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1만 6608건, 금액 18억 2300만 원, 홍보비 3억 9000만 원 집행
전국 243개 자치단체 중 기부건수 전국 1위, 기부금액 전국 2위로 독보적 성과?

제주특별자치도.
▲ 제주특별자치도.

[기사수정 5일 오후 9시] 지난해부터 처음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도에 대한 1년 성적표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월등히 높은 성적을 거두긴 했다.

제주자치도는 지난해 1만 6608건의 기부로 총 18억 2300만 원을 모금했다. 이는 기부건수로 보면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 1위며, 기부금액은 2위다. 이를 두고 제주자치도는 5일 '독보적인 성과'라고 자평했지만, 여기엔 통계의 함정이 숨어있다.

전국 17개 시·도 자치단체 중 제주의 인구규모를 고려하면 엄청난 성과처럼 여겨지나, 일단 '제주특별자치도'엔 기초자치단체가 없어 제주시 및 서귀포시 등으로 나눠 모금되지 않았다. 즉, 이 '성과'는 제주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인구수가 적은 기초자치단체들을 포함한 지역들과의 비교결과라는 얘기다.

실제 전국 243개 지자체 중 기부금액 1위를 차지한 전남 담양군의 인구수는 겨우 4만 5749명에 불과하다. 담양군이 모금한 액수는 22억 4000만 원에 이른다.

제주에 이어 3위를 한 전남 고흥군은 6만 1805명으로 12억 2000만 원을, 4위 전남 나주시는 11만 6672명으로 10억 6000만 원의 기부금을 거둬들였다. 이어 5위 경북 예천군은 5만 5741명으로 9억 7000만 원을, 6위 전남 영광군이 5만 2179명으로 9억 3000만 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인구수 대비 순위를 보면 제주의 '2위'라는 기록은 '체급'이 맞지 않는 선수들끼의 대결 결과다. 현재 제주의 인구수는 68만 명 정도 된다. 물론 제주보다 인구수가 훨씬 많은 지역들도 포함된 평가다. 제주보다 인구가 많지만 훨씬 적게 모금된 곳도 있기 때문에 이 '2위'라는 성적이 일단 상위권이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비교대상이 적절치 않다는 게 문제다.

때문에 적절한 비교 평가를 위해선 '기초자치단체'가 아닌 전국 17개의 '시·도 지방자치단체(광역자치단체)'로 봐야 하나, 이것 또한 적절한 비교평가 기준이 되지 못한다. 거의 1000만 명(938만 명)에 육박하는 서울시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공평치 못하다.

허나 전국 17개 시도 광역자치단체로 범위를 좁혔을 경우, 지난해 가장 많은 기부금을 수확한 곳은 서울시가 아닌 인구 180만 명 정도인 전라남도다. 

무려 143억 3000만 원을 모금했다. 지난해 기부된 총액(650억 2000만 원)의 22%나 차지하는 양이다.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 1~6위에 제주와 경북 예천군을 제외한 다른 모든 지역이 전남 지역인 것만 봐도 전남 지역에서의 홍보 및 연대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알 수 있다.

전남에 이어 경북(255만 명)이 89억 9000만 원, 전북(175만 명)은 84억 7000만 원 순으로 모금액을 거둬들였다. 

반면 인구수 152만 6000명이 넘는 강원도는 겨우 3억 3000만 원에 불과했다. 더 아이러니한 점은 강원도가 고향사랑기부제 홍보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4억 8000만 원을 집행했다는 점이다. 제주는 홍보비로 3억 9000만 원 정도를 사용했다.

행정안전부가 17개 광역시도별로 순위를 따로 집계 발표하지 않아서 정확친 않으나 제주는 하위권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허나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1위'라고 항변했다.

제주도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제주가 1위인 이유는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들 중 기초자치단체를 뺀 각 시·도 본청만 계산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초를 포함한 말 그대로의 '광역자치단체'로 비교하면 제주는 당연 하위권에 있을테지만, 도 관계자는 행안부가 그렇게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광역시 및 도 본청'끼리만의 비교에선 제주가 가장 높다는 설명이다. 즉, 제주가 인구 100만 명이 훌쩍 넘는 서울이나 부산(329만 명), 울산시(110만 명) 등 그 어느 광역시보다 많이 모금했다는 얘기다.

이를 보면 제주의 지난해 고향사랑기부금 조성 성과가 굉장한 노력이 뒷받침 된 결과 값이라는 걸 알 수 있다.

▲ 제주도정과 의회가 지난해 추석 명절을 맞아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 입도객들을 대상으로 제주고향사랑기부제 홍보에 나섰다.
▲ 제주도정과 의회가 지난해 추석 명절을 맞아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 입도객들을 대상으로 제주고향사랑기부제 홍보에 나섰다.

이것만 보더라도 인구수가 많다고 해서, 홍보를 아무리 가열차게 한다고 해서 기부금 모금에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결국 전남 이외의 지역으로 흩어진 전남 지역민들의 고향사랑이 그 어떤 지역보다 매우 크다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그 중에 제주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구수가 4만 5000명 정도에 불과한 전남 담양군이 제주보다 적은 기부횟수로 많은 금액을 모금했다는 건, 고액 기부자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오영훈 지사는 "고액 기부자는 500만 원 한 번 뿐이지만 소액 기부자는 언제든 제주를 재방문할 때마다 또 기부를 할 수 있어 제주가 훨씬 유리하다"고 설파한 바 있다. 

일면 그럴듯한 논리이나, 송재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갑)이 발의한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면서 모금 한도액이 연 2000만 원으로 상향된 것을 감안하면 여러 번의 소액 기부가 한 번의 고액기부를 능가할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향후 2026년 7월께에 제주가 3개의 기초자치단체를 둔 행정체제로 변화하게 되면 지금의 모금액은 3분할돼 집계된다. 기부건수 1위 혹은 기부금액 2위라고 자평할 수 있는 건 이 전까지 뿐이라는 얘기다.

결국, 기준편차가 매우 큰 고향사랑기부금의 순위 나누기는 종국엔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치부될 공산이 매우 크다. 시행 첫 해 결과가 어땠다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의 결과일 뿐, 기부금을 가장 많이 모았다는 의미가 무얼 뜻하는지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한편, 지난해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도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 외의 지역에 500만 원 한도 내에서 기부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개정안 통과로 내년(2025년)부터는 2000만 원까지 가능해진다. 10만 원까지는 전액이 세액 공제되며, 그 이상의 금액은 16.5%가 공제된다. 기부를 받은 자치단체는 기부금액의 30% 한도에서 기부자에게 답례품을 제공한다.

지역사랑상품권을 제외한 답례품 1위는 전북 장수군의 사과였으며, 제주도의 노지감귤이 그 뒤를 따랐다. 뒤이어 강원도 속초시의 닭강정, 강릉시의 돼지고기가, 5위는 제주도의 돼지고기가 차지했다.

시행 첫 해엔 총 52만 명이 동참했고, 650억 2000만 원이 모금됐다. 이 가운데 기부금 전액을 공제 받을 수 있는 10만 원 이상 기부가 전체의 83% 차지했다. 제주의 경우, 기부자 대부분이 30~50대(82.4%) 직장인이었으며, 10만 원 이하 소액기부자가 97.9%에 달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