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6일 제주 오라동 살인사건···피의자 3명 수사 중
피해자와 친분 관계 박씨가 '살인 교사'
택배기사 위장한 실행범, 피해자 주거지 몰카 설치해 비번 알아내

살인을 저지른 김씨가 범행 현장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 주변 CCTV에 담긴 장면에서 피의자 손에는 종이가방이 있다. 피의자는 도주 과정에서 가방 안에 담긴 옷으로 갈아 입기도 했다.
살인을 저지른 김씨가 범행 현장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 주변 CCTV에 담긴 장면에서 피의자 손에는 종이가방이 있다. 피의자는 도주 과정에서 가방 안에 담긴 옷으로 갈아 입기도 했다.

경남 양산에서 제주에 내려와 살인을 저지른 부부 등 3명이 구속 수사를 받는 가운데 경찰이 치밀한 계획범죄 구상을 속속 밝혀내고 있다. 

26일 제주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청부 원정 살인에 나선 김씨(51. 남. 경남 양산) 부부 등은 지난달부터 범행을 시도했다.

피해자 A씨(50대 여성) 주소지와 비밀번호 등을 모르는 김씨는 동향(同鄕) 박모(56. 남)씨로부터 사전 정보를 넘겨받았다. 

박씨는 피해자와 평소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특정 사안으로 거리가 멀어지자 김씨 부부에 "손을 좀 봐달라"며 살인을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이가 멀어진 사유를 범행 동기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는 올해 11월 말쯤 아내 이모(46. 여)씨와 제주를 찾았다. 김씨는 피해자 주거지를 찾아갔지만, 하지만 범행은 실행되지 못했다. 박씨가 알려준 주거지와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는 일치했으나 집 비번이 달랐다. 박씨와 사이가 틀어진 피해자 A씨가 비밀번호를 바꿨기 때문이다. 

살인에 실패한 김씨는 12월 초쯤 다시 제주를 찾았다.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A씨 문 앞 현관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몰래카메라 설치 과정도 치밀했다. 건물을 오가는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김씨는 '택배기사'로 위장했다. 입도 배편으로 택배 위장용 오토바이도 가져왔는데 헬멧을 쓰고 들어가 몰래카메라를 달았다. 

당일 저녁 김씨는 몰카를 회수해갔다. 영상은 피해자 A씨가 비밀번호 4자리 중 3자리를 누르는 장면까지 담겼다. 미처 알아내지 못한 숫자 1개는 박씨가 알아냈다. 박씨는 입수한 3자리 수를 토대로 총 비밀번호가 A씨와 관련된 기념일이라는 것을 유추했다.

▲ 12월16일 제주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경남 양산에서 붙잡혀 지난 20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됐다. ©Newsjeju
▲ 12월16일 제주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경남 양산에서 붙잡혀 지난 20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됐다. ©Newsjeju

비밀번호를 손에 쥐게 된 김씨는 다시 경남 양산으로 돌아갔다. 김씨 부부는 범행 발생 하루 전인 12월15일 여수에서 배를 타고 SUV 차량를 가지고 제주로 왔다.

아내 이씨는 배를 예약할 때 남편 신원을 감췄다. 11월부터 여러 차례 제주에 오가는 과정에서도 이씨는 다른 신분증을 도용하면서 남편의 흔적을 지웠다.

사건 발생일 12월16일 오후, 김씨는 사전에 알아낸 비밀번호로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ㄱ씨(50대. 여) 주거지에 몰래 침입해 2~3시간가량 피해자 귀가를 기다렸다. 김씨는 범행 후 갈아입을 옷도 준비했다.

경찰은 CCTV에 찍힌 피해자 귀가 시간을 토대로 범행 시각을 16일 오후 3시2분부터 19분 사이로 추정한다. 

도주 과정 역시 치밀했다. 

살인 범행 후 김씨는 피해자 A씨 휴대폰을 갖고 나와 야외에 버렸다. 택시를 타고 제주시 용담 해안도로에 내린 김씨는 옷을 갈아입었다. 김씨는 다시 택시를 이용해 제주 동문시장으로 갔다. 요금은 모두 현금으로 지불했다. 

도내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동문시장을 택한 김씨는 이곳에서 특별한 목적 없이 배회했다. 혹시나 범행 발각 시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동문시장을 서성거리던 김씨는 대기하고 있는 아내 SUV 차를 타고 제주항을 통해 사건 당일 곧바로 타지역으로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도 남편 김씨여객선 탑승은 제3자 명의로, '유령' 탑승권이 이용됐다.

박씨는 계좌와 현금으로 김씨 부부에 2천만원을 전달했다. 해당 금액은 범죄 실행비로 추정된다. 경찰은 살인 동기와 김씨 부부의 최종 이득금 여부도 추궁하고 있다. 

현재 김씨 부부는 '살인' 혐의가, 박씨는 '살인 교사' 혐의가 적용된 상태다. 수사 결과에 따라 혐의 변동 가능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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