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입양신고 특례 담은 '4·3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위령단.
▲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위령단.

제주4·3사건으로 인해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는 길이 마침내 열렸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3월 송재호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에 정부 입법안이 병합된 것으로, 주요 내용은 혼인신고 및 입양신고 특례 신설이다.

우선, 제주4·3사건 피해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희생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었으나 혼인신고를 미처 하지 못한 배우자는 4·3위원회의 결정을 받아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희생자의 양자로서의 실질적 요건을 갖췄으나, 입양신고를 하지 못한 사람도 4·3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입양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외에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정정) 결정을 위한 4·3위원회의 결정 범위, 신청절차 및 요건 등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위임 규정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제주4·3사건 희생자에 대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례기간을 2년 더 연장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의 편의를 위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도 제기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했다.

다만, 사후양자 입양신고의 경우 민법 개정으로 1991년 1월 1일 폐지된 제도인 점 등을 감안해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요건과 절차 등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제주자치도는 행정안전부, 법원행정처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가족관계 불일치 사례조사, 실무협의 및 의견제출 등 그간 4·3특별법 제도개선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향후 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에도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돼 매우 기쁘다"며 "후속조치로 대통령령 개정까지 이뤄진다면 실질적인 가족관계의 회복을 통해 더 많은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정당한 배·보상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영훈 지사는 "앞으로도 4.3의 온전한 치유와 정의로운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조상범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이번 4·3특별법 개정으로 4·3사건으로 인해 뒤틀린 희생자와 유가족의 실질적인 가족관계 회복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며 "후속 조치인 대통령령 개정에도 열린 자세로 협의를 진행하면서 희생자와 유가족의 숙원을 적극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재호 국회의원은 "저의 노력뿐만 아니라 오영훈 도정과 제주도의회, 위대한 제주도민의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새로운 내일을 위한 준비를 마친만큼, 더 나은 제주를 위한 도약을 위해 앞으로도 성심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국회 통과 소식에 제주도 내 많은 4.3 관련 단체들이 공동으로 환영의 입장을 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4·3도민연대, 제주민예총,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기념위원회는 "이번에 개정된 제주4.3특별법은 4·3유족을 비롯해 4·3단체들이 꾸준하게 개정을 요구해왔던 내용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4·3 광풍의 역사 속에서 뒤엉켜 버린 친족관계를 바로 잡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들은 정부 측에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의 내용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시행령 등 후속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한다"며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