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강다리에서 투신하는 숫자가 점점 늘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지난 6월까지 한강에서 투신자살한 사람은 무려 1834명에 달한다. 마포대교(222명)와 한강대교(189명), 원효대교(125)를 중심으로 25개 한강다리 곳곳에서 자살자가 나오고 있다.

2007년 421명이던 것이 이듬해 475명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649명을 기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강에서 투신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막상 이들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강다리 중 ‘죽음의 다리’라는 오명을 쓴 마포대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의도에서 마포대교로 들어서는 길목에 경비 초소가 있긴 하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다. 건물 외벽에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큼지막한 문구가 새겨져 있었지만 시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분이 넘도록 다리를 걷는 동안 CCTV도 발견하지 못했다.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1미터 남짓한 난간은 큰 장애가 되지 않을 듯 보였다.

자살을 막기 위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작년 9월 ‘자살방지벽 설치’, ‘CCTV 설치’를 골자로 하는 ‘한강안전시스템’을 실행하려 했지만 서울시 투융자 심사에서 ‘재검토’ 판정을 받아 아직까지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강안전시스템'에 포함된 2m에 달하는 자살방지벽을 설치할 경우 자칫 도시 미관과 시민들의 한강 조망권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2년째 한강경찰대에서 일하며 한강 다리에서 투신하는 이들을 구조하고 있는 심양한(35) 경장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심 경장은 “난간을 높게 만들거나 구조물에 기름칠을 하는 것은 소용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투신방지벽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투신방지벽이 자살 충동을 느낀 이들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강에 뛰어드는 이들 중에는 심각한 생활고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지만 우발적이거나 충동적으로 투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술에 취한 채 난간에 기대 강물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뛰어들거나 뭔가를 요구하기 위해 구조대가 인근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투신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한강경찰대는 배를 타고 순찰을 나설 때마다 교량 위까지 꼼꼼하게 살핀다.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한 젊은 남성이 부모를 실망시키기 싫다며 다리에서 뛰어내린 적도 있었다. 로프를 타고 고공시위를 벌이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한강다리가 투신자살 장소로 유명해져서인지 유서만 써놓고 버젓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투신하려는 모습을 누군가 신고한다면 구조대가 신속하게 출동해 목숨을 구할 수 있지만 만약 아무도 보지 못한다면 투신 자살 시도자의 생존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물에 떨어지는 순간 강한 충격을 받을 수 있는데다 순식간에 물을 너무 많이 들이키면 사망하게 된다. 겨울에는 온도차이 때문에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투신방화벽을 통해 자살 수단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원시적이긴 하지만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투신방화벽이 모든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강경찰대의 한 구조대원에 따르면 네 번에 걸쳐 투신 자살을 시도해 네 번 모두 구출된 한 사람이 결국 다섯 번째 투신자살을 시도해 변사체로 발견된 경우가 있다.

'죽겠다'고 각오하고 나서는 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강다리에 투신방지벽을 설치할 경우 둔치에서 자살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둔치의 경우 불과 2~3미터 아래 한강이 흐르고 있는 만큼 발만 내딛어도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둔치에 유리벽을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점차 늘어가는 한강다리 투신자살을 막기 위해 투신방지벽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닌 셈이다.

심 경장은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고 살리는 것이 제 임무이긴 하지만 고맙다는 말을 들어본 것은 단 한 번뿐이다. 제가 건진 이들은 세상 끝자락까지 가서 인생을 포기한 사람이었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분이었다. 오히려 ‘날 왜 살렸느냐’고 원망을 한다. 이곳에서 구조 활동을 한 지 2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한강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은 점점 늘고 있다. 우울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사람들의 무관심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알게 됐다”고 말한다.

한강경찰대 이권태 팀장 역시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몇 미터짜리 옹벽이 아니고, CCTV가 아니다. 사람들의 관심이다. 내 남편이 아내가 부모님이 우울해 한다면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같이 해결하려는 배려가 필요하다. 만약 가족 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사회가 나서야 한다. 사람 뛰어내리는 것 막겠다고 옹벽 세우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고 지적한다. <기사제휴 - 뉴스한국 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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