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제주지법, 4.3특별재심 청구인 14명 전원 무죄 선고
검찰, 법원 재심 개시 결정에 불복해 항고하기도
우여곡절 속 재판 진행···"검찰 항고 때 하늘 무너지는 줄 알았다"

▲ 6월21일 오전 제주지법은 제주 4.3 희생자 유족들이 청구한 특별재심을 열고, 14명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Newsjeju
▲ 6월21일 오전 제주지법은 제주 4.3 희생자 유족들이 청구한 특별재심을 열고, 14명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Newsjeju

검찰이 항소에 나서면서 기간이 소요됐던 제주 4.3 특별재심 청구인들이 한평생 듣고 싶었던 '무죄'라는 말을 이제야 들었다. 이번 판결로 올해 3월 첫 번째 일반재심 청구인 33명을 포함해 총 52명이 억울함을 풀게 됐다. 

21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4.3희생자 특별재심에서 총 14명의 피고인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특별재심 피고인들은 제주지방검찰청이 법원이 내린 '재심 인용 결정'에 '즉시항고'를 하면서 순차적으로 재판 개시가 연기된 사람들이다. 

제주 4.3사건 희생자 재심 항고는 올해 3월10일 검찰이 제주지법 4.3전담재판부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제주 4.3 유족회는 희생자 故 김천종씨 등 14명에 대해 지난해 11월과 12월 순차적으로 청구 재심에 나섰다. 올해 3월3일 4.3 전담재판부는 전원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 6월21일 오전 제주지법이 '무죄' 판결을 내리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있는 유족 ©Newsjeju
▲ 6월21일 오전 제주지법이 '무죄' 판결을 내리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있는 유족 ©Newsjeju

검찰이 문제를 제기하며 항소에 나선 배경은 '법리 오해' 명분이었다. 

법원이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법리를 오해했고, 그 결과 재심 개시 판단에 필요한 규정(형사소송법)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재판부가) ①심리기일을 지정하지 않은 점 ②사건관계인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점 ③희생자에 대한 심사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재심 개시 결정 등 사유가 항고로 이어졌다. 

올해 5월27일 광주고법 제주 재판부는 검찰의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기각했다.

이미 희생자로 결정된 피고인들을 다시 검토할 필요성이 없고, 정작 검찰이 사건 접수부터 재심 개시 기간 약 3개월 동안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근거를 항소심 재판부는 들었다. 

재항고 여부를 고심하던 검찰은 결국 광주고법의 기각 사유를 토대로 수용키로 하면서 14명의 특별재심이 열리게 됐다. 

▲ 故 박경생 4.3 피해자 따님이 재판부의 무결 판결에 따른 소회를 밝히고 있다. ©Newsjeju
▲ 故 박경생 4.3 피해자 따님이 재판부의 무결 판결에 따른 소회를 밝히고 있다. ©Newsjeju

이날 특별재심 피고인 4.3 피해자 故 김천종씨 등은 1948년과 1949년 사이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음모 등 혐의로 일반재판을 받고 수형 생활을 했다. 모두 판결문이 존재하고,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들이다. 농사를 짓거나 가정의 가장 등 일반적인 삶을 살아왔다. 이들은 불법 공권력에 의해 낙인찍혀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이후 숨졌거나 실종됐다. 

검찰은 "70여 년간 유족의 고통에 공감하고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즉시항고에 나섰고, 광주고법이 기각하는 등 재판이 늦게 열리게 된 배경을 유족들에게 먼저 설명했다.

이어 "형사 재판에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피고인들은 유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무죄' 선고에 법정에 들어선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고, 손뼉을 치고, 허공을 응시하는 등 각자 다른 감정을 표출했다. 

故 박경생 4.3 피해자 딸은 "무죄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를 드린다"면서도 "어렵게 재심청구가 진행됐는데 검찰의 항고 등으로 시간이 소요됐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이 끝나면) 저희 아버지 묘를 찾아가서 '이제는 안심하시라'고 술을 한 잔 드릴 것"이라며 "무죄 판결로 아버지가 비로소 새사람이 됐음을 실감하고, 더 이상은 남을 원망하지도 않고 순리대로 살아가겠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약 70년 동안 갇혀왔던 굴레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길 바란다"며 "이제는 평온해지셨으면 좋겠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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