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의 화해는 과연 가능할까?'

놀라울 따름이다. 상상할 수 없는 일대 사건(?)이 터졌다. 영원히 얼굴도 쳐다보지 않을 것 같았던 이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연례 행사처럼 해오던 상대를 자극시킨 '설전'이 아니다. 아주 평화롭고 점잖게, 그것도 상대를 높여주는 코멘트로 잉글랜드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같은 지구상에 함께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괴로워 보였던 첼시의 조세 무리뉴 감독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 사이에 평소와는 확실히 다른 기류가 흐르고 있다. 축구팬들에게는 하나의 화젯거리가 없어질 수도 있어 아쉽겠지만 '견원지간'처럼 서로 이마를 맞대고 으르렁대는 것보다는 훨씬 좋아 보인다. 일단 화해의 제스처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맨유 사령탑 취임 20주년'을 맞은 퍼거슨 감독에게 축하의 메세지를 전했다. 4일 포츠머스와 일전을 앞두고 맨유 구단에서 제작한 '매치데이 공식 매거진'은 대부분의 페이지가 퍼거슨 감독 관련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고, 그 중 '적절히 찬사를'(Fitting-Tribute) 코너는 무리뉴 감독의 축하 코멘트를 실었다.

이 코너를 통해 무리뉴 감독은 "정말 퍼기는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깨질 수 없는 기록을 세웠다. 누구도 이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모두가 꿈이라 생각했던 일들을 해냈다. 그는 축구사 최고의 족적을 남겼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올드 트래포드 주변에서 이 잡지를 구입했던 맨유 팬들은 무리뉴 감독이 남긴 한 마디를 보고는 깜짝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날 6세 된 아들과 함께

그러나 무리뉴 감독이 퍼거슨 감독에게 언론 등을 통해 아직 정식으로 화해의 말을 남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의도로 이같은 뜻을 전했는지는 잘 모른다. 더구나 무리뉴 감독은 아스날의 아센 벵거 감독과 함께 개인 사정을 이유로 6일 맨유 구단이 마련한 프리미어리그 각 구단 감독 및 맨유 선수단 초청 만찬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저 서로 어떤 특정 클럽을 이끌고 있는 처지에 그저 '립서비스' 차원으로 했을 수도 있지만 이 잡지는 다른 구단 감독들의 얘기들은 모조리 쏙 빼놓고 굳이 무리뉴 감독의 말만 실었다. 그만큼 무리뉴 감독의 '충격 발언'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감독의 코멘트 한 마디 한 마디가 뉴스가 되고, 화젯거리가 될 수 있는 잉글랜드 축구는 그래서 재미있는 것 같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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