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시대의 소설가 박완서 씨가 22일 오전 6시 17분 담낭암 투병 중 향년 80세로 별세했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필력을 자랑해 ‘영원한 현역’으로 불렸던 작가였지만 어려운 병을 만나 세상을 떠났다.

전쟁의 상처를 품고 등단한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을 따뜻하게 바라보면서도 부조리한 사회를 통렬하게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시대의 아픔을 글에 담았다.

‘휘청거리는 오후’, ‘서 있는 여자’,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대 아직도 꿈 꾸고 있는가’, ‘미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등의 장편소설과 ‘엄마의 말뚝’, ‘꽃을 찾아서’, ‘저문 날의 삽화’, ‘한 말씀만 하소서’,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 등의 소설집과 동화집을 발표한 바 있다.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으며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작가는 이후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현상공모에 ‘나목’을 출품했다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전쟁으로 인한 인간의 상처가 얼마나 참담한 것인지 목도하고 체득한 만큼 그의 글 속에는 이 모든 아픔이 날것으로 살아 있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만해문학상, 인촌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받았고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한 바 있다. 문학계 거목의 타계 소식에 다른 문인들은 물론 정치권과 인터넷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작가 이외수 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새벽 박완서 선생님께서 이 세상 소풍을 끝내시고 저 세상으로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고, 이와 함께 은희경, 김영하 씨 등의 문인들이 애도를 표했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고인은 유려한 문체로 일상과 인간관계를 생생히 그려낸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긴 문학계의 거목이다. 특히 물질중심주의와 여성억압에 대한 현실 묘사로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그은 분”이라고 평가하며 “서민의 삶에 대한 애착이 묻어나는 그의 작품들과 문학정신은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명목을 빌었다.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고인은 우리 삶의 애환을 함께 나눴던 우리 시대의 대표적 소설가였다”고 말하며, “여러 사회갈등을 겪고 있는 현 시대의 우리들은 고인이 추구했던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 역시 “서민의 애환과 역사적 아픔, 여성의 사회적 고충을 가장 친근한 언어로 호흡해온 고인의 작품은 오래도록 우리 국민과 함께 살아있을 것이다”고 말하며, “평화 속에 영면하기를 빈다”고 애도를 표했다. <기사제휴 - 뉴스한국 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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