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정예은 경장

▲ 정예은 경장 ©Newsjeju
▲ 정예은 경장 ©Newsjeju

우리가 무심코 하는 말 중 '당연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어떤 것에 대한 화자(話者)의 기준을 내포한 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생각과 기준이 있고, 그 속에서 나의 기준 외에 타인의 기준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그 옛날부터 '역지사지'라는 말이 내려오고 있는지 모르겠다. 

'가족', '명절'이라는 단어들은 어떨까? 각자가 생각하는 저 단어들의 개념은 '당연히' 비슷할까?

가정폭력 관련 업무를 하다 보면 다양한 대상자들을 만나게 된다. 대상자들은 자신이 겪는 일이 일반적 혹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업무를 하며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사정들을 들어보면 당연한 것, 일반적인 것은 없다.

가족을 떠올리면 따뜻함, 안정감 등이 떠오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불안함, 공포 등이 떠오르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이를 동시에 느낄 수도 있다. 명절 또한 누군가에는 가족들과 오랜만에 시간을 보내는 날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오랜만에 찾아온 휴일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날일 수도 있다.

가족들이 각자에게 바라는 기대치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명절에는 부부 간, 부모와 자식 간 '누구는 무엇을 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기가 쉬운데,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희생이나 인내를 당연시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긴 시간 동안 서로 얽혀있는 감정과 생각이 많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나에게는 당연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이 점을 기억하며 역지사지의 태도로 서로를 존중하려 노력한다면 올해의 한가위가 보다 풍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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