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제주지법,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 진행
검찰 "복잡한 사건과 보안 등으로 국참 불가능"
변호인 "국참 의미 살펴봐야···2023년 국민 판단 듣고 싶다"

12월19일 오전 국가정보원이 제주시 노형동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자택을 찾아 압수수색에 나섰다
2022년 12월19일 오전 국가정보원이 제주시 노형동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자택을 찾아 압수수색에 나섰다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사유로 지목돼 기소된 사안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국민참여재판' 여부가 관건으로 작용했는데, 시대착오적인 혐의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묻고 싶다는 변호인 측의 취지다. 

24일 오후 4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고창건(53. 남) 전국농민회 총연맹 사무총장, 박현우(48. 남)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강은주(53. 여)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공판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은 아니다. 재판이 복잡한 경우 사전에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신청 등을 하는 단계를 말한다. 준비 기일은 검사와 변호인이 출석하고, 피고인은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에 공소장 보완 변경, 쟁점 정리, 증거 신청 등을 차례차례 들여다보게 된다.

이날 준비 기일은 '국민참여재판(이하 국참)' 성사 여부가 주목됐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의해 2008년부터 시행된 '국참'은 국민들이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석하는 것을 칭한다. 

배심원이 된 국민은 법정 공방을 지켜본 후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평결을 내리고, 적정한 형을 결정할 수 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내린 평결을 참고해 판결을 선고에 나서게 된다. 국민참여재판은 통상적으로 1~3일 안에 재판을 마치도록 하고 있다. 

배심원의 결정 사항은 법원의 판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진 않는다. 그러나 재판부가 배심원과 다른 판결을 한다면, 그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피고인 측은 지난 21일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7년부터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해 지령문을 받고, 보고서를 보냈다는 혐의와 제주 이적단체 'ㅎㄱㅎ' 결성을 북한을 찬양한 혐의 등을 적용해 두 명을 구속기소하고, 한 명은 건강 사유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국참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사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현재 기소된 '국가보안법' 재판은 공소장이 약 120쪽 분량에 증거기록까지 더하면 약 1만 쪽에 달해 비법률가(일반 국민)로 구성된 배심원들의 이해도와 출석 문제 등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또 국정원 소속 신분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와 기소된 피고인 등이 연루된 'ㅎㄱㅎ' 결성 단체 후속 수사에 난처할 수 있다는 명분이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국참'을 희망하지 않는 검찰의 논리를 변호인은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국정원 신분이 드러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지만, 방금까지 법정 안에 있었다"며 "신분 우려가 된다면 왜 법정까지 오는가"라고 반문했다. 

1만 쪽에 달하는 검찰의 방대한 사건 기록물도 고개를 저었다. 국정원 등이 오랜 기간 동안 '국가보안법' 수사에 나섰는데 왜 기록을 축약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다. 

불필요한 페이지를 줄이고 압축한 뒤 배심원(국민)이 알기 쉽게 설명을 하는 것이 국참의 목적이기도 하는 점을 변호인 측은 강조했다. 'ㅎㄱㅎ' 수사 문제 주장에 대해서는, "최초 공소사실 직시 시점이 2017년으로 6년 동안 수사를 안 하고 지금에야 우려를 표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국가보안법을 겨냥하는 시선도 현실과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연장선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열고 2023년을 살아가는 국민들의 판단을 들어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속행하고, 쟁점을 줄인 뒤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5월15일 예정됐다. 

한편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지난해 9월26일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재판 피고인은 불법체류자 중국인으로 2022년 4월 폭행으로 붙잡혔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으로 인계된 피고는 공용기물을 파손하고, 직원의 귀를 물어뜯는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간단한 사건임에도 국참 소요 시간은 6시간 20분이 걸렸다. 검찰은 징역 11년을 구형했고, 배심원은 징역 2년에서 5년 사이 '실형' 결정을 내렸다.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한 재판부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