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살인 혐의 '무죄', 음주운전 '집유'
검찰·변호인 '쌍방 항소'···항소심서 꺼낸 검찰 히든카드 '예비적 공소사실'
검찰 "위험운전치사 혐의"···"피고인, 음주운전과 부주의로 동승자 사망하게 했다"

2019년 11월10일 제주를 찾은 연인들이 탄 오픈카 사고가 일어난 지 약 2년이 흘렀지만 현장에는 아직도 당시 사고 장면을 표시해 둔 흔적이 명확히 남아있다.
2019년 11월10일 제주를 찾은 연인들이 탄 오픈카 사고가 일어난 지 약 2년이 흘렀지만 현장에는 아직도 당시 사고 장면을 표시해 둔 흔적이 명확히 남아있다.

사망에 대한 고의성 여부가 쟁점인 '제주 오픈카 사망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처음으로 예비적 공소사실 혐의를 추가하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1심과 항소심 첫 기일에서도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검토하지 않았던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을 더하면서 사건 재판은 새로운 시선으로도 쏠리게 됐다. 

11일 오전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경훈)는 '살인 등' 혐의가 적용된 김모(36. 남)씨 항소심 두 번째 재판을 열었다. 

앞서 올해 3월30일 첫 재판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에 예비적 공소사실 여부를 물었다. 1심 재판부도 같은 질문을 던진 바 있는데,  A씨가 숨진 사고에 대해 '위험운전치사' 혐의 적용 여부다.

1심에서 '살인' 혐의를 고수하던 검찰은 항소심 첫 재판에서 "해당 사건은 미필적이라도 살인 사건이라고 판단한다"며 "예비적 공소사실 추가 여부는 검토 중으로, 다음 기일 전까지 확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예비적 공소사실'이란 검찰이 주된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상황을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 사실을 말한다. 

즉, 검찰이 '살인' 혐의로 기소한 사건을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면, 두 번째 대안인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다시 한번 법원이 판단해 달라는 절차적 단계다. 

▲ 재판부와 당시 신고자 등에 따르면 오픈카는 편도 2차선 도로를 주행하다가 인도로 돌진, 연석과 돌담을 차례로 들이받고 주차돼 있던 경운기와 충돌해서야 멈췄다. 빨간색 표시는 보조석에 탑승했다가 밖으로 튕겨나가 숨진 A씨가 쓰러져 있던 장소 ©Newsjeju
▲ 재판부와 당시 신고자 등에 따르면 오픈카는 편도 2차선 도로를 주행하다가 인도로 돌진, 연석과 돌담을 차례로 들이받고 주차돼 있던 경운기와 충돌해서야 멈췄다. 빨간색 표시는 보조석에 탑승했다가 밖으로 튕겨나가 숨진 A씨가 쓰러져 있던 장소 ©Newsjeju

이날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은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하면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꺼내들었다. 

변호인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재판부도 공소장 변경을 받아들였다. 

예비적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2019년 11월10일 새벽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팬션 편도 2차선 도로를 운전하면서 소홀한 행동으로 보조석에 탑승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운전대를 잡은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8%다. 검찰은 사고지점 평균속도 구간 50km를 상회한 시속 110km가 넘은 속도로 피고인이 과속해 연석과 돌담, 경운기를 차례로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다고 했다. 

사고 여파로 오픈카 보조석에 탑승한 전 연인 A씨가 튕겨 나가면서 대수술을 받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검찰은 강조했다. 그 때문에 예비적 공소사실로 특정범죄 가중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인 '위험운전치사'를 포함했다. 

승부수를 띄운 검찰은 최초 사고 목격자를 증인으로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살해 결과와 의도가 핵심으로, 목격자를 통해 사고 후 피고인의 말과 행동 등 객관적인 요소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가 존재한다"면서도 "검찰이 채택한 목격자를 대상으로 반대 신문에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6월29일 오전 10시40분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 머스탱 오픈카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고 지점 현장 사진 ©Newsjeju
▲ 머스탱 오픈카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고 지점 현장 사진 ©Newsjeju

한편 '오픈카 살인사건'의 시작은 피고인 김씨와 숨진 전 연인 A씨가 2019년 11월9일 오후 제주여행을 오면서 시작됐다. 당시 둘은 제주공항에 도착한 뒤 머스탱 오픈카를 대여했다. 

두 명의 연인은 같은 날 밤 곽지해수욕장 노상에서 술을 마시고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모 숙소까지 음주운전을 하고 돌아갔다. 

해수욕장에서 숙소까지 거리는 약 2.1km로, 처음 운전대는 숨진 A씨가 잡았다가 도로에 정차한 상태에서 피고인으로 바꿨다. 사고는 차량이 숙소에 도착한 다음 촉발됐다. 11월10일 새벽, 숙소에 주차 후 A씨는 피고인에게 라면을 먹고 싶다고 했다. 

숙소를 빠져나온 오픈카 안에서 피고인은 "벨트 안 맸네"라는 말과 함께 속력을 높였다. 오픈카는 편도 2차선 도로를 과속 후 인도로 돌진, 연석과 돌담 및 세워진 경운기를 들이받았다. 

보조석에 탑승했던 피해자 A씨는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오픈카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 병원 치료를 받다가 2020년 8월 끝내 숨졌다. 당시 경찰이 조사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8%로 나왔다.

당초 사건을 수사한 제주경찰은 김씨에게 '특정범죄 가중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유족 측이 이의를 제기하며 검찰 단계에서 혐의가 '살인 등'으로 변경됐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팽팽한 대립으로 맞섰다. 검찰은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주장했고, 변호인은 "살인 혐의는 무리수로, 단순한 사고"라고 했다. 

지난해 12월16일 1심 재판부는 '음주운전' 혐의는 징역 1년에 집유 2년을 선고하고, '살인'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의 판단에 검찰은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사유로 항소에 나섰다. 피고 측은 '양형부당'을 외치며 쌍방 항소로 사건은 2심 재판부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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