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신상정보 사례 총 4건···천궈레이, 고유정, 배준환, 백광석·김시남  
신상정보 공개 기준 네 가지 모두 충족해야
경찰 "범죄 잔혹성과 혐의 파악 부분 관건이다"
제주서 이례적인 강력범죄, 원정 청부 살인에 부부 등 피의자만 3명

▲ 12월16일 제주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경남 양산에서 붙잡혀 지난 20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됐다. ©Newsjeju
▲ 12월16일 제주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경남 양산에서 붙잡혀 지난 20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됐다. ©Newsjeju

경남 양산에서 제주에 내려와 살인을 저지른 부부 등 3명이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계획적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와 범행 동기를 수집 중이다. 

사건은 숨진 50대 피해자와 친분을 유지하던 박모(56. 남)씨가 사이가 틀어지자 보복성으로 발생한 것으로 조각이 맞춰지고 있다. 박씨는 동향(同鄕) 지인 김모(51. 남)씨 부부를 통해 "피해자를 손봐 달라"고 지시했다. 

제주에서 발생했던 살인사건 중 피의자가 3명이 연루됐고, 교사(敎唆)에 따른 원정 살인은 이례적인 사안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관심사는 '신상정보 공개' 여부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흉악범죄자에 대해 신상정보를 공개한다. 범인 검거 과정에서부터 이름과 주소, 얼굴까지 대중에 알린다. 범죄자 인권보다는 다수 국민들의 인권을 지켜 추가 범죄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다. 

우리나라 경우는 조금 다르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범죄자 가족들의 인권 보호가 우선시 된다. 

국내 피의자 신상 공개 규정은 2009년 강호순 연쇄 살인 사건 이후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며 가이드라인이 잡혔다. 2010년 4월 '특정강력 처벌 특례법'이 신설된 것이다. 

'특정강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2(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는 신상 공개를 위해 4가지 요건 충족을 명시했다.

구성 요건은 ①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범죄 ②피의자의 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 ③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경우 ④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등이다. 

다만, 공개 시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명시됐다. 범죄자 가족의 인권 보호 차원이다.  

살인을 저지른 김씨가 범행 현장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 주변 CCTV에 담긴 장면에서 피의자 손에는 종이가방이 있다. 피의자는 도주 과정에서 가방 안에 담긴 옷으로 갈아 입기도 했다.
살인을 저지른 김씨가 범행 현장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 주변 CCTV에 담긴 장면에서 피의자 손에는 종이가방이 있다. 피의자는 도주 과정에서 가방 안에 담긴 옷으로 갈아 입기도 했다.

'살인' 혐의가 적용된 부부 김씨와 이모(46. 여)씨는 직접 살인을 저지르거나 도주 흔적을 지우는 행위에 모두 관여됐다. 

김씨 부부는 범행 하루 전인 12월15일 여수에서 배를 타고 SUV 차량를 가지고 제주로 입도했다. 탑승권은 편도로 예약했다. 예매는 아내 이씨가 직접 했다. 

예매 과정에서 이씨는 자신의 신분증을 사용했고, 남편 김씨 신원을 감췄다. 남편 예매권은 제3자의 신분을 도용했다. 애초에 남편 김씨가 제주를 다녀가지 않은 것처럼 꾸미기 위한 알리바이를 위한 가능성이 짙다. 

사건 발생일 12월16일 오후, 김씨는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ㄱ씨(50대. 여) 주거지에 몰래 침입해 2~3시간가량 피해자 귀가를 기다렸다. 김씨는 범행 후 갈아입을 옷도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CCTV에 찍힌 피해자 귀가 시간을 토대로 범행 시각을 16일 오후 3시2분부터 19분 사이로 추정한다. 귀가한 ㄱ씨가 낯선 남성을 마주하고, 숨지기까지 약 10여분 동안 느꼈을 공포감은 예단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을 것이다. 

범행 후 피해자의 휴대폰을 갖고 나온 김씨는 야외에 버리고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아내 이씨는 동문시장에 있는 남편을 태우고 제주항을 통해 타지역으로 빠져나갔다.

'살인 교사' 혐의가 적용된 박씨는 김씨에 피해자의 집과 비밀번호 등을 알려줬다. 구속 수사 중 나온 진술은 박씨가 대가로 2,000만원을 김씨 측에 전달했다. 해당 금액으로 부부가 제주에 원정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은 희박해 선수금 개념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더 깊은 이해관계를 조사 중이다. 

▲ 제주 주택가에서 50대 여성이 숨지는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발빠른 수사로 피의자 3명을 붙잡고, 동기와 가담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Newsjeju
▲ 제주 주택가에서 50대 여성이 숨지는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발빠른 수사로 피의자 3명을 붙잡고, 동기와 가담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Newsjeju

신상공개위원회는 제주청 수사·형사·여청과(계장), 청문감사·홍보담당관(계장) 등의 경찰 관계자 3명과 외부위원 포함 7명 이상으로 구성된다. 외부위원은 변호사, 교수, 종교인, 의사 등 관련 분야 전문가로 위촉됐다.

위원회는 경찰서 수사 주무과장(팀장)이 참석해 의견을 제시한다. 위원들은 제시 의견을 검토,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통상적인 신상공개위원회 개최는 범인 검거 시부터 구속영장 발부 사이에 이뤄진다. 그러나 혐의 입증을 위한 추가조사 및 보강 근거 확보가 필요한 경우는 영장 발부 이후도 가능하다. 

이번 사건 신상 공개 여부 핵심은 '범죄의 잔인성'과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관건이다. 즉, 신상 공개 4가지 구성 요건 중 ①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범죄 ②피의자의 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 두 가지 부분이다. 

현재 박씨는 '겁을 주라'는 교사 혐의는 인정하고 있으나 살인 사주는 부인하고 있다. 제주경찰은 박씨 혐의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제주도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원정 청부'에 피의자만 3명인 살인사건 내막을 경찰이 밝혀내고, 신상정보 공개까지 이뤄질지 주목된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언급하긴 곤란하다"며 "우선적으로 혐의 입증에 모든 역량을 모으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제주경찰청 자료 사진
제주경찰청 자료 사진

한편 제주경찰청이 신상공개위원회 심의를 거쳐 범죄자에 대한 신상 공개 결정을 내린 사례는 총 네 건이다. 세 건은 강력범죄인 '살인사건'이고, 나머지 한 건은 사이버범죄다.  

도내에서 신상공개위원회 심의를 거친 첫 번째는 2016년 9월 제주 연동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다. 중국인 천궈레이(당시 54. 남)는 성당에서 기도 중인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찌른 묻지마 범행을 저질렀고, 도주했다가 붙잡혔다.

두 번째는 2019년 5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전 남편 살인사건'의 고유정(당시 36. 여)이다. 고유정은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곳곳에 유기했다.  

사이버범죄로 신상 공개 결정이 내려진 배준환(당시 38. 남) 경우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범행 대상자를 물색, 청소년 44명에게 수 천개의 영상물을 전송받고 유포한 사건이다. 2020년 7월 신상정보 공개 결정이 났다. 

강력범죄 세 번째 신상정보 공개 사례는 지난해 발생한 제주 조천읍 중학생 살인사건이다. 피의자는 백광석(당시 49. 남)과 김시남(당시 47. 남)이다.  

이들은 2021년 7월 주거지에 침입해 10대 학생을 살해했다. 당시 제주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는 최초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범죄의 잔인성'과 '공공의 이익'이 부족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비공개 결정 5일 만에 입장을 번복해 신상 공개 결정으로 가닥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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