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제주지법 제1행정부, '내국인 의료' 가능하다 판결
"영리병원 허가조건 내세운 제주도정, 명시적으로 기재하지 않아"
내국인 진료 제한은 '의무' 사항일 뿐···관련 법령 등 토대로 강제성 없어
"조건부, 신의 한 수" 자평했던 원희룡···법원 "개설허가 전면 취소 아니고서는 '유효'"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원희룡 도정 당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에 조건부 허가로 승인해 준 영리병원 사업에 대해 법원이 "법령상 근거가 없는 위법 행위"라는 판단을 내렸다. 조건부 승인을 두고 "신의 한 수"라고 자평한 원희룡 지사의 확신은 신뢰를 잃은 거짓말이 됐다. 

5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수석부장판사 김정숙)는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고, 피고는 제주특별자치도다. 녹지 측은 제주도정이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사안이 부당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제주지법 제1행정부는 "2018년 12월 원희룡 제주지사가 녹지 측 영리병원 개설조건으로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 허가 조건 부분을 취소한다"며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명시했다. 즉, 영리병원은 내국인 진료도 가능하다는 법리적 해석이다. 

소송의 시작은 2018년 12월 제주도정이 영리병원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진료대상자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다(내국인 진료 제한)'는 조건부 명분을 내세우며 불거졌다. 

재판부의 판결로 제주도정은 영리병원 조건부 허용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세심한 대책 마련이나 관련 법령 해석을 오역한 사안만 부각되는 셈이 됐다. 

법원은 도정이 허가조건을 내세우면서, 그 조건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개설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안을 명시적으로 기재하지 않은 점을 언급했다.  

이 때문에 제주도정은 녹지그룹에 허가조건을 이행할 '의무' 사항만 부과했을 뿐, 강제성은 없는 사안으로 해석하는 방향이 옳다는 것이 재판부의 시선이다. 연장선으로 허가조건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개설 허가 효력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도정은 2019년 4월 녹지그룹 측에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을 했지만, 확정 판결은 반대 결론이 나오면서 제주도정의 명분은 약화됐다. 영리병원 개설 허가가 전면 취소되지 않는 이상, 유효한 효력을 얻는다고 재판부는 명시했다. 

재판부는 "(관련 법률 등을 종합해 보면) 제주도정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부 허가는 아무런 법령상 근거가 없다"며 "허가 조건은 위법하기에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녹지국제병원(제주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제주영리병원).

제주지법은 도정이 내세운 주장인 "녹지그룹 측이 병원 부지 등을 제3자에게 매도해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친 상태로, 병원 개설 및 운영을 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역시나 영리병원 개설 허가가 취소되지 않은 이상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매각) 인정 사실만으로 원고가 병원 운영을 포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제주특별법 등은 '외국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피고가 보건의료정책 심의회를 거쳐 개설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현재까지 개설 허가가 취소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유효하게 존재한다"고 했다. 

한편 원희룡 제주지사는 2018년 12월5일 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영리병원 문제의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원희룡 지사는 "내국인 진료는 하지 않도록 확약받고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이라며 "내국인 진료로 의료체계를 무너뜨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내국인 진료 불허가) 검증될 것이라는 걸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한다. 이에 따른 모든 정치적인 책임 피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신의 한 수'라는 한줄 평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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