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재·보선 악영향 우려 ‘강용석 파문’ 서둘러 진화

한나라당이 성희롱 발언 논란을 빚고 있는 강용석 의원을 제명키로 했다. 강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 20여명과의 저녁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는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문에 휩싸였다.

한나라당 윤리위원회 부위원장인 주성영 의원은 브리핑에서 “강 의원이 공인으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첫째 한나라당 위신을 크게 훼손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사안이 중대하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강 의원의 제명을 발표했다. 당사자인 강 의원은 이날 윤리위에 출석해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지만, 주 의원은 “강 의원의 소명이 윤리위원들을 설득시키기에 부족했다. 여러가지 정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성희롱 발언을 여러가지 정황으로 확인했다는 얘기다.

앞서 안상수 대표는 “사실로 확인될 경우 출당을 포함해 단호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 엄정대처를 예고한 바 있다. 당 여성의원들도 성명을 내고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출당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 지도부에 촉구한 바 있다.

한나라당의 이날 조치는 파문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다. 당장 8일 앞으로 다가온 7·28 재·보선 등의 악영향 등을 우려한 대응이다.

강 의원은 “허위 왜곡 보도”라고 주장하지만, 당으로선 진실게임 양상으로 논란이 지속되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재·보선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꼬리 자르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성나라당, 성희롱당’이라는 이미지의 고착화도 우려한 것 같다. 실제 한나라당은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박계동 전 의원의 술집 여종업원 성추행, 일간지 연재소설을 빗댄 강재섭 전 대표의 외설적 농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마사지걸 발언’ 등 추문에 휩싸였던 터다. 2006년 12월엔 술 취한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충남 당진의 모 당협위원장을 제명한 전례도 있다.

논란의 당사자인 강 의원도 2005년 4월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유부남의 입장에서 군살 하나 없이 날씬한 몸매에 애도 없는 처녀인 박근혜에 대해 섹시하다는 표현만큼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렵다” “나뿐 아니라 많은 유부남들이 박근혜의 물구나무 선 모습, 완벽한 아치 모양의 허리에 감탄을 금치 못했을 것” 등의 글을 올렸다가 “여성 정치인을 비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야권은 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논평에서 “강 의원 스스로 자신의 발언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하며 스스로 결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출당 조치로 끝날 일이 아니라 강 의원은 스스로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한나라당의 성폭력 사태들은 반여성적 성폭력이 일상화된 한나라당의 정당문화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한편 한국아나운서연합회는 성명서를 내고 “강 의원의 천박한 여성관과 비뚤어진 직업관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강 의원은 의원직을 자진 사퇴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은 아나운서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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