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국장 향한 소통 강화 주문이었으나 행정시장 임명 여부 고심 은연 중에 드러낸 듯

▲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강병삼, 이종우 행정시장 후보자. ©Newsjeju
▲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강병삼, 이종우 행정시장 후보자. ©Newsjeju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22일 행정시장 임명 여부 결정을 앞두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뱉어냈다.

오영훈 지사는 이날 오전 9시 도지사 집무실에서 도정현안을 공유하는 티타임을 열어 각 실·국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도민의 눈높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영훈 지사가 주재한 티타임은 그간 주간정책 조정회의가 형식적으로 진행돼 왔다가 판단, 보고서(페이퍼)를 없애고 각 부서 실·국장들과 자유롭게 도정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변경된 이후 두 번째 자리다.

통상 제주도정이 안고 있는 주요 현안과제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자리인만큼 도지사가 각 부서의 실·국장들에게 의견을 묻고 정책방향을 타진하는 시간이었으나 이날만큼은 오 지사의 최근 심정이 오롯이 드러나는 발언이 나왔다.

오영훈 지사는 부서간 칸막이를 뛰어넘는 소통을 통해 현안 대응에 집중해 달라고 주문하면서 공직자들의 노고를 치하한 뒤 "도민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게 어떠한 의미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도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자기관리, 본인의 역할, 법령에서 제기하고 있는 역할에 대해서 노력하는 측면은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형식적으로는 실·국장들에게 한 말이었으나 자신의 고된 심정을 애둘러 표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민의 눈높이'라는 발언은 최근 행정시장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강병삼 제주시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두고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사청문특위는 강병삼 후보자를 사실상 '부적격' 판단을 내리면서 오영훈 지사에게 "도민 정서를 고려해 도민의 눈높이에 맞게 인사권을 신중히 행사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또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기 앞서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역시 오영훈 지사에게 같은 주문을 했었다. 현재 오영훈 지사의 결단만 남은 상황에서 깊은 고심을 하고 있음을 드러난 셈이다.

오 지사의 입장에서 문제는 인사청문보고서의 결과를 무시하고 강병삼 후보자를 제주시장으로 임명할 시 예전 원희룡 전 지사와 다를 바 없다는 세간의 평가가 쏟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원희룡 전 지사는 과거 수차례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어떻게 쓰여졌건 전혀 아랑곳않고 임명을 강행하기만 했었다.

당시엔 정치 진영이 달라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는 않으나 이번은 같은 더불어민주당이어서 고심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오영훈 지사이기에 이날 내뱉은 '도민의 눈높이'라는 발언이 강병삼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를 짐작할 수 있게 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실제 오영훈 지사는 행정시장 공백상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22일) 우선 이종우 서귀포시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강병삼 후보자에 대해선 좀 더 고심할 듯 해 보였으나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도지사의 일정에는 오는 23일까지 임명장 수여 계획이 없는 상태다.

한편, 이날 티타임에서 오영훈 지사는 경제 관련 부서를 예를 들며 "일자리경제통상국 내 경제관련 부서가 있고, 미래전략국에 있는 관련 부서가 있고, 관광국 내 투자유치과 등 여러 부서로 분산돼 있으니 각자 아는 것을 같이 연결시키고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 지사는 "담당 부서장들이 모여 상황을 공유하고 어떻게 집중할 것인지, 논의한 내용을 예산 편성에 반영하고 기조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등 논의의 폭을 확대시키고 깊이있게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오 지사는 "최근 여러 가지 현안을 대응하는 공직자의 자세나 모습을 보면 신속하게 이뤄지는 것 같다"고 평하면서 "특별 지시사항이나 여러 가지 점검들이 있었을 때 맡은 바 역할과 책임을 다해주고 있어 어떤 난관이 오더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칭찬의 말도 곁들었다.

이 외에도 오 지사는 "향후에도 실국장들이 함께 힘을 모아 대처해달라"면서 "여러 가지 이견이 있었을 때 회의 과정을 통해서나 티타임 과정을 통해 함께 의논할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제자유도시 조성 JDC 추진 주요사업 관련 협력 강화 ▲주요 정책 홍보 철저 ▲세계자연유산 보호를 위한 공조수사 체계 구축 등의 현안들이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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