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여행사를 했다. 그 당시는 제주관광을 위해 한라산에도 케이블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제주도가 트리플크라운 지역이 되면서 제주도는 개발보다는 보존이 옳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한 도의원이 텔레비전 토론에 나와 고백한 말이다.

이 말을 한 주인공은 제주도의회 초선의원이며 현재 활발한 의정활동을 펴고 있는 강창수 의원이다.

강 의원은 이날 TV토론에 나와 사회자가 느닷없이 던진 한라산케이블카 문제에 대해 확실한 의사표명을 했다.

JIBS가 금요일 밤에 마련해 전문가와 도 정책담당자들이 나와 제주도의 현안사항을 짚어보고 방향을 제시하는 ‘제주아젠다 직격토론’은 도민사회에 인기가 높다.

지난 10일 직격토론의 주제는 ‘한라산 개방 이대로 좋은가’였다.

사라오름이 개방된 후 늘어나는 관광객들로 성판악 지역이 주차난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제였다.

그런데 후반 들어 사회자가 느닷없이 한라산케이블카 설치문제를 꺼냈다.

이에 대한 이날 참석자의 의견은 확연히 구별이 돼 막간의 분위기를 감지하게 했다.

이지훈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소장은 “이미 끝난 사항”이라는 말로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뜻을 전했다.

김태윤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실장은 “아마 이 말을 듣는 도민들은 짜증을 낼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강창수 의원은 “나는 여행사를 했던 사람으로 그때는 케이블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으나 지금은 다르다. 한라산은 케이블카 설치보다 보존이 옳다는 생각”이라고 확고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도를 대표한 오익철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장의 생각은 달랐다.

“도민의 의견을 취합해 도민들이 원한다면 이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한라산은 세계자연유산지역이다.

세계유산을 관리하라고 임명한 본부장의 이같은 발언은 제주도정이 추구하는 환경정책의 방향과 무관해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우근민 제주도정은 ‘선보전 후개발’ 원칙을 이미 천명했지만 아직도 이같은 의지가 간부들에게까지 전달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블랙홀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도지사가 아무리 선보전 후개발을 천명해도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선언이 무슨 소용이랴.

도정의 방향이 아직도 개발에 머물러 있다면 제주환경의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

세계인이 만들어준 유산지역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개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건 사실 큰 문제다.

한라산케이블카는 이미 지난 60년대부터 설치문제가 거론돼 온 사항이다.

50여년이 지나도 이같은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분명히 지난 3월에 한라산케이블카 문제는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모든 문제에 대해서도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결론이 나 버린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에 대해 세계유산관리본부장의 불가의 뜻 보다 도민의 뜻이라면 추진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이 더욱 문제다.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장이 앞장 서서 이를 부추키는 꼴이라 민망하기까지 하다.

오 본부장은 이날 한라산 입장객 총량제나 입장료 징수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광객의 편의를 이유로 내세우며 꾸준히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면 제주경제에 이롭다는 의견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한라산은 관광객 유치보다는 보다 차원 높은 관리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석자들은 여러 다른 나라의 관리방법인 기부금 제도나 마을 주민들이 중심이 된 철저한 관리방안 등을 제시하며 한라산에 대한 생각을 바꿀 것을 제시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제주도는 이제 개발이라는 명분보다 보존의 의미와 가치가 더 커지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지역이기 때문에 이를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고 있다.

하지만 오는 사람들마다 하는 이야기는 왜 이렇게 제주도가 너무 많이 변하고 있느냐는 걱정이 더 많다.

제주도민 보다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제주도의 개발정책을 더 걱정할 정도다.

하지만 제주도정은 제주도의 여러 곳을 파헤치며 개발정책을 놓지 않고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면 개발을 못하기 때문에 지질공원이라는 덤을 하나 더 우리에게 넘겨 주었다.

개발은 못하지만 이를 활용해 경제적인 이득과 불편한 주민들의 일거리를 만들어 주라는 것이다. 개발은 못하지만 이를 활용해서 관광객도 부르고 마을의 발전도 함께 이뤄가라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 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나와 있지도 않다.

세계자연유산 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구 람사르습지 등은 제주도민에게 세계인이 넘겨준 훌륭한 자산이다.

만약 제주도가 이처럼 개발을 추구하는 도시라면 절대로 주어지지 않을 명예이기도 하다.

직격토론은 이제 전문가나 도정만의 것이어서는 안된다.
이들 토론의 장에 도민들의 생각도 함께 들을 수 있는 도민패널이 필요하다.

주제에 맞는 도민들도 함께 참석해 이같은 논의에 동참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

더욱이 이같은 기회에 한 도의원의 제주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했다는 고백을 듣는 것도 참신했다.

앞으로 제주환경에 대해 이해를 따지는 눈보다 진정으로 제주환경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걱정하는 도의원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기사제휴 - 제주환경일보 고현준 기자 kohj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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