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허용진 도당위원장 하소연에 제주당원 분통터트려... '비공개'로 전환
내부 싸움에 당원들 "맨날 이러니까 안 되는거야" 자조섞인 말까지 터져 나와

▲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4일 제주로 내려와 제주도당 당직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Newsjeju
▲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4일 제주로 내려와 제주도당 당직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Newsjeju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4일 제주로 내려왔으나 국힘 제주도당원들로부터 험한 꼴을 목격해야만 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이른 아침 제주로 내려와 오전 9시께 제주4.3 평화공원에 들러 4.3영령들에게 참배를 한 뒤, 오전 10시께부터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당직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는 시작부터 어수선했다. 10시 20분에 시작하기로 한 간담회가 10분 전부터 진행돼버린데다가 허용진 도당위원장의 모두발언이 너무 길어지자 이를 참다못한 한 당원이 불만을 터트리면서 서로 고성이 오고가는 난장판으로 변질됐다. 이에 간담회는 서둘러 '비공개'로 전환됐다.

허용진 도당위원장은 인요한 위원장의 모두발언과 이젬마 혁신위원의 발언이 있고 난 후에 마이크를 집어들었는데, 그간 중앙당에 쌓인 게 많았는지 혼자서만 무려 10여분 가까이 발언을 쏟아냈다.

허 위원장은 발언 시작부터 "너무 뼈아픈 얘기 말고는 할 말 다 하겠다"면서 장시간 발언하겠다는 의중을 먼저 드러냈다. 

허 위원장은 "제주가 정치적 험지라고 하지만 아니다. 험지라면 빼앗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20년, 24년간 국회의원 한 석도 얻지 못한 불모지"라면서 "새로 개간해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 위원장은 "힘이 부치면 중앙당이 조금이라도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40년 이상 당을 지켜 온 분들조차도 여태껏 단 한 번도 도움을 받아 본 기억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제주에선 총선이나 대선 때 한 표라도 더 받을 수 있게 노력했지만 (중앙당의 제주를 향한 관심은)딱 거기까지였다"고 지적했다.

허 위원장은 "그러다가 지난 대선 때 관광청 신설 공약으로 가슴에 울림을 받았지만 (공염불이 된)지금이 현 주소"라면서 "인요한 위원장이 '한강의 기적'을 말했지만 이미 떠난지 오래다. 기적을 이루려면 제주에서 1석이라도 얻어야만 가능한 것이나 매번 공천할 때 위에서 다 내려오기만 했다"고 중앙당을 비판했다.

또한 허 위원장은 "이러니 제주당원에겐 한이 맺혀 있다. 그래서 이번엔 제주에 비례대표 하나를 달라고 요청했고, 김기현 대표가 약속까지 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인요한 위원장이 말한대로 영남 스타 정치인들이 서울로 가는 것에 100% 찬성한다. 그러면 스타 장관이 고향 제주를 위해 나설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마주한 허용진 제주도당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Newsjeju
▲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마주한 허용진 제주도당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Newsjeju

그러면서 허 위원장은 하나만 더 얘기하겠다고 발언을 계속 이어가려하자, 이를 계속 듣고 있던 한 당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겠다면서 "위원장이 혼자만 한풀이하고 있다. 다른 분들도 얘기할 수 있게 해야지, 그 내용들 다 알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자 허 위원장은 "이건 회의가 아니"라며 발언을 계속 이어가려 하자, 자신을 전 고문이라고 밝힌 해당 당원이 "내가 전두환 정권 때부터 43년을 당원으로 지냈어. 근데 자기네들끼리 대의원 만들어서 도당위원장과 당협위원장 다 나눠먹고,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라고 하는 거잖아"라면서 "싸움 붙이러 온 게 아니다. 20년 동안 국회의원 한 명 없는게 누구 책임이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현장에 있던 다른 당원들이 "지금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지 않나"라거나 "무슨 행패 부리러 오신거냐", "고문님, 젊은 사람들도 좀 생각하고 얘기해야 하지 않느냐", "지금 다 언론에 녹화되고 있는데 자중하시라", "여기 뭐하러 온거야", "혁신하러 왔다면서 이게 뭐냐", "맨날 이런식이야. 이러니까 안 되는 거다. 집에나 가겠다" 등의 발언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간담회 현장 분위기가 점차 험악해지자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이날 사회를 맡은 이남근 제주도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이 '비공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자, 이번엔 허용진 위원장이 발끈했다.

허 위원장은 "혁신하겠다면서 그럴거면 여기 왜 내려온거냐"며 "누군 성질낼 줄 모르나. 못 참겠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인요한 위원장은 "보다 센 발언들은 문 닫고 하자"면서 "언론이 다 보고 있는데 이렇게 싸우면 안 된다. 문 닫아놓고 소리 지르고 싸워도 상관없다"며 자중을 호소했다.

결국, 이날 국힘 혁신위와 제주도당 간의 간담회는 4명(인요한, 이젬마, 허용진, 김영진)의 발언만 공개된 뒤 비공개로 전환됐다.

한편, 김영진 제주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혁신위에 바라는 사항을 하나 전달하는 것으로 끝내야 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려면 대선 때 약속한 관광청 신설을 이행할 수 있도록 혁신위에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만 총선 불씨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