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석굴암

- 김윤숙 -

한라산 북쪽 기슭 부처 찾아 나섰다가
돌매화 통꽃 같은 암자 하나 만났네
바위도 간절한 바위엔 그냥 빌고 싶어지네


그 무슨 인연으로 산중에 사는 걸까
까마귀 울음으로 지쳐 누운 가을산
비구니 건네는 찻잔 단풍처럼 받아드네


폭락한 꽃값에도 아랑곳없는 장미농원
성성한 저 꽃송이 누구에게 바쳐질까
오늘밤, 어느 마을에 당도할 막버스 같은


솔가지 이정표 하나 어디로 가라는 걸까
허공에 저 허공에 여태껏 써 내리는
법구경
나의 고백도, 받으시라 산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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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석굴암은 신도가 아닌 사람들도 많이 찾는 절이다.

아흔아홉골에서 왕복 40여분의 거리 때문에 산책겸 운동 코스로 많이 이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1년 내내 인적이 끊이질 않는다.

필자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여러 이유로 이곳을 찾은 바 있다. 그 땐 교통편도 없었고, 인적도 거의 없었다.

축산단지 까지 시내버스로 간 다음 1시간 가량을 걸어서 갔었다.

겨우 한사람 정도만 다닐 수 있는 산길 좌우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앞 다퉈 피어 지칠줄 모르고 걸었었다.

절에 도착한 다음 부처님께 큰 절을 세 번 올렸다. 불전은 동전으로 100원을 올렸다.

잠시후 안에서 스님께서 “들어오라” 한다. 들어가서 다시 인사했더니, 점심때가 되었으니 공양을 하라며 사과를 깎아 과도로 한 조각씩 찍어 손에 넘겨준다.

사과를 잘 받아 먹으며 꽤 시간이 흐른 다음, 스님이 명쾌하게 단언을 한다.

"젊은 사람은 사회속에서 사람과 어울리며 씩씩하게 살아야 한다. 이 곳은 너의 같은 젊은 사람은 필요하지 않은 곳이야"

김윤숙 시인의 시집 ‘가시낭꽃 바다’(고요아침)에서 꺼냈다.

김윤숙 시인의 시에는 시공을 넘나들며 제주의 서정을 녹여내고 있다.

오름과 바다, 포구, 산지천, 우도, 들꽃, 한라산, 5.16도로 등등에서 제주를 새로이 접한다.

시집의 제목 역시 그렇다. 가시낭은 제주도 어느 곳에든 널려 있는 것이 가시낭이다.

그러나 가시낭이 제주어로 ‘세비낭’(찔레나무)일 수도 있고, 아니면 ‘굿가시낭’(구지뽕나무)일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제주에 널려 있는 소재를 다 녹여낸 게 ‘가시낭꽃 바다’가 아닐까 한다.

시인은 시조의 율을 따르면서도 현대시에 결코 어색하지 않게 조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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