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중인 딸 연락 두절, 협박범은 금전 요구
'보이스피싱' 범죄 일단락
신고자 집 주변에서 '사이렌' 울린 경찰
협박 피싱범, 제 발 저려 통화 종료

▲ 제주경찰 사진자료 ©Newsjeju
▲ 제주경찰 사진자료 ©Newsjeju

"당신의 딸을 납치했다."

3월 15일 밤 9시10분쯤 A씨 부부는 가슴 철렁한 협박 목소리를 들었다.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걸려 온 전화는 딸의 안전을 담보로 돈을 요구했다, 

A씨 부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내가 협박범과 통화를 하는 사이, 남편은 몰래 경찰에 신고했다. 협박범은 부부에게 한자리에 모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통화 중인 아내의 폰을 남겨두고, 남편 핸드폰은 전원을 끄라고 강요했다. 

신고자의 통화가 종료되자 제주경찰은 '코드 0' 경보를 발령했다. 경찰은 휴대폰 위치 추적과 통신 수사를 요청했다. 관할 구역에 있는 안덕파출소 순찰1팀은 즉시 현장으로 내달렸다. 

같은 시각, 협박범은 계속 협박을 가했다. 딸이 현재 한국에 없고, 해외에 있는 내용도 알았다. '납치'와 '감금'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닥쳤다는 현실에 A씨 부부는 고통스러웠다. 

안덕파출소 순찰팀은 신고자 집 주변에 도착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아 정확한 주소를 알 수 없었다. 직감적으로 실제 납치보다는 최근 보이스피싱 수법이라고 생각했다. 

순찰팀은 차량 내 부착된 사이렌을 울렸다. 한밤중 마을에 쩌렁쩌렁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는 통화를 하는 협박범 귀에까지 들렸다. 협박범은 A씨 부부에 "머리 잘 돌아가네?"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밖으로 나가 경찰을 만난 A씨 부부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경찰은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했다. 딸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 

미국 시카고 한국 총영사관과 워싱턴 총영사관을 전화한 경찰은 딸이 전화를 받지 않는 이유를 확인했다. 학교 행사 일정으로 시카고에서 대만행 항공기에 탑승했었기 때문이다. 또 시카고 경찰과 공항경찰대 공조로 A씨 부부 딸은 안전하게 비행기 안에 있다는 연락도 전해 들었다. 

A씨 부부는 시간이 지나 딸과 무사히 연락이 닿자 그제야 안도했다. 그리고 경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제주경찰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글도 올렸다. 

경찰의 빠른 대응으로 협박범에 의한 단순 보이스피싱 사기임이 드러나 실질적인 금전 피해는 없었다. 다만, 딸의 유학 여부와 비행기를 탑승해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시간대에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오면서 경찰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수사 착수는 A씨 부부의 신고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현장 출동에 나섰던 안덕파출소 경찰관은 "연락이 쉽게 닿지 않는 해외 거주 가족을 사칭한 피싱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며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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