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계 학교전담경찰(SPO) 팀장 추관수 경위 인터뷰
제주경찰청에 올라온 칭찬글.."진심으로 학생 대해"
학교전담 6년차 '유명인사', 행장관 경찰청장 표창도
"학생들 꿈 가졌으면... 목표있어야 방향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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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계 학교전담경찰(SPO) 팀장 추관수 경위. ©Newsjeju

"제가 진심을 다해 다가간다면 청소년들은 변화할거라고 믿어요. 그게 제 원동력이예요"

제주 서귀포에는 청소년 소통왕 '관수 형님'이 있다. 바로 서귀포경찰서에서 학교전담경찰(SPO)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추관수 경위(50)다. 1999년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한 그는 경비교통과, 기동대, 여성청소년과 등을 거쳐 지난 2019년부터 6년째 SPO를 맡고 있다.

SPO(School Police Officer)는 말 그대로 학교 전담 경찰관이다. 2011년 대구의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투신한 일을 계기로 예방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 그 다음해 도입됐다. 

학교전담경찰관의 업무는 방대하다. 112 또는 117 신고센터로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되면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그들의 부모님, 담임교사까지 만나며 재발방지를 위해 부지런히 노력한다. 초·중·고 및 지역아동센터 등 청소년 기관을 방문해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 전문기관과 연계해 학교폭력 가해 및 피해학생 상담을 진행하고 선도 프로그램을 짜서 가해학생이 이수하게 돕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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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방문해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진행중인 추관수 경위. ©Newsjeju

일반 경찰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검거와 처벌보다는 예방 및 선도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물론 처벌보다는 교화가 노력과 시간이 배로 든다. 지속적으로 위기청소년들과 소통하며 재범을 방지하고 변화시키는데에 최선을 다해야하기 때문이다. 

추 경위의 하루일과는 분주하다. 휴대전화는 늘 쉼 없이 울린다. 학교폭력 사안으로 학교 교사와 학부모, 소위 '비행청소년'들과 밤낮 할 것 없이 통화를 이어가고 있다. 

"저희는 일반 공무원과 같이 6시 퇴근이지만 청소년과 통화하다 보면 그게 잘 안 지켜져요. 보통 방황하는 청소년들은 아침이나 오전에는 전화를 잘 받지 않고 밤에 해야지 전화를 받습니다. 이런 부분이 어렵다고 생각될 수 있는데 저는 편하게 생각나면 전화하고 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늘 진심으로 다가가는 추 경위는 청소년들 사이 유행하는 것들에도 민감하다. 학생들을 상대하다보니 소통하기 위해서는 필수요소다.

"마라탕도 가끔 사주고.. 저번에 한 친구는 소년원 출소 후 탕후루가 먹고싶다고 하기도 하고.. 일하다보니 청소년이랑 이야기하려면 이런걸 알아야겠더라구요. 또 아이들이 MBTI를 자꾸 물어봐서 그 공부도 좀 했어요. 그렇게 하나 둘 알게된 것 같아요." 

이런 노력 덕분에 관내에 소위 '노는 학생'이라면 추 경위를 모르는 이가 없다. 경찰 동료들은 학생들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그를 부르는 호칭이 있다고 했다. 바로 '관수 형님'이다. 길을 걷다 그를 알아보거나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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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제주경찰청 '칭찬한마디'에 올라온 추 경위 칭찬글. ©Newsjeju

교사들 사이에서도 열정 경찰관으로 유명하다. 추 경위와 일년 남짓 소통을 이어온 서귀포의 한 초등학교 교사 박 씨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을 느껴 제주경찰청 '칭찬한마디' 코너에 칭찬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박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추 경위님에게 너무 감사한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글을 올리게 됐다"며 "1년간 진심으로 아이들을 살피고 걱정하는 마음을 느꼈다"고 글을 올린 경위를 밝혔다. 

그러면서 "새벽에도 비번일때도 아이들의 전화를 다 받는다. 길을 지나갈때도 걱정되는 아이들이 보이면 누구랑 있었는지 다 찾아내고 부모와 교사에게 확인 연락도 하신다"며 "관심이 없으면 힘든일이다. 직업적인 것을 떠나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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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경찰서와 청소년 유관기관이 함께 진행한 학교폭력예방캠페인. ©Newsjeju

퇴근하고도 아이들에게 시간을 쏟으며 분주하게 일하는 추 경위는 25년 경찰 생활 중 SPO부서에 가장 애정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이 부서에 오고난 후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2021년에는 행안부장관, 2023년에는 경찰청장으로부터 청소년 선도 보호 유공 표창을 수여받았다. 그의 사명감은 어디에서 나올까.

"청소년은 변화할거라고 믿기 때문이죠. 사춘기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아직 미성숙하지만 그만큼 아직 변화할 수 있잖아요. 진심을 다해 다가가 자주 만나고 소통하다보면 대부분 청소년들은 본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경찰관이라고 하면 좀 더 마음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아요. 이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고 좀 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진심을 알아주는지 추 경위를 따르는 청소년들도 늘었다. 먼저 전화해 고민을 말하거나 SNS로 '생일 축하해요'하는 연락을 남기는 학생들도 있고, 선도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학생은 경찰관이라는 꿈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무엇보다 '고맙다'는 말을 들을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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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경찰서와 청소년 유관기관이 함께 진행한 학교폭력예방캠페인. ©Newsjeju

아이들을 사랑하는 추 경위지만 학교 현장 실무자로서 느끼는 한계도 있다고. 

"교육현장에서 특별한 애로사항은 없지만 예방교육을 진행할 때 떠들거나, 잠자는 아이,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느꼈어요. 기분이 안좋을 때도 있었지만 또 집중해서 듣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고 아이들과 유대감을 쌓아놓으면 나중에 소통할 때도 마음을 잘 열어주기 때문에 웃으면서 예방교육을 진행하는 편입니다"

"또 범죄나 비행 예방을 위해 학교에서 청소년을 면담하려면 선생님을 통한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한데요. 하지만 경찰이라는 이유로 '우리 애가 무슨죄를 졌냐'며 만남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때면 죄를 밝히려는 것이 아닌 사전예방과 아이들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긴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죠"

▲ 소년원에서 자체 선도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추 경위. ©Newsjeju
▲ 소년원에서 자체 선도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추 경위. ©Newsjeju

추관수 경위가 SPO에서 일을 하다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부모와 교사와의 소통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 

"아이들은 집보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잖아요. 아이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교사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교사와 꾸준한 소통으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 또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을때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자녀가 잘못했다면 진정한 사과가 선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추 경위는 청소년에게 꿈을 가지라고 조언을 건넸다.  

"저희가 만나는 친구들은 대부분 꿈이 없고 방황하는 친구들이예요. 학교를 다니지 않고 알바를 하면서 받아야할 권리를 못받는 친구들이 많아 안타까워요. 목표를 가져야 방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꿈을 갖고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 성장하길 바랄 뿐입니다"

마음을 다해 다가가면 아이들은 언젠가 다 알아준다고 말하는 추 경위. 2시간 가량 인터뷰를 이어가는 그에게선 청소년들을 향한 남다른 애정이 엿보였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 청소년 돌봄은 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관심 바깥에 서있는 위기청소년들에게 추 경위같은 경찰관의 손길이 많아질수록 제주 사회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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