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올해 3월10일 단죄 감옥 조형물 설치
20일 도 보훈청, 두 차례 행정대집행 계고장 보내고 철거
4.3기념사업위 "4·3 학살 주역 박진경, 제주에 추도비는 말도 안돼"

▲ 5월20일 박진경 대령 추도비에 '단죄' 의미를 담아 설치된 감옥 조형물이 행정대집행 절차로 철거됐다. ©Newsjeju
▲ 5월20일 박진경 대령 추도비에 '단죄' 의미를 담아 설치된 감옥 조형물이 행정대집행 절차로 철거됐다. ©Newsjeju

제주 4·3 학살 주범으로 평가받고 있는 박진경 대령 추도비에 설치된 감옥 조형물이 72일 만에 철거됐다. '단죄' 의미를 담아 감옥 조형물을 제작한 단체는 계속해서 행동에 나설 뜻을 밝혔다.

20일 오후 2시 제주도보훈청은 박진경 추도비 감옥 조형물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이날 도 보훈청은 행정대집행 시작을 알리는 고시문을 읽고 철거 작업에 나서려고 했지만, '제주 4.3 기념사업위원회' 등의 반발로 생략한 채 철거를 시작했다. 

쇠 지렛대를 이용한 감옥 조형물 해체 작업은 단 5분 만에 종료됐다. 행정대집행에 따른 시민사회단체와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시민사회단체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글이 담긴 현수막과 <4.3 학살자 박진경 비호하는 제주보훈청장은 사퇴하라>는 피켓을 들고 조형물 철거 작업을 지켜봤다.

그러나 현장에는 '제주 4.3사건은 공산주의 폭동이고 반란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극우단체들이 참석해서 "4.3은 폭동"이라고 외치면서 시만사회단체와 잠시 말다툼이 빚어졌다. 

박진경 추도비 주위로 설치된 감옥에 새겨진 비문.
박진경 추도비 주위로 설치된 감옥에 새겨진 비문.

앞서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는 올해 3월10일 박진경 추도비에 '역사의 감옥에 가두다'는 제목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박진경 대령은 과거 도민에 대한 무차별 학살을 감행, 제주4·3 학살의 주범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박진경은 부임 한 달 만인 1948년 6월 18일, 대령 진급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부하들에게 암살당했다. 

그동안 4·3 단체 등은 박진경 추도비 철거를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그러나 국가보훈처는 제주시 충혼묘지에 설치됐던, 박진경 추도비를 한울누리공원 인근 도로변으로 이전하며 논란이 계속됐다. 

현재 박진경 추모비가 들어선 곳은 제주도 소유 초지로, 보훈청에서 점용 사용 허가를 받아 관리하고 있다.  

보훈청은 제주 4.3기념사업위 등이 설치한 조형물을 허가받지 않은 불법 시설물로 규정하고 사전 통보 절차를 밟아왔다. 

두 차례 '원상복구(자진 철거) 재명령 및 행정대집행 계고'에도 4.3기념사업회가 응하지 않자 이날 절차적으로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된 감옥 조형물이 철거됐다. ©Newsjeju
▲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된 감옥 조형물이 철거됐다. ©Newsjeju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그동안 도의회에서는 박진경 추도비 철거 주장부터 추도비 앞 객관적 사실을 적시한 안내문 제작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면서도 "제주도 산하기관인 보훈청은 도의회 의견마저 무시한 채 지금의 자리로 박진경 추도비를 일방적으로 이설하면서 갈등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4·3 학살의 주역 중 한명인 박진경 추도비를 제주 땅에 다시 기억하라고 양지바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그것이 제주보훈 행정의 태도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것이 우리가 박진경 단죄 의미를 담은 역사의 감옥을 설치한 이유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4.3기념사업회는 "박진경 추도비에 대해 4·3단체들과 역사학자 등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적시한 안내판이라도 설치해 줄 것을 도정에 요청한다"며 "제주 땅에서 4·3 학살의 주역 박진경 추도 시설물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문화·예술적 상상력을 동원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박진경 단죄를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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