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오직 한·미동맹에만 목매다 고립 자초
ㆍ러 ‘천안함 보고서’에 스파이 논란까지

한·미 연합훈련 과정에서 불거진 중국과의 마찰, 러시아의 천안함 보고서 논란, ‘스파이 활동’으로 인한 리비아와의 관계 악화….

경향신문에 따르면 4개월 가까이 이어졌던 ‘천안함 외교’가 일단락되면서, 한국 외교가 여기저기서 난맥상을 노출하고 있다.

우선 제기되는 것은 ‘천안함 외교’의 실패다. 초유의 군함 침몰 사건 이후 한국 정부는 민·군 합동조사단을 꾸려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침몰로 결론짓고 국제사회에 이를 가져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는 남북한 대결의 장이 됐다. 북한 소행이라는 “압도적인 증거”를 들이대며 북한 규탄 성명을 자신했던 한국 정부는 북한을 직접 비난하지 않은 어정쩡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 등 전통적 우방국들의 지원을 받았다. 특히 어느 때보다 공고한 한·미동맹 관계를 과시했다. 지난 21일 사상 처음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는 더욱 강화된 한·미관계를 상징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잃은 것도 만만치 않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는 많은 상처가 났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애초 중국은 천안함 사건이 남북한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로 가지 않고 자체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국 정부는 대통령, 외교부 장·차관이 나서서 원자바오 총리, 양제츠 외교부장 등 중국 고위급의 설득에 주력했지만 중국 측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자제해달라”는 답변만 내놨다. 이 과정에서 한국 측은 “중국 때문에 북한 책임을 묻는데 실패하면 나중에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며 을러대는 말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대대적인 동해 한·미 연합훈련을 놓고 한국은 중국과 과거 볼 수 없었던 마찰을 연출했다. 중국 외교부는 연합훈련 실시 전부터 수차례나 ‘동북아 긴장을 높이는 한·미 연합훈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국은 ‘방어적 훈련이기 때문에 우리 주권 사항’이라고 맞섰다. 외교 무대에서 양국이 보여준 모습은 사실상 ‘막말’을 주고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천안함을 직접 조사하고 간 러시아 전문가팀이 내린 판단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외교력 부재를 보여줬다. 러시아 정부는 천안함 조사결과 요약본을 이달 초 미국과 중국에만 알려줬고, 사건 당사자인 한국 정부에는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신각수 외교부 1차관이 지난 4일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를 불러 “신뢰를 저버린 비우호적 처사”와 같은 항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리비아 ‘스파이’ 논란까지 터져나왔다. 리비아 정보당국은 현지 한국대사관 정보담당 직원이 리비아가 민감해 하는 무아마르 카다피 최고지도자 관련 정보를 수집해 미국 등 제3국에 넘긴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어느 때보다 강한 동맹관계를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상황에서 리비아로서도 한국이 미국과 각종 정보 공유를 더욱 강화했으리라는 추론을 했을 소지가 있다. 비록 외교관계 복원을 했지만 카다피 정권이 가장 위협적으로 인식하는 상대인 미국에 민감 정보가 새나갔으리라 의심했을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이처럼 외교 난맥상이 계속되면서 외교의 큰 방향 자체를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모든 문제가 ‘한·미동맹만 잘 작동하면 만사형통’이라는 기본 가정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한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현 정부 외교정책의 기본 방향은 한·중관계나 다른 것은 신경을 많이 못써도 한·미동맹만 잘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에 기반한다”며 “한·중과 한·미관계를 모두 잘 할 수 있다는 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통상부 자문교수는 “한·미동맹이 안보를 위해 중요한 한 축인 것은 틀림없다”면서 “하지만 안보를 스스로 지키겠다는 자국의 의지, 동북아 안보환경을 평화롭게 만드는 노력 등이 함께 가야 하는데 이 정부 외교정책은 한·미동맹 외에는 거시 전략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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