답했다. 

현금수금 범죄를 마친 후 집으로 가던 A씨는 택시기사 발언과 자신이 당일 행동한 업무들을 돌이켰다. 

같은 날 밤 9시49분쯤 112로 신고한 A씨는, 경찰서를 찾아 자진신고를 하며 범죄가 발각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택시기사 말을 듣고 바로 범행을 중단하진 않았지만,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범죄'라는 인식이 들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늦은 시간에 경찰서로 자진 출석했다는 것은 그 이전에는 정당한 업무라고 믿었음을 방증한다"고 무죄 사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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