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해군특위, 우 지사 출석 요구했으나 일정상의 이유로 불출석

# 우 지사, 왜 출석 안했나?... 바쁘다고? 그럼 열흘 시간 줄테니 그 안에 보자.

도의회 의원들은 해군기지 공사 강행에 대한 제주도정의 입장을 묻고자 우근민 제주특별도지사가 출석한 가운데 회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우 지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30일 오전 11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해군기지건설갈등해소특별위원회(이하 해군기지특위)는 제6차 회의을 진행했다.

지난 5차 회의에서 우 지사의 참석을 요구했으나 일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고, 대신 김상인 행정부지사와 황용남 해군기지건설갈등해소추진단장, 고창후 서귀포시장만이 참석했다.

이에 대해 현우범 해군기지특위 위원장은 매우 유감스러움을 표명하며, 김상인 행정부지사에게 불출석 사유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모든 의원들이 우 지사의 불출석 사유에 대해 묻자 김 부지사는 “일정상의 사유”라고 대변하면서, “구제역 파동에 관련한 브리핑을 하기 위해 도청 기자실에 있는 것을 보고 난 후 모른다”고 답해 거센 비난에 시달렸다.

이어 황용남 추진단장이 “현재 우 지사는 구제역 예방조치에 관련해 제주항만을 순시중”이라고 밝혔다.

의원들은 “구제역 점검도 중요하지만,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인해서 도민들이 연행되고 시민들이 중상을 입는 등 제주 최대의 현안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해야 하는 장소보다 더 중요한 곳이 있다는 사실은 납득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강경식 의원은 추가질의를 통해 2011년 1월 10일 이전에 다시 특의회 회의를 열고 우 지사가 출석할 것을 김 부지사에게 요구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우 지사가 출석 가능한 시점에 특의회 회의를 열 것을 현우범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또한, 강 의원은 공사강행 사태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공사중지 요청 공문을 도에서 중앙정부로 보낼 것을 요청하는 결의안 상정을 제안했다.

김 부지사가 “논의하겠다”고 답하자, 강 의원은 “별로 기대가 되지는 않는다”고 비꼬았다.


# “정말 그 문건이 국무총리실에서 보낸 거 맞나?“

해군기지특위 도의원들은 모두 국무총리실에서 제주도로 보내왔다는 공문에 적힌 3가지 협의결과 사항에 대해 지적했다.

국무총리실에서 제주도로 보낸 협의결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주도 건의사항 관계기관 협의결과(2010.11.10) 제주도에 팩스송부(2010.11.12)

첫 번째, 해군참모총장이 적절한 시기에 제주 강정마을을 직접 방문하여 적절하게 유감표명을 한다.

두 번째,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의회/강정마을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지역발전계획(안)을 정부에 제안할 경우, 행정안전부는 이를 바탕으로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적극 지원한다.

세 번째, 제주도민의 화합 분위기가 조성되면 착공식 개최를 적극 검토한다.

윤춘광 의원은 이번 강제연행 사태를 두고 “제주도와 중앙정부가 최소한의 약속도 안 지키면서 뭐하는 짓이냐”고 질책했다.

협의문 1항이 현재 지켜지지 않았고 2항은 특별법이 보류되면서 늦춰졌으며, 3항에 근거한 분위기가 조성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강행된 점을 모든 도의원들이 지적한 것이다.

김경진 의원은 “지금의 사태를 명확히 짚고 넘어가면서 도민들이 알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현 상황에 대한 도지사의 입장을 듣고 싶어서 출석요구를 했던 것”이라고 밝히면서, “아무런 권한도 없는 김 부지사와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제주도정에서 제시한 협의문에 대해 “정말 그것이 총리실에서 온 것이 맞나”고 물어보면서 “그렇다면 그것이 지켜져야 하는게 아니냐”고 힐난했다.

즉, 지켜지지도 않는 문건을 중앙정부의 공식적인 답변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 김 부지사 “협의문은 해군기지를 수용한다는 전제하에 만들어 진 것”, 이건 대체 무슨 소리?

협의문 불이행에 대한 질책이 이어지자 김상인 행정부지사는 협의문에 대해 “해군기지가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 약속사항”이라고 항변했다.

이 말은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유치를 반대했기 때문에 협의문이 이행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의원들과의 질의답변에서 김 부지사는 “해군참모총장이 유감 표명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해군기지 수용이 무산되면서 참모총장의 방문에 대한 적절성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답변에 박주희 의원은 “해군참모총장의 유감표명은 지난 3년여 간 강정주민들의 고통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지 해군기지 수용을 전제로 한 유감표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의원은 “수용을 하지 않으면 공사를 강행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하나의 사안을 놓고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다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도민들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질책했다.

박 의원은 “(해군참모총장이)조속한 시일 내에 내려와서 지난 사건에 대해 유감표명을 하고 정부 약속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야 도민들이 이해할 텐데, 오히려 이것을 이행하고 있지 않으면서 반대한다고 공사를 강행하는 모습을 놓고 보면 누가 과연 정부의 약속을 믿으려 하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러한 박 의원의 지적에 김 부지사는 더 이상 항변하지 않았다.

앞뒤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박 의원은 “(해군기지를)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군참모총장이)내려오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모두가 이에 대해 밤샘토론을 거쳐서라도 갈등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지사는 “공감한다”고 말하며 “도의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토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를 지켜보던 강경식 의원은 “지금 도정의 모습은 도의회는 안중에도 없이 독단적으로 처리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말로만 협의한다고만 하지 말고 어떤 방식으로 협의를 진행할 것”이냐고 물었다.

김 부지사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강 의원은 “지금 해군은 도정의 공사중지 요청 공문도 무시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말이냐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해군기지특위는 이에 대해 제주도정과 국무총리실 간에 협의했던 사항에 대한 내용을 이행해 줄 것을 촉구하는 안건을 제278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상정했다. 

 

<김명현 기자/저작권자(c)뉴스제주/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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