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문화 형성의 바탕을 이루는 삼재(三災)

「뉴스제주」 창간과 더불어 당분간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하여 집필하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제주의 문화기반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제주도의 역사를 알려고 하면 먼저 그 문화부터 이해해야 하며 제주문화를 인식하려면 먼저 문화기반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는 오늘날 얘기되고 있는 삼다(三多=石多.風多.女多)의 섬이기 이전에 재앙의 섬, 또는 삼재(三災)의 섬이었다고 할 수 있다. 수천 년에 걸쳐 이 땅에 살아온 제주인 들은 늘 한재(旱災)와 수재(水災)에 시달려야 했고 게다가 풍재(風災)에도 시달리며 살아야 했다. 바로 이 삼재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거기에는 두 가지 큰 원인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제주도가 놓인 특수한 지리적 위치 때문이요, 다른 하나는 제주의 땅이 화산활동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지리학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제주도의 지층은 제3기말에서 제4기초에 걸친 화산활동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 기간 중 적어도 98회 이상의 용암분출이 일어나며 거의 모든 표충은 현무암(玄武巖)이 덮이게 된다.

제주도의 지층이 용암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은 이 땅에 살았던 제주인 에게 두 가지 어려운 시련을 부여하게 된다. 그 하나는 돌과 바위와 싸우며 토양 층이 없는 거친 땅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지표수(地表水)가 없는 메마른 땅에서 물과 싸우며 생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제주도는 연간 평균 1,900밀리나 되는 흡족한 강수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용암류로 생긴 지하의 무수한 공동과 균열로 말미암아 지상에 물을 가누기가 어렵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연간 제주도가 강수량(降水量)은 총 33억 9천만 톤에 이른다. 그 가운데 44%(14.9억톤)가 지하로 빠져 버리고 37%(12.6억톤)가 증발산량(蒸發散量)으로 없어져 버린다. 인간의 생활과 농업에 필요한 표류소(漂流水)는 고작 19%(6.6억톤)에 지나

그러므로 한반도 내륙지방에서 주종이 되었던 벼농사는 제주도에서는 불가능했고 밭농사라 할지라도 물 없이 메마르고 거친 땅에서 짓고 산 것이다.

다음 또 하나는 제주도가 놓인 지정학적 위치라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제주도가 서북에서 동남방향으로 휑하게 뚫린 대양 가운데 자리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또 하나의 시련을 더 해야 했으니 그것은 바람과 싸우는 일이었다. 제주도는 초겨울부터 이른 봄에 걸쳐서는 서북계절풍을 막 바로 받아 몸살을 앓고 늦봄에서 초가을에 걸쳐서는 태평양에서 일어나는 태풍을 받게

제주도의 가옥과 취락구조, 돌담, 숲, 골목, 꼬부랑길, 이 모든 현상이 바로 이 바람이 만들어낸 문화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의 문화가 물과 비옥한 땅에서 일어난 것과는 달리 제주도의 문화는 물 없는 메마른 땅과 사나운 바람에서 일어났다고 할 수 있고 제주 인은 그 속에서 재난과 더불어 살았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제주도의 역사는 재난의 역사요 재난과의 투쟁의 역사였다고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