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이 27일 금융서비스와 지적재산권 등 5개 분과 협상을 끝으로 공식 종료됐다.

우리측은 일단 실질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첫날부터 공산품(상품) 분과 협상이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측으로부터 개선된 양허(개방)안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는 것.

실제로 미국 시애틀에서 열렸던 지난 3차 협상을 마친 뒤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던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도 이번 협상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에 인색하지 않았다.

양측은 그러나 농산물과 섬유, 자동차, 의약품, 무역구제 등 핵심 분야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끝마쳤다. 다음 단계로 나갈 토대를 마련한 정도는 됐다는 게 협상 당사자들의 평가지만 갈 길이 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로 예정된 5차 협상에는 핵심 쟁점을 주고받는 본격적인 빅딜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 공산품 협상 '진전'…5차 모멘텀 마련 = 첫날 파행으로 시작된 공산품 협상은 의외로 급진전됐다. 미국측이 1000여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겠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도 "상품 양허안에 대한 불균형이 해소됐다"면서 "현재 관세철폐 이행기간이 '3년, 5년, 10년' 등 중간단계에 있는 품목이 양측 공히 1500개 정도로 협상 진전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양측은 이 같은 협상 결과를 토대로 2차 양허안을 마련, 5차 협상 전에 교환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5차 협상부터 본격적인 '공방전'과 '주고받기'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단 관계자는 "자동차, 섬유, 의약품 등 민감 품목이 이제 테이블에 올라오게 된다"면서 "민감 품목에 대한 논의는 물론 2차 양허안을 토대로한 개방폭과 관세 철폐 시기 등과 관련한 치열한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섬유·농산물 '제자리걸음' = FTA 핵심 쟁점인 섬유와 농산물은 입장차만 확인했다. 섬유분과는 당초 사흘로 예정됐던 회의 일정을 다 채우지 못한 채 하루 앞당겨 협상을 마무리했을 정도다.

섬유 분과 협상단 관계자는 "서로의 입장차가 확연한 만큼 더 이상 논의 진전이 어려워 일찌감치 회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공은 5차 협상으로 넘어갔다. 미국측이 요구해온 섬유분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도입 문제를 원산지 규정 완화 및 관세 즉시 철폐 요구와 연계하겠다는 게 우리 전략이다.

농산물 분야도 우리측이 284개 민감품목 중 50여개를 관세철폐 대상에 포함시킨 수정 양허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측이 사실상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실질적인 진전은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은 쇠고기 관세 즉시 철폐, 축산물·과일·채소 등의 전면 개방을 요구하며 압박, 향후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 가지치기 '끝'...4개 쟁점 '딜'만 남아 = 금융 분과 협상은 조용하지만 치열하게 진행됐다. 이미 시장 개방이 많이 돼 있어 쟁점이 많지 않았지만 금융 강국 미국의 공세와 우리의 방어가 팽팽히 맞섰다.

그런 가운데 주요 쟁점에 대한 '가지치기'는 끝냈다. 주요 쟁점은 △산업은행 △우체국 보험 △보험중개업 국경간 거래 △자산운용업 개방 등 4가지로 정리됐다.

우리측은 이중 "산업은행 등 13개 국책금융기관을 협정문에서 제외하거나 유보리스트에 포함하자"는 제안을 했다. 국책은행을 문제삼은 미국측에 대한 반격이었다. 반면 미측은 5차 협상에서 답변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보험중개업, 자산운용업에 대한 국경간 거래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미국측은 우체국 보험에 대한 정부 특혜도 물고 늘어졌다.

신제윤 금융분과장은 "가치치기 작업은 끝났다"면서 "핵심 쟁점에 대한 본격적인 딜만 남았다"고 말했다.

◆나머지 분야는 '지지부진'…가지치기에 주력 = 서비스와 의약품, 무역구제 등의 분야는 별다른 성과를 못 냈다.

그럼에도 협상 관계자들은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쟁점이 많아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을 뿐 전체 협상 과정을 놓고 보면 '기술적인 진전'은 이뤄냈다는 자평이다.

서비스의 경우 유보안을 명확히 하는 데 주력했다. 비쟁점 사안을 정리하고 쟁점을 명확히 했다는 의미다. 합의는 없었다. △항공·해운업 개방 △전문직 비자 쿼터 설정 △전문직 분야 자격 상호인정 △방송통신융합 개방 확대 등 한미 양측 모두 관심 사항을 거듭 제시한 수준에 그쳤다.

의약품·의료기기와 무역구제 분과도 마찬가지. '결렬'은 아니지만 큰 '성과'도 얻지 못했다. 협상 관계자는 "사전 정지작업은 이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리에 무게를 둔 4차 협상을 마무리짓고 본격 협상이 진행될 5차 준비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서울=머니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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