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시 생활환경과 김 정 헌. ©Newsjeju
▲ 서귀포시 생활환경과 김 정 헌. ©Newsjeju

서귀포시 생활환경과 김 정 헌

얼마 전 집안의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다 재미있는 일화를 보게 되었다. 옛날 어느 집안의 하인이 옆집에서 키우던 밤나무의 가지가 담을 넘어와 밤송이를 떨어뜨린 것을 보고 열심히 주워 주인에게 바치지만, 주인은 오히려 그 행동을 나무라고 옆집에 돌려주게 했다는 일화다. 이런 주인의 나무람에 하인은 어차피 나뭇가지가 옆집에서 넘어온 상황이고, 옆집 주인도 이것을 알고 있음에도 문제 삼지 않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응하지만, 주인은 「나뭇가지가 넘어왔다 해도 나무는 엄연히 옆집의 소유이니, 그 부산물인 열매도 당연히 옆집 주인 소유」라고 말하며 나랏일을 하는 자가 학문에서 배운 바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꾸짖는다.
주인에게 혼이 나면서도 주인 본인의 이득을 생각하지 않는 것을 불만스러워하는 하인에게 주인은 「내가 배운 바를 그대로 실천한다」 라고 하는데, 이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은 퇴계 이황이었다. 이 일화에서 강조되는 이황의 청렴함은 「배운 바를 그대로 실천한다」 였다. 그는 배운 바를 그대로 실천해야만 학문을 올바르게 익힌 것이라 생각했다. 즉 학문을 통해 옳고 그름을 알았으니, 그대로 이행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학문 배운 보람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처음 공직사회에 발을 디딜 때부터 지금까지 청렴과 관련된 많은 사례와 제도·법률들을 계속 배워오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게 되면서 때로는 법이 현실에 맞지 않다고 느끼기도 하고, 반대로 현실이 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이런 고민거리들에 대해 오백여 년 전 이황의 「배운 바를 그대로 실천한다」 는 말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답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 대신 청렴에 대해 배운 바를 그대로 실천한다면, 적어도 청렴이라는 학문을 배운 보람은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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