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의 임기는 앞으로 10년!'

대단히 놀라운 소식이다. 오는 6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사령탑으로 취임한지 20년째를 맞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앞으로 10년 더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는 빅뉴스가 터져 나와 잉글랜드 축구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물론 맨유 구단 측의 공식 발표가 나온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하나의 소문에 불과할 뿐이지만 소문 제공자들이 맨유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노장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곳 언론들은 일제히 퍼거슨 감독의 맨유 취임 20주년 관련 특집기사를 보도하면서 일부 선수들의 말을 인용해 올해로 64세를 맞은 퍼거슨 감독이 향후 10년 더 클럽을 지휘할 것이라는 내용을 함께 실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지난 86년 11월6일 론 애킨스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넘겨받은 퍼거슨 감독은 무려 30년째 한 클럽을 지휘하는 세계 최초의 사령탑이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이같은 빅뉴스의 제공자는 다름아닌 맨유의 백전노장 폴 스콜스(32)와 개리 네빌(31). 여전히 젊은 선수들 못지 않은 출중한 활약을 펼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스콜스와 네빌은 "퍼기(퍼거슨의 애칭)가 앞으로 5년에서 10년 더 지휘봉을 잡는다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시즌 동안 8차례의 프리미어리그 타이틀과 5번의 FA컵 우승, 2번의 리그 컵 우승, 각각 한번씩의 챔피언스리그과 컵 위너스컵 우승을 일궈냈던 금세기 최고의 명장 퍼거슨 감독은 98~99시즌에는 신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트리플(3번의 우승, 리그-컵 대회-유럽 대항전)'을 달성하기도 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맨유 유니폼을 입고, 퍼거슨 감독의 부임과 함께 성장한 네빌은 "퍼기가 74세가 될 때까지 올드 트래포드에 머물 것으로 생각된다"며 "퍼기가 없는 맨유는 존재하지 않았고, 또 지금의 영광도 없었다"고 퍼거슨의 업적을 칭송했다.

네빌은 "버스비 경이 클럽을 시작한 창조주라면 퍼기는 현재의 영광을 만들어낸 인물"이며 "지금의 나를 키웠듯이 루니와 호날두의 성장도 끝까지 책임졌으면 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보였다.

고질병인 시력장애에도 불구하고, 꿋꿋히 제 몫을 해주고 있는 폴 스콜스도 "퍼기를 처음 만났을 때 쉴 새 없이 꾸짖는 모습이 너무 무서웠다. 마치 '헤어 드라이어'처럼 끝없이 다그치는데 정신없을 정도였다"고 돌이켰다.

그는 "지금도 무섭긴 마찬가지지만 퍼기가 없었으면 현재의 맨유는 존재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맨유의 진정한 '레전드'는 퍼거슨 감독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세워보였다.

3일 방문한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 스타디움에서 만난 팬들도 퍼거슨 감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클럽 부임 20주년 기념행사'를 겸해 4일 열리는 포츠머스와 프리미어리그 11차전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티켓 창구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존 믹셔(27, 대학생)는 "퍼기가 왔을 때 나는 고작 6살에 불과했다"며 "할아버지가 내 손을 잡고 올드 트래포드에서 퍼기를 가르키며 '저 신사가 바로 우리의 영광을 다시 일궈낼 사람이란다'고 말했던 것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믹셔는 "퍼기같은 감독은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내가 중년이 될 때까지 퍼기가 올드 트래포드를 지켰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두살배기 아들을 안고 올드 트래포드 안에 위치한 '메가 스토어'를 찾은 마이크 설리반(33, 금융업)씨도 "58년 뮌헨 참사 속에서 살아나 클럽의 영광을 일구기 시작했던 버스비 경도 이뤄내지 못한 것들을 퍼기가 해주고 있다"며 "아버지가 그랬고, 할아버지가 그런 것처럼 나도 내 아들에게 진정한 '맨유 사랑'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퍼거슨 감독이 앞으로 10년을 더 클럽 지휘봉을 잡고 30주년을 맞든, 중도에 물러나든 그것은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이 키워낸 클럽의 '레전드'급 올드 플레이어들로부터 몇 대(代)를 걸친 팬들에 이르기까지 그가 변함없는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이곳만의 축구 사랑 분위기는 정말 부럽다. 【맨체스터(영국)=뉴시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