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제주지검 소속 수사관 50명 회의 개최
호소문 통해 거수완박 반대 입장 표명
"검찰 환부? 도려내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제주지방검찰청.
제주지방검찰청.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는 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인 '검수완박'과 관련해 검찰과 정치계가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검찰수사관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22일 오전 10시 제주지방검찰청 소속 검찰수사관들은 4층 대회의실에서 '형사소송법 등 개정안
관련 수사관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제주지검 수사관들은 형사사법체계에서 수행해 온 역할과 '검수완박' 개정법안 시행으로 발생할 문제점과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주지검 소속 50명의 수사관들은 검사는 '두뇌' 역할을, 수사관은 '손'과 '발'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검수완박' 법안으로 검찰 수사관들의 수사 역량이 사장되고, 그 피해는 선량한 일반 시민에게 돌아갈 것을 우려했다. 

이들은 "검찰의 기능 중 형 집행 업무는 죄가 인정되는 경우 그 대가를 집행하는 것으로 수사와 재판 못지않게 중요한 업무"라며 "법안은 이러한 고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연간 약 5조원의 벌과금을 집행하고, 3천여 명의 자유형 미집행자를 검거하는 등 엄정한 형 집행을 위해 노력을 한다"며 "검찰수사관의 사법경찰관 지위가 박탈되면, 형 집행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생겨도 소재를 파악하거나 검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수사관들은 다른 기관으로의 강제 전직이 우려된다"며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수 있어서 의견 수렴조차 없는 사안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소견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제주지검 검찰 수사관들은 이번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 법안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다음은 제주지검 수사관 호소문 전문이다. 

 검찰수사관은 검찰청법 제45조 내지 제47조에 의거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입니다. 일반 대중들은 검찰이라고 하면, 검사를 떠올리지 검찰수사관을 떠올리지는 않습니다. 검찰수사관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저희 검찰수사관은 검사를 보좌해 사건 관련자 조사, 각종 영장 집행, 통신자료 추적, 계좌추적, 수배자 검거, 압수수색 등 수사 업무의 전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 사경의 송치사건 접수, 형집행, 범죄수익환수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쉽게 말하면 검찰청 소속 사법경찰관입니다. 

 검사가 두뇌 역할을 한다면 검찰수사관은 손과 발이 되는 불가분의 관계인 겁니다. 혹자는 소위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개정법에 검사에게 경찰과 공수처에 대한 수사 권한을 부여했기에 충분한 견제장치를 뒀다는 주장이나, 이 법은 검사의 수사권뿐만 아니라 검찰수사관의 사법경찰관 지위를 박탈하고 있습니다.

 일부 범죄에 대해 검사의 수사권을 부여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검찰수사관의 사법경찰관의 지위가 박탈되면 손과 발이 작동되지 않는 상황인데, 어떻게 수사를 하라는 건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사실상 수사권이 형해화 되는 것입니다.

 공수처를 설립하면서 가장 우선적으로 검찰, 경찰 소속의 베테랑 수사관을 확보하려고 했던 것만 보더라도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검찰수사관이 사법경찰관 지위를 박탈당하게 되면 형집행 업무조차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는 겁니다.

 형집행이란 것은 말 그대로 형이 확정된 자를 집행하는 것으로, 거기에는 교도소에 구금하는 자유형이 있고요. 재산형 즉, 벌금형이 있습니다. 

그런데, 형이 확정이 되어도 재판 중 도주하는 경우, 형 집행 중 부모 사망 등의 특별한 사유로 집행이 정지 되었다가 도주 하는 경우, 집행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가 실효되는 경우, 준수사항 위반으로 집행유예가 취소되는 경우, 고액의 벌금을 납부하지 않기 위해 숨어서 사는 경우 등 형을 집행하지 못 하는 경우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와 같은 형미집행자에 대한 검거 업무 또한 검찰수사관의 주된 임무 중 하나입니다. 형미집행자를 검거하기 위해서는 각종 기관에 대한 사실조회, 통신자료, 위치추적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소재를 추적해야 합니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수사 업무에 준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법경찰관 지위가 박탈되면 위와 같은 형집행 업무가 불가하게 되는 겁니다.

 실제 2021년 제주지검 자유형 미집행 발생자는 95명, 전국적으로는 수천명에 이르고, 같은 해 벌금 집행 내역은 294억원, 전국 벌과금 집행 내역은 5조원에 이릅니다. 이 모든 일을 검찰수사관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된다면, 검찰수사관은 어렵사리 수사와 재판 과정을 거쳐 유죄를 받은 범죄자들이 거리를 활보해도 현행범이 아닌 이상 그냥 못 본 척 해야 하고, 열정이 있다 하더라도 112에 신고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 웃픈 현실이 됩니다.

 이는 과장해서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당장 붉어질 일입니다. 엄격한 형집행 없이는 그 전 절차인 수사와 재판은 의미가 없습니다. 처벌을 면할 수 있는데 누가 수사와 재판을 두려워 하겠습니까... 즉, 형벌로 인한 법률상의 제재, 교화, 범죄예방 기능이 사라지는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검수완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습니다. 수십 년 간 축척해 온 검사 및 검찰수사관의 노하우가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공수처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별도의 기관을 만든다고 그 노하우가 바로 생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번 무너진 시스템을 다시 바로 세우는 것은 그 이상의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고, 그 혼란은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은 자명합니다.

 검찰의 환부는 도려내는 방식으로 개선을 해야지, 그 권한을 없앤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건물을 리모델링 할 때도 대들보를 없애지는 않습니다. 일개 내부지침을 개정하는데도 구성원에 대한 의견조회 절차가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개정을 공청회 한 번 개최함이 없이 일방적으로 입법독주를 시도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 시민사회에서 꼭 막아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검수완박법이 통과되면 저희 검찰수사관들은 각자도생을 해야하는 처지입니다. 경찰,, 법무부 산하 교도소, 소년원, 보호관찰소,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으로 강제 전직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검찰수사관은 사법경찰관리 신분이라는 이유 때문에 공무원노조, 직장협의회도 결성할 수 없습니다. 승진적체는 차치하고 간부가 아닌 7급만 돼도 재산등록을 해야 하며, 한 직급만 승진해도 다른 지역으로 전출가야 하는 등 다른 직렬의 공무원에 비해 제약이 상당합니다. 그럼에도 사명감 하나로 묵묵히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만일 다른 직렬이 공무원들이 의견 수렴도 없이 다른 기관으로 강제전직당한다고 하면 과연 순응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저희에게는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도 없는 그런 존재입니까.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단 한명의 억울한 사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형사법의 격언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대통령의 다짐을...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던 누군가의 외침을... 모두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그러한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체계가 구축되는 법안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제주지검 사무국장 이하 검찰수사관 일동은 이번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개정 법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시간을 두고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개혁방안이 제시될 수 있기를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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