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찾아 제주 온 40대 여행객 '실종'
바다와 테트라포드, 육상 등 광범위 수색
형사팀 '혈흔' 발견 단서와 드론으로 미세 체온 식별
3주 만에 테트라포드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
사인 '외상성 뇌경막 하출혈' 잠정 결론

▲ 서귀포 새섬을 잇는 새연교 / 사진자료 ©Newsjeju
▲ 서귀포 새섬을 잇는 새연교 / 사진자료 ©Newsjeju

제주 서귀포시 새연교 인근에서 실종된 여행객이 수색 3주 만에 테트라포드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답보 상태에 놓였던 수색은 형사팀의 끈기와 드론을 통해 활로를 뚫었다. 경찰은 단순 추락사로 추정하면서도,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외국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A씨(40대. 남)는 지인 B씨를 만나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 재회의 기쁨과 행복한 여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고는 이달 6일 발생했다. 

낚시를 좋아하는 A씨는 지인에게 "낚시객들을 구경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당일 일을 해야 했던 B씨는 오전에 A씨를 서귀포 새연교 부근에 내려다 주고 차를 옮겼다. 

바다와 항만을 둘러보던 A씨는 2월6일 낮쯤 테트라포드 사이 사이를 뛰어넘으면서 이동하다가 발을 헛딛어 약 3m 아래로 추락했다. 낙상 여파로 몸을 다친 A씨는 잠시 의식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일 A씨 사고는 아무도 몰랐다. 목격자도 없었고, 항만청 CCTV에도 잡히지 않았다. 지인 역시 A씨가 구경을 잘하고 있을 것으로만 여겼다. 사고 후에 잠시 통화가 됐지만, A씨의 흐릿한 목소리에 '어딘가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불행을 예측하지 못했다.

이튿날 7일 오후 3시45분쯤, 경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의 신고다. 경찰과 소방, 해경 등 유관기관은 실종자 수색에 주력했다. 길게 늘어선 테트라포드 내부에 추락했을지 혹은 바다에 휩쓸렸을지 등 많은 변수가 존재했다. 수색 반경 오차 폭조차 감 잡을 수 없었다. 

며칠째 묘연했던 수색 실마리는 포기하지 않는 경찰의 끈기가 희망으로 바꿔놨다. 새섬 방파제에 있는 무수한 테트라포드를 하나하나 관찰하던 서귀포경찰서 형사팀이 2월9일 오후 2시쯤 작은 혈흔을 발견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과학수사팀을 호출해 DNA 검사에 나섰다. 사람의 혈흔이자 실종자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수색 범위는 급격하게 좁혀졌다.

해당 구간을 비추는 항만청 CCTV를 다시 살폈다. 아주 희미하게 어떤 형상이 잠시 보였다가 사라지는 장면도 포착했다. 문제는 파도에 의해 바다로 떠밀려갔을 가능성도 있었다. 육상 수색 범위는 좁혔지만, 바다는 광활했다. 

제주경찰청 자료 사진
제주경찰청 자료 사진

합동 수색은 계속됐다. A씨 행방을 찾는 가족들의 무거운 마음을 헤아릴 수 있기에 '포기'라는 단어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기간 중 도내 해안가에서 변사체 발견 신고만 들어와도 형사들의 마음은 철렁 내려앉았다. 

변함없는 수색 속 육상, 해상, 하늘 입체적으로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됐지만, 성과는 없었다.

열화상 카메라를 탑제한 제주경찰청 장비관리계 소속 드론 팀도 하늘길을 날았다.  

가시광선을 감지하는 일반카메라와 달리 열화상 카메라는 복사열을 감지해 화면에 표시한다. 열(온도) 차이 식별이 용이해 최근 산불 감시활동이나 실종자 수색에 드론이 투입되는 추세다. 

실제로 제주경찰청 드론 팀은 2021년 8월 숲이 우거진 곶자왈에서 실종된 사람을 온도 식별로 불과 23분 만에 찾아내기도 했다.

새섬 테트라포드 실종자 수색 3주로 접어든 2월27일, 드론 팀이 미세한 온도 색감을 발견했다. 그동안은 해수면에 의한 구분이 어려웠을 가능성과 콘크리트 장애물 여부 등 변수가 존재했다. 

드론 팀 관계자는 "지상에서 열화상 모니터링을 해보니 아주 미세한 온도를 포착했다"며 "당겨서(줌 인, Zoom in) 봤더니 다리가 조금 보여 형사팀에게 곧바로 내용을 전파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에 내려와 3주 동안 행방을 알 수 없었던 40대 남성은 형사팀의 끈기 있는 수색과 드론 팀 등의 협업으로 2월27일 겨우내 발견됐다.  

실종자는 숨진 상태였고, 영안실로 옮겨졌다. 

1차 부검 결과 사인은 '외상성 뇌경막 하출혈'로 잠정 결론났다. 추락이나 교통사고 등 요인으로 뇌를 감싸고 있는 공간에 출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A씨가 발을 헛딛어 추락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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