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방임) 혐의 적용된 중국인
"이혼 후 홀로 아이 육아 힘들었다" 진술
"한국인의 '정' 알아···내 아들, 중국보다 한국에서 잘 자랄 것"
제주 입도 후 도내 보육시설 찾았지만 '거절'
마지막 수단으로 공원에 아이 버려

▲ 8월25일 서귀포시 모 공원에 버려진 8세 중국인 아이가 홀로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는 장면 / 제주경찰청 제공 영상 갈무리 ©Newsjeju
▲ 8월25일 서귀포시 모 공원에 버려진 8세 중국인 아이가 홀로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는 장면 / 제주경찰청 제공 영상 갈무리 ©Newsjeju

제주로 여행 온 중국인 관광객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여행 목적이 자신의 아이를 한국에 버리고 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30대 아빠는 한국 보육 환경에서 아들이 잘 자랄 수 있다고 믿었다. 

8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중국인 A씨(30대. 남)가 지난 7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A씨는 올해 8월25일 오전 6시쯤 서귀포시 모 공원에 2014년생 아들(8세)을 홀로 두고 사라진 혐의를 받고 있다. 공원에 유기한 아들 곁에는 A씨가 직접 쓴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손 편지와 짐가방이 전부였다. 

편지는 "나의 생활고로 인해 아이를 더 이상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다. 삶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고, 아이를 낳은 것은 나의 잘못이다. 이 아이가 한국 기관이나 개인 가정에 입양돼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글이 영문으로 적혔다. 

또 '감사합니다'는 한국어가 말미에 서툰 글씨로 작성됐고, 'failed father(실패한 아버지)'라는 문구도 기입했다. 

서귀포 모 공원에서 아이 혼자 있는 것을 본 관할 시청 관계자는 112신고에 나섰고, 출동한 지구대는 현장 확인 후 제주경찰청에 통보했다. 아이는 경찰에 "공원에서 자고 일어나보니 아빠가 사라졌다"는 내용의 진술을 했다. 

A씨 동선을 추적한 경찰은 유기 다음날인 26일 서귀포 시내에서 긴급체포했다. A씨는 "아이를 공원에 유기했다"라는 취지로 혐의를 인정했다. 

▲ 자신의 아이를 한국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중국인이 작성한 손편지 일부 / 제주경찰청 제공 ©Newsjeju
▲ 자신의 아이를 한국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중국인이 작성한 손편지 일부 / 제주경찰청 제공 ©Newsjeju

피의자 신분이 된 아이 아빠 A씨는 경찰 진술에서 개인 생활고와 한국에 유기를 택한 사유를 털어놨다. 

5~6년 전 이혼한 A씨는 아들을 홀로 키웠다. 자신의 밥벌이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육아와 아이에 행복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이를 유기할 나라로 한국을 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과거 한국인과 일을 하면서 체감한 특유의 '정'이다. A씨는 과거 중국 자기가 중국 청도에서 공장 일을 했다. 그곳에서 한국인을 만났는데 자상하고 따뜻한 정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친절한 한국인의 성품이라면, 아이가 한국에서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제주 입도 전 A씨는 아들에게 "너를 한국에 버릴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줄곧 했다. 아들도 자신이 처할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A씨와 아들은 올해 8월14일 중국 상하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다. 항공편은 모두 왕복으로 마련했다. 편도가 아닌, 왕복을 예매해야 여행 허가가 떨어졌다. 

제주에 입도한 A씨는 아들을 데리고 제주와 서귀포시 관할 보육원이나 센터를 2~3곳 찾았다고 진술했다. 보육원 등은 A씨 아들을 거절했다. 자국민(한국인)이 아니면 받아줄 수 없다는 사유다. 

도내 보육시설에 아이들을 맡긴다는 구상이 물거품되자 A씨는 결국 8월 17일쯤부터 노숙 생활을 했다. 빵으로 식사를 해결했고, 길거리에서 아들과 함께 잤다. 아이를 공원에 유기하고 간 당일도 함께 노숙 후 잠든 아들을 남기고 사라졌다. 

A씨가 유기 방임 혐의로 구속되자 경찰은 중국총영사관 측에 해당 내용을 알렸다. 아들은 보호시설에 머물다가 어제(9월7일)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혼한 엄마를 수소문했지만, 행방을 알 수 없어 A씨 형제 측에 인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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