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XX가 도지사냐'. '더 들을 필요 없다.' '사기를 쳤다'.

19일 해군기지관련 반대대책위원회 대표들과의 마지막 면담 장면이다.

하오 5시경 10여명의 위미1리, 2리, 3리, 화순리등과 도민반대대책위 대표들과 시작된 김태환지사와의 면담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김지사는 위미1리에서 면담을 했던 것처럼 한사람 한사람을 상대로 메모를 하며 면담, 답변을 해 갔다.

중간 중간에 반대대책위 대표들은 지사가 일일이 마주 보며 메모를 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는지 자리에 앉아 해 줄 것을 요구 했으나 김지사는 그냥 진행했다.

'그렇게 해야 편하다'는 것이다.

대표단의 한 인사는 '눈 높이를 맞추어 달라'면서 '앉아서 들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질문은 김지사가 '내가 사회를 보는 것이 좋겠다'며 질문순서 제안을 해 합의하에 마을 별로 하자는 제안에 응해 위미1리 대표부터 질문을 시작했다.

'도정을 책임져 수고가 많다'면서 '해군기지를 유치하려고 노력하는데 노고가 많다'는 엉뚱한 말이 처음부터 나왔다.

모두가 어리둥절 했다. 그 말은 진심으로 '노고가 많다'는 뜻이 아니라 김지사가 국방부의 유치노력에 앞장서서 '해군기지유치에 노력하고 있다'는 비아냥 거리는 뜻으로 한 말인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다음 질문은 달랐다.

4월 초 김지사가 위미1리를 방문했을 때는 '무조건 결사반대'였다. 당시는 '이 자리에서 해군기지건설을 않겠다'는 대답을 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때도 역시 대답은 '결정은 정부가 하는 것이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이날 면담에서는 그처럼 '무조건'이라는 단서는 없고 '여론조사방법과 로드맵'에 집중됐다.

차례로 마을 별로 질문을 받고 또 반대단체 대표들도 나서 질문을 해 이에 대해서도 답변을 했다.

질문은 '반대하라'는 원천봉쇄적인 말 대신 김지사의 행정행위에 집중되는 듯 한 느낌이었다.

김장수 국방부장관의 방문시 경찰투입행위와 반대주민등의 연행, 김장관이 방문 했을 때의 지사의 영접, 여론조사의 불합리성과 로드맵의 취소등에 집중됐다.

이에대한 도지사의 사후 행위와 공식적인 사과, 도민전체와 지역주민과의 전체여론과 지역여론 찬반의 불합리성, 도의회와의 협의문제, 로드맵의 취소등을 집중 거론 했다.

처음부터 '결사반대'의사 촉구는 없었다.

심지어 안덕면의 대표는 나중에 '돈이든 무엇이든 필요없다'고 번복은 했었지만 '지원을 해 주려면 더 많이 확실 하게 해 줘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에대해 김지사는 거듭 '해군기지건설을 결정하는 것은 정부이다'라는 답을 했으며 경찰 투입문제는 '제주도가 정부에 확실한 답변을 해 달라'고 요구, '정부를 대표해서 제주도로 와 공식적인 정부입장을 밝히는 대표를 지사가 영접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냐'고 답변을 하고 '그러한 정부대표가 방문을 하는데 정문을 막아서 3차례의 권고에도 불응 해 할 수 없이 경찰의 지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일어나 '계획됐던 해외로 나가면서도 경찰에 선처를 요청했으며 구금된 주민들과도 통화를 했다'고 밝힌 김지사는 '해외로 가는 도중에서도 보고를 받으며 선처를 부탁했으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문제에서는 '도의회가 주민공론화를 요구하는 공문이 와 있어 이를 검토, 합리적인 방법을 더 찾겠다'고 답해 여론조사방법은 도의회와 협의, 방법을 합의할 때까지 연기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로드 맵'에 대해서는 '너무 오래 끌어 도민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는 이유로 '5월말까지 결론을 내리겠다'고 분명히 했다.

'여론조사'문제에 대해서 반대측 대표들은 '해군기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주도민 70%가 모른다'고 설명하고 '이 같은 도민들을 포함,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 차라리 서귀포시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내 놨다.

이 같은 의견은 '방폐장을 유치, 3천억원을 받은 경주시의 경우'를 김지사가 예로 들자 나온 의견이었다.

이에대해 '현재 도의회가 공론화 조사를 요구해 왔기 때문에 도의회와 논의, 합리적인 방법을 찾겠다'답했다.

질문과 응답이 거의 끝나 갈 즈음 김지사가 '나도 한마디 하소연을 하겠다'며 '나 역시도 이땅에 묻힐 사람이다. 내가 그런데 도민들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겠느냐. 이 시대의 도지사로서 나도 마음이 너무 무겁다. 요즘 소주만 늘었다.'고 다소 감상적인 말을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의 고향을 위해 해군기지을 반대하는 마음도 역시 나와 같다'고 하고 '그러나 도지사가 도의회에 간담회라는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키 위해 가는 길을 윗옷 단추가 떨어질 정도로 막고 지금도 허리가 결려 약을 바를 정도로 하는 것은 제주도를 위해서도 바람직 하지 않은 일이 아니냐'는 불만을 털어 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대해 대답하는 대표는 누구도 없었다.

오히려 '몇십명이 경찰에 끌려가 구금됐는데 도지사는 무엇을 했느냐'는 핀잔만 돌아 왔다.

거의 시간은 2시간여를 넘어서고 있었다.

아쉬운 듯 김지사가 '추가로 질문할 것이 있으면 하라'고 한 것이 발단이었다.

다시 경찰투입과 연행, 사과, 로드 맵 문제가 거론 됐다.

'답은 이미 했다.' '5월말까지는 결론을 내야한다'는 말에 대표단 중 안덕 반대대책위의 모 대표가 '너 같은 XX가 도지사냐''나도 지지를 했는데...'하고 욕설을 시직하자 다른 대표들도 '피하기만 한다. 사기를 당했다'며 면담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주변에 있던 공무원과 참관자들이 말려 겨우 사태는 진정됐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보려던 장소는 오히려 실타래가 더 엉켜지는 난맥상만 드러냈다.

문제의 발단은 어디에 있는가.

국가에 있는가 아니면 제주도에, 또는 제주도민인가 해당지역주민에 있는가,

'결자해지(結者解之)'는 '매듭을 만든자가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누가 '결자'이고 누가 '해자'인가. 그것을 먼저 알아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지금 제주도의 모습이라는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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