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수사권 박탈, 과거사 인권침해 사건 직권재심 업무 불가"
이원석 제주지검장 "검수완박 시 직권재심, 이론상으로 난감"
4.3합동수행단 "유족 확인 절차 과정 어려워질 듯"

김오수 검찰총장이 '제주4·3사건 직권 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현판식에 참석해 "불안한 과거사를 바로 잡겠다"고 약속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제주4·3사건 직권 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현판식에 참석해 "불안한 과거사를 바로 잡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절차를 추진 중인 가운데 정치권과 검찰 등에서 연일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원석 제주지검장 등 지방 검찰 수장들은 잇따라 반대 의사 표명을 공식화하고 있다. 큰 골자는 검수완박으로 결국 좋은 변호사를 사지 못하는 힘 없는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내용이다. 

21일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도 서울 서초구 대검 기자실에서 '검수완박'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우려를 표했다. 대검이 꺼낸 명분은 과거사로, 제주 4.3을 끄집어냈다.  

이날 대검은 브리핑을 통해 '검수완박' 시행에 따른 우려 사항을 열거했다. 

안보 범죄대응 역량 악화로 국가와 사회 안전 피해와 정보·치안·수사권을 독점하게 될 경찰의 비대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선관위-경찰-검찰로 이어지는 '선거범죄 수사시스템' 붕괴도 걱정했다. 검찰 수사 기능 폐지로 모든 선거 사건을 경찰이 나서야 하는데, 업무 부담으로 부실화가 초래된다는 내용 등이다. 

그러면서 대표적으로 꺼낸 사안이 바로 '제주 4.3 사건'이다. 4.3 등 과거사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직권재심 업무수행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검찰은 5·18 민주화운동 등 과거 권위주의시대 인권침해 사건들에 대해 직권재심을 청구했고, 최근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을 설치해 직권재심 청구에 나서고 있다. 

올해 4월14일 기준으로 직권재심 청구 사건은 ①5.18 민주화운동 관련(183명) ②긴급조치 위반(218명) ③계엄법 위반(120명) ④진실화해위 재심권고(30명) ⑤부마민주항쟁(9명) ⑥제주4·3 사건(100명) 등이다. 

합동수행단 변진환 검사가 피고인들에 무죄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고 있다.
합동수행단 변진환 검사가 피고인들에 무죄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고 있다.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청구는 오늘(21일) 오전 30명이 더해져 총 130명이 됐다. 직권재심 청구에 나서며 희생자와 유족의 억울함을 푸는 업무를 하는 기관이 바로 '제주 4.3사건 직권 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하 합동수행단)'이다. 

합동수행단은 제주4·3위원회로부터 권고받은 직권재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11월24일 출범했다. 

2021년 11월22일 제주4·3위원회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수형인 2,530명에 대한 유죄판결의 직권 재심 청구를 법무부장관에 권고한 사안이 시발점이 됐다. 

제주 4.3위원회의 권고에 법무부장관은 대검찰청에 신속한 직권 재심을 청구하는 등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 회복에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합동수행단은 1948년부터 1949년 사이 군법회의에 회부돼 억울한 옥살이를 한 2,530명에 대해 우선적으로 이름과 주소, 본적지 등을 확인하면서 직권재심에 나서고 있다. 

만일 수사권이 박탈된다면, 직권재심 절차도 탄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검 측의 주장이다. 

대검은 "재심청구를 위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도 수사에 해당한다"며 "검찰의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된다면, 현재 진행 중인 제주4·3사건 등 과거사 직권재심 업무수행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석 제주지검장은 "'검수완박'으로 인한 피해는 좋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선량한 일반 시민들에게 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원석 제주지검장은 "'검수완박'으로 인한 피해는 좋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선량한 일반 시민들에게 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수사권 박탈로 인한 대검찰청의 우려는 앞서 이원석 제주지방검찰청장의 한숨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원석 지검장은 지난 19일 오후 제주지검 4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수완박' 입법 추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당시 이원석 제주지검장은 "경찰 수사를 통제하고 점검해야 하는 검사 스스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면, 국민의 인권 보호나 수사상 적법 절차 통제가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결국은 호화 변호인을 선임하는 돈 많은 피고인 외 일반 시민들은 피해를 보는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고 말했다. 

제주 4.3사건에 대해서도 발언했다. 

이 검사장은 "제가 제주로 부임 후 도내 4.3 유적지를 모두 둘러봤다"며 "법무부와 대검은 협의를 통해 4.3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을 만들어 재심청구에 나서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직권재심을 위해서는 관련자 진술을 서면화하는 등 사실조회를 해야하는 등 수사 범위에 포함된다고 본다"며 "검수완박이 되면 이론적으로 난감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측도 검수완박에 따른 우려를 언급했다. 

합동수행단 관계자는 "직권재심을 진행하기 위해 유족 측 주민 조회도 하고, 연락처를 확인해서 4.3 당시 상황도 구술로 듣는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며 "수사권 자체가 사라지면, 인적사항 확인 과정 등 난항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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