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새해대담, 제주해군기지를 말한다
1부. 홍기룡 제주군사기지 반대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평화인권센터 사무처장

2011년 신묘년 새해를 맞이했다.
제주도민 모두에게 흘러가는 하루 하루가 밝은 시작이 되기를 소망한다.
늘 한 해가 새로이 시작되는 때에는 모두가 희망찬 계획들을 가슴에 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열어간다.
허나 아직도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제주해군기지’로 인해 갈등과 아픔의 문제를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막막한 하루로 어이지고 있다.
그들에게도 하루속히 건강한 심신이 깃들길 바란다.
이에 뉴스제주는 언론 또한 제주가 겪고 있는 현안에 대해 바로 알리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제주해군기지에 얽힌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편집자주>

# 사법부가 법리적 판단을 하지 않고 정치적 판단을 한 듯 보여

강정마을회는 이번 제주해군기지가 강정에 들어오게 된 이유를 ‘절대보전지역해제’에 있는 것으로 판단해 이를 취소하려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소송을 제기하면 이에 대해 다시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줄 알았으나 법원은 아예 그 기회마저도 없는 것으로 해버리는 원고 부적격 ‘각하’ 판결을 지난 해 12월 15일 내렸다.

이로써 시민단체들이나 강정주민들조차도 ‘절대보전지역’을 보호해야 한다는 환경적 논리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주장을 펼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홍기룡 위원장은 “사법부가 법리적 판단을 내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부담을 느껴 그러한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즉, 해제 취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절대보전지역‘을 논란의 도마 위에 올려 놓으면 다시 정치행정권이 복잡해질 것을 우려해 법원이 그 논란의 싹을 제거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말로 풀이된다.

‘각하’ 판결을 받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강정마을회는 다시 ‘절대보전지역해제 취소 소송’을 법원에 제출한 것을 보면서 홍 위원장은 “대법원 판례도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항소를 통해서 이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이번에도 법원이 똑같이 ‘각하’ 판결을 낼 것인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점이다.


# 도나 도의회나 모두 해결 의지력이 보이지 않는 무능함을 느껴

홍 위원장은 “우근민 도정이 해군기지 문제에 대처하는 내용을 보면 무능함을 느낀다”고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비판을 가했다.

그는 “다른 분야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해군기지만 놓고 보면 (해결의 실마리가)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도의회 역시 ‘권한 밖’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것을 보고 무능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도와 의회의 무능함을 거론하면서 이 같은 이유에 대해 홍 위원장은 “제주해군기지에 관련한 모든 오더를 중앙정부에서 하달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그렇지 않으면 기자회견 조차도 경찰력을 동원해 바로바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아예 처음부터 중앙정부에서 지시를 받으면서 일을 추진해 나가고 있는 듯이 보이는 건 그 때문”이라고 의구심을 표현했다.

 

 



# 도민 갈등 부추기고 뒤로 빠지는 모습, 밀실정치로 보일 수 밖에 없어.

홍기룡 공동집행위원장은 제주해군기지가 진행되어 온 과정을 설명하면서 돌이켜 보면 제주도와 해군과 정부가 밀실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처음에는 해군, 정부, 도가 직접 다 나서서 논란을 일으킨 뒤에 쟁점이 가속화되자 해군과 정부가 뒤로 빠지면서 자연스레 도에 권한을 넘겼고, 도에서는 이를 어떻게든 진행시켜 버린 뒤 대충 통과되자 다시 道도 뒤로 빠진 뒤 공사업체에 넘겨버린 후에 윗선으로 권한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밀실정치 의혹에 따른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그러면서 강정주민들에게만 대못을 박고 있는 것”이라며 “계속 이 상태로 놔두면 공사업체들과 강정주민들이 싸우는 것으로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강정주민들간의 싸움이 더욱 더 가속화 되는 것은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강정마을의 현 실태를 두고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홍 위원장은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폭력적 모습은 우리 자녀들에게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사법적이든 물리적이든 정책적이든 주민들을 배제시키고 밀어내기 식으로 옭아매는 정책은 폭력적인 것”이라며 “이러한 현실에 대한 교육만이 역사로 남겨져 도민들이 더 생각하고 교훈을 얻고 발전적인 모습으로 성장하게 되는 동력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제주의 해군기지는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

홍기룡 위원장은 해군기지가 들어오게 됐을 경우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는 질문에 “제주 미래의 경쟁력을 스스로 사라지게 만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홍 위원장은 “국가관리항으로 재편되고 유사시 구축함이 들어오게 되면 일대가 전부 군사기지화가 되는 것은 뻔한 일”이라며 “이렇게 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군사문화가 심어지게 되고 다양한 관광산업을 이루려는 지역에 제한적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말이 좋아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지 사실 해군기지”라며 “잠수함이 들어오면 해군에서 그것을 공개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관광산업은 다양성을 전제로 한 컨텐츠 개발사업이 필수인데 해군사업을 통해 어떤 다양성을 얻게 되는 것인지 의문일 뿐”이라고 밝힌 뒤, “결국 대규모 자본에 의한 관광정책은 제주토착문화 기반의 문화가 뽑혀버리게 되는 현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물론 더 두고봐야 하는 일이겠지만,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양성이 공존하지 못하는 해군기지 주변 마을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 범대위가 아닌 제주도민이었다면... 더 처절하게 투쟁했을 것

홍기룡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만약 범대위 신분이 아닌 제주도민이었다면’이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개인적으로 투쟁했다면 더 처절하게 투쟁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평화를 위한 행동들이 이어지겠지만, 결국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한 투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중립국가들의 예를 들면서 “군사 강대국이 되면 될수록 주변국들로부터 오히려 타겟이 되어 보안이 강화되고 소외될 뿐이며, 반대로 비무장 지대로 확보하면 점령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을 묻는 질문에 홍 위원장은 “범대위가 좌냐 우냐 이것을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강정주민들에게 이것을 물어보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그들에게는 생존권에 해당되는 문제이지 그들까지 정치적 논란의 대상으로 보아서는 절대 안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태환 전 도정이나 우근민 도정이나 정치력이 전혀 없다면서 “정치력이 있었다면 도민 통합이 되고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며 “(현재)지원에 대한 약속도 없고 도민갈등만 가속화 되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서 정치적으로 얻어낼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홍 위원장은 정당들 또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실었다.

그는 “정당차원에서 해결의지를 보이려면 도민들을 만나고 도지사와 직접 얘기를 나누면서 보다 더 압박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당은 가만히 있고 공천권만 나눠주는 식물정당 같이 보인다”고 매서운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 좀 더 세밀한 언론의 보도 자세가 필요해 보여

지금의 이 사태를 놓고 보는 언론에 대해 바라보는 식견을 묻는 질문에 홍 위원장은 “언론이 좀 더 세밀했으면 좋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홍 위원장은 “우리 또한 그러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라고 말문을 열고서는 “이전부터 싸움은 계속 있어 왔지만 논란의 중심이 되는 사건들만 예상해 만들게 되고, 언론 또한 그런 보도만을 일삼는 것 같다”는 말로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군기지 문제는 결국 돈 얘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띠고 있는데, 그러한 구조적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 사소한 주민들의 마음은 건져내지 못하고 결과론적으로만 상황을 진단하게 되는 것”을 비판했다.

즉, 보상을 놓고 싸우는 모습을 놓고 마치 파렴치한 모습으로 그려지게 된다면 그 속에 묻혀있는 그들의 아픔은 묻혀버린 채, 같은 가족이 동네 슈퍼에도 따로 가는 등 한 공동체가 파괴되고 차가워져 버리는 마을이 되고 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강정주민들 개개인에 안겨진 아픔 또한 언론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얘기하는 점이다.

그는 ‘조건부 수용’이라는 단어를 놓고서도 이런 폐해를 지적했다.

사실 ‘조건부 수용’은 마을주민들의 기나 긴 고통을 거쳐 합의 끝에 나온 제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이 단어가 ‘찬성’이라는 이미지로 귀결되어버린 것은 “언론이 갈등을 조장한 면이 있다”고 직언했다.


# 우 지사도 前 김 지사처럼 소환되면 잦은 소환 문제로 번져 제주사회가 더 어두워질 것

이번 해군기지 문제로 인해 우근민 도지사가 주민소환 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홍 위원장은 “소환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그래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홍 위원장은 “물론 규탄 운동이 일어나야 할 것이라고 보지만, 이제 시작한 지 얼마되지도 않은 도정을 주민소환 하는 것은 우 도정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제주사회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민소환이라는 것은 최후의 보루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주민소환으로 이어지면 제주사회에 전반적인 또 다른 문제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우 지사가 어떻게든 역사적인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아니”라며, “다만 김 전 도정으로 하여금 지금의 도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전 도정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홍 위원장은 “언론에서 주최해 토론회라도 열어 역사적 평가의 자료로서 남기기도 해야 한다”며 “사실, 김 전 지사는 강정마을에 가서 석고대죄라도 해야 한다. 무책임한 마무리다”고 말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방향에 대해...

홍기룡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앞으로의 범대위 활동 방향에 대해 시민사회의 역량을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도민들과 같이 도민들 속으로 들어가서 도민들에게 더 알리고 같이 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범대위가 도민들에게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한 지적을 묻자 홍 위원장은 ‘조직적 한계에 따른 점’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그는 “임시적인 조직이다 보니 방향 설정을 미리 해 놓고 움직이지 못하고 현 상황에 맞추다 보니 체계성이 안 잡혀서 그런 것”이라고 대답했다.

강정주민들과의 연계성 활동방안에 대한 질문에 홍 위원장은 “직접 범대위에서 나서서 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한 연유로 그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는 하지만 범대위가 나서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을 하거나 주장하게 되면 오히려 또 다른 갈등을 조장하거나 피해를 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 양지훈 편집국장, 기사작성 및 사진 : 김명현 기자(c)뉴스제주/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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