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제주지법 제4형사부 무죄 판결
재판부 "너무 늦게 명예회복을 했다, 이제 조금은 편안해지길 바란다"

3월16일 제주 4.3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는 순간, 유족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달 제주 4.3 재판 무죄 선고에 눈물을 흘리는 유족들 

제주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에 회부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수형인들이 다시 무죄 판결을 받으며 법원이 울음바다가 됐다. 

19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4.3 직권재심 청구자 20명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무죄 판결은 지난달 29일 1·2차 직권재심 총 40명 '무죄'에 이은 세 번째 판결이다. 

이날 피고인들은 1948년부터 1949년 사이 내란죄,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 당시 피고인들은 현재 사망했거나 행방불명으로, 유족들이 재판에 임했다. 

'제주 4.3사건 직권 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하 합동수행단)' 변진환 검사는 "4.3사건은 우리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많았던 비극"이라며 "이념과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됐으나 수십 년 세월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직권재심으로 국가공권력을 바로 잡아야 한다. 무고한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유족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위로되기를 바란다"며 전원 무죄를 구형했다.

제주지법 제4형사부 장찬수 부장판사는 "변호사는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입증 책임이 있는 검찰은 관련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어 피고인 전원에 무죄를 선고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눈물로 소감을 대신했고, 재판장은 아픔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한 유족은 "저희 모친이 지난달 105세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판결도 보지 못한 채 말입니다"라고 눈물을 쏟아냈다. 재판장은 "너무 늦게 명예회복을 했네요"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또 다른 유족은 "오늘 무죄 판결을 받으니 돌아가신 아버지도 기쁜 마음으로 집을 찾아와 저를 볼 것만 같습니다"라며 울먹거렸다. 

"아버지 얼굴은 기억나시느냐, 많이 보고 싶으시죠"라고 재판부는 물었고, 유족 측은 "기억이 난다.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오열했다. 

재판장은 "이제 좀 편해지길 바랍니다"라고 세월의 아픔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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