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기말고사가 끝나고 모두들 방학에 들떠있을 무렵...

나는 제주소방서 항만119센터로 현장 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병원만 실습했던 나는 이번 실습장소가 소방서라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내가 앞으로 목표로 하고 있는 직업이 소방공무원 구급대원이기 때문이다.

실습 첫날은 모두 제주소방서에 모였다. 그곳에서 간단한 교육을 마치고, 각자 배정된 119센터로 첫발을 내디뎠다. 센터에 도착하자 막상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무실에 계시는 구조대원, 구급대원 분들이 너무 친절하게 환영해 주셔서 나도 기분이 좋았고 긴장도 어느 정도 풀리게 됐다.

소방서의 분위기는 내가 생각했던 거와는 달리 모두들 가족 같은 유쾌한 분위기였다. 나는 이곳에서 실습을 하게 된 게 참 행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제 본격적인 실습이 시작된 것이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구급차에 적재 된 장비 및 기자재들을 확인하고 구급차량 내외부 청소부터 시작했다. 구급차에 어떤 물품들이 적재하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지만, 실제 구급차를 보니 새롭고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청소를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다. ‘만약에 실제 환자를 다루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과 동시에 이번 실습기간이 내게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을 때 갑자기 방송이 울렸다.

출동이다. 실제 상황이다. 나는 구급대원과 구급차를 타서 구급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간 현장은 휠체어를 타신 거동을 못하고 홀로사시는 할머니의 다리가 되어 병원에 이송해 주는 현장이었다. 소방서에서는 사고가 나야 출동한다는 내 고정관념을 깨는 출동이었다.

할머니를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소방서에서 사고현장 뿐만 아니라 어려운 분들을 돕기 위한 출동도 있다는 것을 알고 사회적으로 구급대원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소방서에서는 화재, 구조, 구급활동 이외에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다. 홀로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119안심전화기를 설치하고, 학생들, 유치원생들, 사회인들을 대상을 소방안전교육과 응급처치교육도 실시했다.

내가 생각했던 구조대원, 구급대원의 모습은 실제 사건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는 단편적인 모습밖에 보지 못했던 거 같다. 구조대원, 구급대원 분들이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곳 보지 못하는 곳에서 정말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출동은 집에서 할머니께서 넘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일이다. 출동당시 할머니는 눈 주위에 타박상을 입고 있었다. 출혈도 생각보다 많았다. 할머니를 부축해서 구급차에 태우고 할머니를 진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구급대원분이 나에게 혈압을 재보라고 했다.

나는 긴장되는 마음으로 혈압계를 들고 혈압을 쟀다. 처음으로 실제 환자에게 혈압을 재보는 거였다. 근데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한 번에 혈압을 쟀다. 뿌듯했다. 처음으로 환자를 다루어 본거라서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이번 소방서 실습은 내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지금 실습이 끝나고 보니 더 많이 보지 못하고 더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게 아쉽다.

소방서 실습은 끝났지만 지금 이 마음가짐을 잃지 말고, 좋은 구급대원이 되기까지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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