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7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이 열린 닷새 동안 제주는 '세계 평화의 섬'과는 거리가 먼 '군 작전지역'을 방불케 했다.

반(反) FTA 단체들의 계속된 시위와 이를 저지하는 경찰 간 물리적 충돌로 인해 10여명의 부상자와 연행자가 속출하는 등 그야말로 시위와 진압으로 얼룩졌다.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은 우려섞인 시선으로 이를 지켜봤고 때아닌 불안과 긴장 속에 하루 하루를 보내야 했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도민운동본부 등 반(反) FTA 단체들의 시위는 협상 기간 내내 계속됐다.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에는 제주도내 농민.노동자.시민단체 1만여명 외에 다른 지방에서 내려온 2500여명의 원정 시위대까지 가세했다.

이들은 협상 기간과 맞물려 협상장 인근인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인근에서 한미FTA 저지 결의대회와 삼보일배, 차량 시위, 촛불 문화제, 거리 선전전 등을 통해 한미FTA의 부당성을 알렸다.

이에 경찰은 한미FTA 4차 협상 경비와 과격 시위를 막기 위해 다른 지방 전.의경 81개 중대 9000여명과 도내 1000여명 등 모두 1만여명의 경찰 병력을 협상장인 신라호텔과 중문관광단지 곳곳에 배치해 철통 경비를 폈다.

제주지역에 이처럼 대규모 경찰 병력이 동시에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협상 이틀째인 지난 24일 우려했던 대로 협상장 진입을 시도하던 반(反) FTA 단체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 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유혈 사태가 빚어졌다.

시위대는 경찰이 협상장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철제컨테이너와 방파제용 TTP(일명 삼발이)를 밧줄로 끌어 옮겼고, 결국 경찰은 살수차를 동원, 물대포를 쏘고 방패와 곤봉으로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광주시농민회 정책실장 오모씨(43) 등 시위대 8명과 전남 중대 박모 수경(22) 등 전.의경 4명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시위대와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은 협상 사흘째인 25일에도 이어졌다.

이에 앞서 시위대 50여명은 협상장에 진입하기 위해 중문관광단지 내 방파제 포구 사이를 헤엄쳐 건너는가 하면 일부 시위대는 취재 기자를 가장해 협상장인 신라호텔 정문 앞까지 무단 잠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4차 협상이 진행된 닷새 동안 제주 최고의 관광지로 알려진 중문관광단지는 관광객들의 발길 대신 경찰 병력이 그 빈자리를 채워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관광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어디 무서워서 휴양할 기분이 나겠느냐"며 속속 발길을 돌렸다.

중문관광단지 인근 호텔과 관광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었다.

차량 출입이 통제되고 검문검색이 강화된 탓에 호텔에 납품하는 영세업체와 인근 주민들도 통행에 큰 불편을 겪었다.

중문관광단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53)는 "사전에 협조 요청도 없이 협상 전날인 22일부터 차량 길목을 차단하는 바람에 손님이 없어 그동안 영업 개시도 못했다"며 "심각한 영업 손실을 입었는데 이를 누가 보상해주겠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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