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며칠 앞두고 터진 미사일 세례에 얻어맞은 임용고시 준비생들.
즐거워야 할 명절을 ‘초상집’ 분위기로 바꿔, ‘큰 선물’ 고마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

필자가 17일 저녁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보니 완전 초상집 분위기가 따로 없었다.
TV도 꺼져 있는 채, 말없이 허공만 쳐다보고 있는 어머니를 보니 뭔가 이상했다.

“어무이, 무슨 일이꽈? 막내는 어디간?”

이내 어머니는 한숨만 푸욱 내쉬더니, “모르켜, 경기도에서도 5명밖에 안 뽑는다고 발표났져.”

순간 멍했다.


2010년 9월 17일 오전 10시 3분.

제주도교육청 홈페이지에 ‘2011학년도 제주특별자치도 공립 중등학교교사 및 특수학교(중등)교사․보건교사 임용후보자선정경쟁시험 시행 계획’을 공고했다.

우선 임용선발 인원을 살펴보니 국어가 1명이다. 1명.

필자 동생의 경우 윤리과목이라 작년부터 뽑지 않기도 했지만, 전국에서도 총 18명만을 선발한다.

그 중 경기도에서 5명이다.

공통사회, 공통과학은 전국적으로 선발 인원이 0명이다. 아예 뽑질 않는다.

이 사실을 보면 딱 드는 생각은 하나다.

“이제껏 공부한 나는 뭔데?”
“이제 졸업하는 학생들 중에 공통사회와 공통과학으로 목표를 삼고 있던 학생들은 뭐가 되지?”

이제 임용시험이 10월 23일(토). 딱 한 달 남았다.

이것은 토우나 스커드 같은 미사일 따위와 비교가 안된다.
거의 핵미사일급이나 다름 없다. 그것도 예고 방송 없이 쏜 것이나 같다.

지금 이런 발표는 지난 해 시험에서 떨어지고 다시 도전해볼 심산으로 열심히 지난 1년 동안 공부해 온 사람들에게 X을 먹이는 짓이다.

시험 시간이 한 달을 남겨두고 이런 발표를 하는 각 도교육청이나 교육과학기술부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왜 이런 중대한 발표를 시험 보기 한 달 전에야 게시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굳이 이해하려고 한다면, 교육과학기술부가 너무나 바쁜 관계(!)로 일의 우선 순위를 자기들 맘대로 정하다 보니 이렇게 늦어지게 된 것일 게다.

안봐도 답이 나온다.

그 해 시험이 끝나고 각 교사들의 모집을 끝낸 후, 모든 학교에서의 퇴직, 전출 집계를 내는 것이 1년 동안 걸리진 않을 텐데.

도 교육청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학생수 자연감소의 따른 정원조정으로 중등 교육 선발인원이 많이 줄어들게 됐다“라면서 “이와는 반대로 출산인구와 유입인구가 늘어난 타 시.도지역은 그만큼 선발인원이 늘어나게 되어 전국적인 정원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오히려 신제주 지역에는 학생 수가 초과 상태로 한 학년의 학급 수가 17개 학급을 넘어가는 곳도 있어 새로이 학교가 신축되는 상황에서 학생 수 감소로 인해 정원조정이 됐다는 것은 쉬이 납득이 가질 않는다.

타 시․도지역의 선발인원이 늘어났다고 보기도 힘들다.

왜냐하면, 서울지역에서 국어과목의 선발 인원은 장애인 포함 10명이다. 10명.
말이 되는가? 그 엄청난 수의 학교가 밀집돼 있는 곳에서 단 10명의 국어교사만 선발한다.
경기도는 58명으로서 작년보다 100명이 넘게 줄어들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2010학년도 선발인원이 2천957명(장애인 196명 미포함)에 반해 2011학년도 선발인원은 2천258명(142명)으로 750여명이 줄었다.

그런데, 과목별로 보면 그 편차가 너무 심하다.

지금의 교육은 예전부터 중요시하던 국/영/수 체제에서 이제는 완전히 영어 체제로 옮겨가고 있다.

영어의 경우 작년 429명에서 올해 430명을 선발한다.

반면 국어는 382명에서 276명을, 수학은 394명에서 350명을 선발하고 있다.

눈에 띄게 영어 중심의 교육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관계자는 “이 같은 감소는 한시적인 상황으로 아마도 내년에는 40~50여명의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참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어른아이 달래주는 격이다.

과연 내년에는 선발 인원이 말한대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까?

수치상으로만 봐도 절대적으로 의심될 수밖에 없다.

2009년도 선발인원이 4천25명이었던 점과 비교해보면 무려 1천500명이 줄어들었다.

지금의 이명박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교육과정의 방향에 기인해 볼 때,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같은 원인에는 단연코 2009 교육과정에 기인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준비로 각종 교육에 대한 자료와 방법을 준비해 왔었다.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은 부분수시개정을 기본 골자로 진행되는데, 10개의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른바 필수과목)과 선택형 교육과정을 나눠서 이수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는 참으로 모호함이 숨어있다.

2007년 교육과정이 부분수시개정이 가능해짐에 따라, 기존의 교육과정이 기본적으로 5년 단위로 진행돼 왔었지만, 정책가들의 의견으로 언제든 그 교육과정이 바뀌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내포하게 된 것이다.

즉, 교육과정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 멀리 내다보며 단계적 시행을 하기 보다는, 필요한 것이라고 판단되거나 잘못된 방향이라고 관측되면 바로 교육과정의 일부를 바꾸고 정책을 펴 나간다는 것이다.

정책집행이야 쉬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수혜를 받는 학생들에게는 매번 혼란이 찾아오게 되는 셈이다.

학생들 뿐이랴 학교 선생님들은 더 머리가 아픈 정도가 아니라 골병이 나돌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  2007년 교육과정이 채 꽃을 펴보기도 전에 미래형교육과정이 발표되면서 2007년 교육과정으로 준비해오던 모든 것들이 사장됐다.

미래형 교육과정은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의 이전 이름으로서 2011년도부터 적용되는 교육과정이다.

미래형 교육과정이 명칭이 이같이 바뀐 이유는 미래형교육과정의 핵심이 수요자 중심의 학생 선택형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교육단체들의 빗발친 항의 때문이다.

말이 좋아 이렇게 ‘수요자 중심의 선택형’ 이라고 표현한 것이지 사실 직설적으로 말하면 ‘학원형’이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의 기본 골자가 ‘선택형 과목’이기 때문에 대학입시에 내몰리는 학생들에게 우선 순위는 당연히 영어가 될 것이고, 그 이외의 과목은 필수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영어는 무조건적으로 늘어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시하게 되는 과목들, 이른바 국어, 사회는 수업시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는 학교교장의 권한에 의해 각 과목에 대한 수업시수를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입시위주의 학교는 어쩔 수 없이 경쟁구도로 내몰린다.

이렇게 됨에 따라 윤리는 전국에서 18명만을 선발하게 되는 것이고, 지리가 19명, 역사가 42명만 선발하게 되는 ‘참사’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착각하지 말자.
이 인원은 제주도내에서 선발하는 인원이 아니라 전국이다. 전국.
제주도에서는 윤리와 역사과목에 선발하는 인원이 없다.

모든 과목이 다 중요하고 그 철학이 인정받아야 하지만,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추락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쓰라린다.

참으로, 계산된 교육과정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영인 마인드로 교육과정까지 경영적인 시스템으로 모든 것을 지배하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얘기를 늘어놓고 있다보면 끝이 보이질 않는다.

대체 이 나라는 이제 누가 지키고 가꾸어야 한단 말인가.

 

http://www.g-school.co.kr/index.jsp

이 곳에 가면 '공지사항' 란에서 2011 전국 중등교사 모집현황을 볼 수 있다. 아크로뱃리더(Acrobat Reader 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김명현 기자/저작권자(c)뉴스제주/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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