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건 법정 '시끌'
"판사는 법복, 노조는 노조복"···"왜 방청 못하게 하느냐"
"노조복 착용, 항의 차원 혹은 다른 이해 당사자 위축 행위일 수도"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법에서 가치관 충돌로 재판 중 잠시 소동이 벌어졌다. 투쟁 문구가 적힌 노조복 착용 여부 때문으로, 법원 질서 유지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다.  

24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은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 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재판을 진행했다. 

A씨 등 총 7명 피고인은 민주노총 건설노조 제주지부 전·현직 임원들이다. 수사기관은 올해 4월 건설사 채용 강요와 노조 전임비 요구 등 혐의로 이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고,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측은 "윤석열 정부의 탄압 기조에 맞춘 수사"라면서 반발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날 재판은 시작 전부터 소란이 발생했다. 피고인 신분이 된 A씨 등의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노조 관계자들이 법정으로 들어가려다 제지를 받았다. 

"법정에 들어가려면 노조복을 벗고 가라"는 법원 관계자의 안내와 "왜 강제하느냐"는 노조 측 입장이 대립했다. 결국 일부는 노조복을 벗고서야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노조복을 벗지 않은 일부는 법정 밖에서 대기했다가 재판장이 잠시 입장하라는 안내를 받고 안으로 들어왔다.   

법정에 들어선 B씨 노조 일행을 향해 재판부는 "노조복을 벗어야 재판을 들을 수 있다. 벗지 않을 것이라면 퇴정하라"고 말했다. 

B씨 등은 "판사가 법복을 착용하듯, 우리는 근무복으로 노조복을 입은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정부 탄압으로 간주한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투쟁 문구가 적힌 노조복을 입는 것은 항의 차원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돌아온 답변은 '근무복'이라는 강조였다. 

B씨 등은 또 "다른 지역 법원은 노조복 착용을 허락해 주는데 왜 제주지법은 허용해 주지 않는가"라면서 재차 항의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번 재판만 노조복 착용을 허용한다고 말하며 소동은 일단락됐다. 

제주지법의 노조복 착용 금지는 '법원조직법'에 근거한다.

같은 법 제58조(법정의 질서유지)는 ①법정의 질서유지는 재판장이 담당한다 ②재판장은 법정의 존엄과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의 입정(入廷) 금지 또는 퇴정(退廷)을 명할 수 있고, 그 밖에 법정의 질서유지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이와 함께 제주지방법원은 출입 보안검색대 옆에 청사 및 법정 내 반입 금지 물품으로 '시위용품'이라는 표기도 해놨다. 시위용품은 선전지, 플래카드, 피켓, 구호가 적힌 조끼, 리본 등이 모두 포함된다. 

노조 측은 법정 안 노조복 제지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법원 청사 출입 제한' 결정문도 언급했다. 

해당 결정문 사안은 2022년 1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발생한 내용이다. 당시 민원인은 노조복을 입고 서울남부지법 민원실을 찾았다가 출입을 제지받자,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법정 존엄과 질서유지 차원에서 집회 및 시위를 차단할 필요는 있지만, 법원 출입 방문 목적이 분명하고 저해 목적이 낮다고 판단된다면 출입 차단 행위는 행동 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했다. 

즉, 헌법 10조에 명시된 행복추구권에 포괄되는 일반적인 행동 자유권으로 노조 활동복을 입고 법원을 드나들 수 있다는 취지다. 

도내 한 법조 관계자는 진중한 입장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인은 "재판장이 노동조합 조끼 착용 법정 입장을 제지한 것은 다수의 위세로 법정 변론이 위축될 우려가 있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만일 피고인들과 다른 입장의 관계자가 있다면, 단체복(노조복) 자체가 위화감을 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다만, (노조복 착용) 방청인이 법정 질서를 해칠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어 재판부가 방청을 허락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조복 방청을 제지받은 B씨 등은 이번 사안을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진행된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 공갈)' 재판은 오는 11월 건설사 대표 등이 증인으로 나선 가운데 속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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