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2주 연속 국내 흥행 1위에 올랐다. 각 미디어는 즉각 '빼앗긴 국내 극장가' 운운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10주 연속 할리우드 영화에게 1위를 빼앗긴 작년 여름을 떠올렸다.

하지만 '걸작 할리우드 영화'라는 특성 만으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관객 호응을 설명할 수는 없다. 기초는 원작 소설의 팬층이 쌓았다. 여기에 사회현상이 날개를 달아줬다. 네티즌들이 제시한 '된장녀 열풍 탓'이 설득력을 지니는 것이다.

명품, 정확히는 사치품 소비에 집착하는 '된장녀' 신드롬의 실재는 엄연하다. 된장녀 증후군을 탄 와이스버거의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된장녀 교과서'로 성가를 높였다. 각종 베스트셀러 차트 1위에 랭크된 책이다. 소설이 잘 팔리자 사치품을 향한 대중의 관심도 덩달아 고조됐다. 이런 상황에서 뚜껑을 연 영화는 프리미엄 혹은 어부지리를 누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작은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대박'을 노리는 영화라면 연예문화가 아닌 사회를 공략해야 한다. 영화적 완성도에 정치, 사회적 관심이 보태지면서 대히트한 '실미도'와 '왕의 남자' 등이 보기다. 외화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현지 흥행에 참패한 '아일랜드'는 황우석 열풍과 맞물린 유전자 복제인간 이슈로, 일본영화 '일본 침몰'은 반일감정 자극으로 각각 국내에서 성공한 바 있다.

영화기획자에게 사회현상 예측력이 요구되는 시대다. 2년 전 '섹스 앤 더 시티'가 화제일 때 국내 영화계도 관련 영화를 준비했어야 했다는 만시지탄이 나돌고 있다. 넋 놓고 있다가 절묘한 시기를 포착,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에게 당한 꼴이기 때문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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